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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전쟁 -46-

김유식 2003.04.03 16:34:42
조회 4574 추천 0 댓글 0
2000년 2월 17일. 목요일. 오후 5시. 런던. 레스터 스퀘어.   홍콩 삼합회(三合會).   트라이어스라고도 불리는 이 단체는 미국의 마피아, 일본의 야쿠자와 더불어 세계 3대 범죄단체지만 그 크기나 규모로만 따지자면 세계 최고라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중국인이 있는 곳은 항상 삼합회가 있게 마련이고 이들은  중국인이 모여있는 곳을 발판으로 삼아 그 활동 무대를 넓혀왔다.   삼합회는 넓게 중국과 대만의 폭력 단체들을 합쳐서 말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홍콩과 마카오에서 활동하는 60여 개의 단체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 외에도 미국, 일본과 동남아, 유럽의 영국과 네덜란드 등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영국은 홍콩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런던 차이나타운을 관리하는 것은 홍콩의 조직들 중 가장 큰 14-K였다. 그러나 지난 '98년 14-K의 보스가 마카오 경찰에 의해 검거되면서 조직은 큰 분란을 겪었다. 조직 내 여러 지역의 보스들이 서로 이권을 위해 혈전을 벌였고 이 와중에서 런던 차이나타운의 보스도 바뀌게 되었다. 새로 14-K의 보스가 된 장홍타이(張弘泰)는 본토 해남성(海南省) 출신으로 어렸을 적의 친구였던 왕타이렌(王泰仁)을 영입해 런던으로 보냈다. 그는 해남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본토 조직인 남패천(南覇天)의 핵심 간부로 활약하고 있던 중이었다.   원래 1990년까지 런던 차이나타운을 관리하던 조직은 대만의 월청회(越靑會)였다. 그러나 이 조직은 대만의 2대 폭력조직인 사해방(四海幇)에 무력 흡수되면서 힘을 잃었고, 그 사이에 차이나타운 대부분의 이권을 14-K에게 빼앗겼다. 10년이 지나 14-K역시 조직 내 분란이 일어나자 사해방의 주요 인물이 된 전 월청회 간부들이 다시 차이나타운의 이권을 빼앗으려고 노리는 중이었다. 최근 들어 차이나타운에는 사해방에서 사주한 것으로 보이는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났다.   장홍타이가 남패천의 왕타이렌을 영입한 이유는, 남패천이 본토 해남을 주무대로 활동하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대만의 조직들과 다툼이 많았다. 특히 왕타이렌은 대만 조직들이면 가차없이 응징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따라서 장홍타이의 왕타이렌 영입은 14-K로서는 절대로 런던 차이나타운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으로 풀이되었다.   왕타이렌은 베이징에서 공부하고 있던 딸과 함께 런던으로 왔다. 아내가 오래 전에 죽었기 때문에 왕타이렌의 딸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지만 딸이 지금까지 혼자의 힘으로 살아왔던 것처럼 세세하게 간섭하지는 않았다. 불만이 하나 있다면 영어 학습을 위해 개인 교사를 두지 않고 보통의 영어학교, 그것도 학비가 저렴한 곳에 다니겠다고 고집을 피운 것이었다.   왕타이렌이 주재하는 14-K 런던 지부의 비상 회의가 열렸다. 장소는 차이나타운에서 불과 200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레스터 스퀘어의 한 빌딩 6층이었다. 상석에 앉은 왕타이렌이 물었다.   "상태는 어떤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저녁이 고비라고 합니다."   40대로 보이는 한 사내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히라타는 무슨 단체지?"   왕타이렌의 질문이 이어졌다.   "히라타는 일본에서도 군소 조직입니다. 일본 관서지역 내에서만 주로 활동하는데 최근 도쿄로 진출하려 한다는 정보가 들어와 있습니다. 열 네 개의 산하 조직이 있으며 본가는 교토에 있다고 합니다. 총 조직원 수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사해방과의 관계는?"   "지금까지 히라타 조직과 사해방이 접촉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2000년 2월 17일. 목요일. 오후 5시. 런던 소호. 차이나타운.   "아아아악!"   처참한 비명과 함께 살려달라는 애원이 뒤따랐다. 그 애원은, 처음에는 영어로, 나중에는 불어로 튀어나왔다가 나중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이어졌다. 오늘날까지 20여 년을 총과 주먹으로 살아왔고 남에게 굽신거린 적이 없던 피에르는 이런 두려움에 떨어 본 적도 결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차안에서 정신을 잃었던 피에르가 깨어난 곳은 촛불 하나만 켜져 있는 어두운 방안이었다. 고개를 들어 일어나려던 그는 머리가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것을 알게되었다. 손을 이용해 일어나 보려했으나 그의 팔을 허무하게 허공만 휘저었다. 발목에 심한 통증을 느낀 그는 곧 자신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 소리를 듣고 다가온 두 명의 중국인은 긴 채찍을 들어 피에르를 후려치기 시작했고, 그것은 피에르가 더 이상 비명을 지를 수 없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채찍 끝의 쇠구슬은 피에르의 몸에 닿을 때마다 살점을 조금씩 뜯어가 피에르가 정신을 잃을 즈음에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중국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피에르의 협박도, 애원도 무시하고 채찍만 휘둘러댔다. 그러나 또다시 정신을 잃었던 피에르가 깨어난 지금은 아까 채찍 맞고 있었을 때가 행복했다고 느낄 만큼 더욱 무서운 상황이었다.   중국인들 중 한 명이 피에르의 몸에 흰색 가루를 덕지덕지 바르더니 비스듬히 깍은 대나무를 들고 와 그의 가슴, 배, 다리, 등, 어깨 등지에 꽂았다. 대나무를 통해 피가 흘러내렸다. 여러 대나무에서 피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자 피에르는 그것들을 떨어뜨리려고 사정없이 몸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으나 헛일이었다. 오히려 흐르는 피의 양을 늘려줄 뿐이었다. 피에르를 더욱 무섭게 만든 것은 자신을 이런 상태로 만들어두고 중국인들이 방밖으로 나가버렸다는 사실이었다. 바닥에 흥건히 피가 고이자 피에르는 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라고 소리질렀다. 피가 눈으로도 들어가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게 되었다. 5분 정도 지나자 피가 응고되면서 각 대나무마다 흐르는 양이 줄어들었다.   이때 잠깐 방안이 밝아진다는 느낌과 함께 몇 명의 사람들이 들어 왔다. 그들 중 한 명이 영어로 말했다.   "피가 멈췄다. 흰 가루 더 뿌리고 대나무 다시 꽂아라."   "예!" 두 명이 같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피에르는 살려만 주면 뭐든지 하겠다고 소리질렀다. 중국인들이 피에르의 몸에서 대나무들을 뽑고 흰 가루를 바르고 있을 때 다시 누군가가 말했다.   "두 번 묻지 않겠다. 한 번에 제대로 대답하면 너를 풀어주겠다."   "네!" 생각할 겨를도 없이 피에르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차이나타운을 습격한 놈들이 누구냐?"   "습격에 대해서는 전 모릅니다. 다만 프랑수아의 요청대로 온 겁니다."   "프랑수아는 누구지? 조직인가?"   "네. 저는 파리의 무스타파라는 사람 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전화 받은 것이...." 두려움에 떠는 피에르는 묻지도 않은 대답까지 하면서 그들이 살려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2000년 2월 17일. 목요일. 오후 5시 10분. 런던 세인트 토마스 병원.   "형님, 응급실에 다친 사람이 많이 들어오네요. 피를 흘리는 것이 꼭 총에 맞은 것 같습니다."   "그래? 무슨 일이 터졌나?"   "떼놈들이 무더기로 다친 모양이던데요. 경계도 삼엄하구요."   다시 잠든 김근태 옆에서 이광혁과 김응진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이들은 김근태의 병실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TV를 보고 있었다.   "형님, 저도 구경하고 오겠습니다요."   "나도 같이 가자!"   백준영의 말에 이승영이 맞장구쳤다.   "너무 멀리가지 마라." 2000년 2월 17일. 목요일. 오후 5시 20분. 런던 킬번.   미키와 알렝 등 세 명은 차를 두 번 바꿔 탄 끝에 아일랜드 사람들이 주로 모여 사는 킬번으로 도망쳐왔다. 무스타파가 IRA(아일랜드 공화군)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은 그들에게는 비교적 안전한 곳이라 할 수 있었다.   어깨에 박힌 칼을 뽑고 치료를 마친 미키는 두 시간 전의 격전을 상기했다. 처음 방아쇠를 당기고 나서 그는 어깨에 칼을 맞았다. 칼을 던질만한 인물은 단, 한 사람밖에 없다. 최명규였다. 또 최명규는 미키의 부하들 중 한 명을 쓰러뜨렸다. 아마 죽었거나 중국인들 수중에 떨어졌으니 산다하더라도 죽은 목숨이나 같은 것일 터였다.   '왜 최명규가....?'   미키의 머리 속에서 무언가 한 가닥 잡히는 것이 있었다. 오늘 최명규는 기이하게도 중국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자신이 한국인 야쿠자들에게 습격 받았을 동안은 김재수를 제외한 동생들을 이끌고 시내에 나가있었지 않은가? 게다가 죽기살기로 덤벼들던 중국놈들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미키는 전화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먼저 무스타파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이 몹시 안 좋게 되었으니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것과 비용은 얼마든지 지불하겠다는 내용을 알렸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일본으로 전화를 걸었다. 일본 시간이 오전 2시가 넘기는 했지만 7대목과 지역 조장들, 고문들 중에는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았고 또 이런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시간에 관계없이 빨리 알려야했다.   "네! 히라타 구미입니다." 씩씩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인물은 본가의 경호책임을 맡고 있는 사사키였다.   "나는 미키다. 7대목 님은 주무시고 계신가? 지급상황이다."   "예? 아! 안녕하십니까? 7대목 님 말입니까? 아직 안 주무시는 것 같습니다만..."   "빨리 연결해라!" 20여 초를 지루하게 기다리자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키, 자네인가?" 7대목이었다. 오야붕으로 모신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나 그 목소리를 듣자 미키는 눈물이 울컥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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