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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전쟁 -50-

김유식 2003.04.03 16:37:29
조회 5328 추천 0 댓글 0
2000년 2월 18일. 금요일. 오전 9시 20분(영국시간) 런던. 레스터 스퀘어.   "알았다."   최명규는 침착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14-K에서 마련해준 임시 거처로 힘겹게 돌아갔다.   "아침부터 어딜 다녀오십니까? 경찰들이 쫙 깔렸을 텐데요."   김도현의 말대로 어제 있던 총격 사건으로 인해 런던, 특히 소호의 차이나타운과 인접해 있는 이곳은 거리마다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었다. 최명규는 대답 없이 코트를 벗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창 밖으로 경찰차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이것 좀 드시지요. 리지펭이라는 친구가 주고 간 겁니다."   김도현이 알루미늄 호일로 포장되어 있는 음식들을 내밀었지만 최명규는 고개를 내저었다.   "어디 아프세요? 안색이 좋지 않은데요."   "잠시 혼자 있겠네."   창 밖을 바라보며 최명규가 말했다.   아무리 결탁과 배신을 밥먹듯 하는 곳이 폭력계라지만 최근 최명규는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었다. 좀 전에 들은 소식은 그가 최근 겪었던 일 중에서 가장 참기 어려운 것이었다. 정신적 지주와도 같았던 이중은의 죽음! 최명규는 그와 같이 보냈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눈물은 흐르지 않았으나 슬픈 마음은 누구 못지 않았다. 그가 따르던 이중은의 죽음은 친형제의 죽음 이상으로 슬픈 것이었다.   이제 주위에 남은 사람이라고는 유형남과 한양수 밖에 없었다. 불현듯 둘밖에 남지 않은 동생들이 보고 싶어진 최명규는 다시 코트를 집어 들었다.   "어디 가시려고요?"   "병원에 가고 싶은데 같이 가줄 수 있을까?"   힘이 조금도 들어있지 않은 최명규의 말에 김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방문을 닫고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리지펭이 뛰어나왔다. 그는 두 사람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영어로 말했다. 오늘 새벽에 한양수가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당분간 이동할 일이 있을 때는 조직에서 선임한 변호사를 대동하고 움직이라는 말도 해주었다.   김도현이 최명규에게 그 소식을 전하자 그는 고개를 꺽으며 몸을 돌렸다. 2-3초 후에는 다시 몸을 김도현에게로 돌리며 말했다.   "병원으로 가지."   세 사람이 건물 밖으로 나오자 영국인 변호사 한 명이 따라붙었다. 그들이 탄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하늘이 어두워지며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졌다. 2000년 2월 18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한국시간) 서울.   "알겠네. 고마워."   전화를 끊으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 일을 이광혁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 지 궁금했다. 흥신소를 운영하는 한광택은 옛 부하로부터 유정후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호시노가 부산역에서 검거되어 서울로 압송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런던의 이광혁에게 빨리 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찰복을 입고 있었을 때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으나 지금의 그는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늘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2000년 2월 18일. 금요일. 오후 3시 10분. 런던 외각. 서리 뉴몰든.   기차가 점차 속도를 줄였다. 좌석에서 일어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최명규는 차창 밖으로 흘끗 하늘을 쳐다보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그쳤다 했는데 지금은 또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윽고 기차가 멈추었다.   "여기입니다. 선배님."   미리 연락을 받은 이광혁이 플랫폼에 나와 있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었다. 최명규와 함께 온 김도현도 이광혁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최명규가 고개를 돌리자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작년에 같이 교도소 생활을 했던 백준영이었다. 같은 사방(舍房)에 있었을 때는 자신을 "형님"이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신목포파 이광혁의 수하로 들어갔다는 뜻이었다.   교류관계는 없으나 최명규의 명성을 알고 있었고, 김창환이 죽던 날 병원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는 김응진도 이광혁을 따라 나왔다. 이승영은 토마스 병원에서 김근태와 함께 있었다.   최명규는 백준영을 쳐다보며 광주파 이야기를 꺼냈다.   "자네가 광주파를 한 주먹에 쓰러뜨렸었지."   "별 말씀을요."   "나도 광주파 덕택에 옥살이를 심하게 한 적이 있지."   이광혁은 그의 말을 듣고 더 손해를 본 것은 광주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명규 혼자서 광주파의 조직원 네 명을 죽기 직전까지 몰아가 결국 은퇴시킨 적이 있었으므로. 그때부터 최명규의 이름이 높아졌고 광주파는 현재 이름만 겨우 내걸고 있는 조직이 되었다.   "가시죠. 여기는 한국 식당도 많습니다."   최명규는 다시 하늘을 한 번 바라본 후 이광혁이 씌워주는 우산 아래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우산은 두 개뿐이었는데 김도현은 우산을 들고 있는 김응진 옆으로 붙었다. 그러자 마침 김응진의 우산 안으로 들어오려던 백준영이 밀려 옆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김도현은 그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며 짐짓 험상궂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백준영이 웃음을 터트렸다. 2000년 2월 22일. 화요일. 오후 10시(영국시간) 런던 세인트 토마스 병원.   7층에서 내린 김도현이 A 병동으로 들어서자 두 명의 덩치 큰 동양인이 막아섰다. 김도현이 뭐라 설명하려는데 뒤에서 중국말이 들려오고 덩치들이 물러났다. 뒤에서 나타난 사람은 리지펭이었다. 그는 원하던 대로 왕메이린의 보디가드가 되었으나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은 이미 크게 다쳐있었다. 왕메이린의 상태는 아직도 불분명했다.   "오늘은 혼자로군?"   김도현은 최근 몇 일 동안 항상 같이 다니던 최명규를 떠올렸다. 최명규와 이광혁 일행은 세 시간 전 히드로 공항에서 일본을 향해 출발했다.   "응. 일본으로 갔지. 무슨 일로 갔는지는 묻지마."   김도현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지으며 말하자 리지펭은 눈치챈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이라면 우리 조직이 빠르겠지. 아마 손을 쓰고 있을 것 같은데....우리가 지구상에서 해내지 못할 일이란 없지."   리지펭이 차주전자와 찻잔을 들고 와 김도현에게 내밀었다. 그가 따라주는 차를 받으면서 김도현은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몇 일전 자신이 내던진 주전자에 화상을 입은 리지펭이었다. 아직도 그의 얼굴에는 상처가 남아있었다.   김도현이 무언가 굳게 결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은 그 문제 때문에 온 건데....그 조직의 힘으로 부탁하나 들어줬으며 해서.."   "부탁?"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부탁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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