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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종주 눈동자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75.212) 2017.06.16 05:11:57
조회 1273 추천 80 댓글 5

														


<랑야산 초입, 노각주, 흔적>
불로초를 찾겠다고 선언하고 랑야산을 떠난 노각주가 돌아온다. 아니, 돌아왔다. 그가 떠난지 고작 8개월,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소 3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건만. 원채 바람처럼 자유로운 사내인지라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했지만 각원들은 저마다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반나절 뒤, 노각주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총관은 불안이 사실이 됐다는 걸 알게 됐다. 그의 어깨에는 정체를 알 수없는 환자가 업혀 있었다. 장포로 다 가려지지 않는 다리며 팔이 털로 뒤덮여 있었다. 그가 이따금씩 다친 사람을 데리고 오는 일은 있었지만 인간인지 괴수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를 데려온 것은 처음이었다.

노각주는 가장 먼저 별채에 공간을 마련하라 이른 뒤 치료를 시작했고 곧 아들을 불러 들였다. 비록 다섯 달 만이었지만 린신이 하던 일을 제치고 돌아왔을 때 그는 아버지의 뒷모습조차 볼 수가 없었다. 그는 각의 모든 일은 총관에게 일임한 뒤 하루 종일 치료에 매달려있었으므로.

고요한 얼굴로 차를 마시던 린신이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벌써 일주일째, 그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 도대체 어떤 환자 길래, 어떤 치료를 하기에 각의 일은 물론이요. 하나뿐인 아들에게 단 일각의 시간도 내지 못하는 건지. 하지만 환자의 신원과 병명, 치료법은 오직 노각주만이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까지 비밀로 한 그 귀한 환자의 면상을 직접 확인해야겠다고 린신은 다짐했다. 그래서 걸음을 옳기는 그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수야, 수아야..."

익숙한 목소리에 문을 밀기 위해 뻗은 린신의 손이 우뚝 멈춰 섰다.

"참지 말고 그냥 소리를 지르렴. 수아야..."

나지막하게 환자의 이름을 말하는 노각주의 음성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환자에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노련한 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린신은 '수'라는 사람의 기척이 궁금해 몸을 밀착시켰지만 그의 목소리를 들리지 않았다. 다만 문 안에서는 섬뜩한 소리와 노각주의 한숨, 그리고 이따금씩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
"참으로 독한 인사가 아닌가?"
"네?"

갑작스런 린신의 혼잣말에 일을 돕던 각원들이 총관의 눈치를 살폈다.

"어지러우니 눈 그만 굴리게."

힉 소리 나게 숨을 들이키고는 젊은 각원이 고개를 푹 숙였다. 노각주의 일을 담당하랴 린신의 수발들랴. 만성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총관이 미간을 주무르며 물었다.

"왜 또 심술입니까?"
"흥, 내가 언제?"

랑야각의 소황제가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심술이 난건지. 접선을 만지작거리는 린신의 손길이 유독 거칠다.

별채의 환자는 화한독에 중독된 상태였다. 지난 한 달간 각원들을 닦달해서 알아낸 결과였다. 의식이 없이 아버지에게 업혀 왔고 장포로 몸을 가렸지만 드러난 팔 다리가 흰 털로 덮여 있었다. 도무지 인간이라고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총관이 넌지시 건넨 말로 확신했다. 그가 말하길 아버지가 환자를 발견한 곳은 매령이라 했다.

"화한독이라..."

화한독, 아주 특수한 조건들이 갖춰져야 나타나기 때문에 좀처럼 볼 수 없어서 그렇지 분명 존재하는 독의 이름이었다. 치료 과정이 궁금하긴 했지만 자신이 개입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한 달이면 결론이 나리라. 린신은 오도 가도 못하는 스스로의 처지를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게 꾹꾹 참다가도 울화가 치밀 때면 별채로 튀어가곤 했는데 그때마다 혀를 내둘렀다. 산채로 껍질을 벗기고 뼈를 깎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는 제대로 된 비명소리 한번 내지 않았던 것이다.

"임수라고 했던가."
"네?"

황급히 제 입을 막는 총관을 떼어내며 린신이 접선을 펼쳤다. 누가 들을세라 우왕좌왕하는 그가 못마땅한지 린신의 미간이 약하게 찌푸려져 있었다.

"떨어지게 떨어져. 저 수가 그 임수 맞잖아?"
"소각주!!!"
"뭐, 비밀도 아니잖은가. 금릉의 작은 태양으로 불렸다지?. 적염군의 효기장군 임수. 태황태후가 가장 사랑하는 손자. 아니, 이제 사랑했던 손자겠군. 저이는 이제 살아도 산 게 아니니까."
"아휴, 작게 말하세요! 금릉에 피바람이 불었다는 걸 알면서도 이러십니까? 누군지 소문이라도 내면 큰일납니다!"
"지금 소문이라고 했나? 이보게, 각원중에 그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아직 있는가? 그 정도로 눈치가 없으면 하산해야지."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는데 이곳은 천하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랑야각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각원들은 별채의 환자에 대해서 눈치 채고 있었다. 매석남이라는 강호인이 아들과 함께 랑야각을 찾은 적이 있었고 그 특별한 손님들이 임가의 사람이란 것을 모르는 각원은 별로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노각주가 하는 일이기에 입을 다물고 있을 뿐.

"아버지는 무슨 생각이신 건지."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각의 일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일이지 않습니까."
"... 과연 이렇게 큰 위험을 감수할만한 일인 걸까? 랑야각은 어디에 휩쓸려서는 아니 되네."

금릉에서 날아온 소식은 임부에서 일으킨 모반이라 했다. 모반. 모든 황제가 가장 경계하는 말이 아닌가. 현 황제는 더욱 그러했고. 하지만 별채에서 치료 받고 있는 소년은 아직 어렸다. 눈앞의 철없는 소각주보다 어리다고 들었는데... 대장군인 아버지와 전우를 잃고 연쇄적으로 어머니, 믿고 따르던 형님까지. 하루아침에 모두를 잃었는데 저마저도 생과 사의 경계에서 싸우고 있었다. 어떤 병인지 알지 못하는 각원들도 별채 근처를 지날 때면 작게나마 소년의 회복을 빌었다. 하지만 오직 린신만이 시큰둥했다. 그저 랑야산을 벗어나지 못해 안달이었다.

어휴. 모든 것을 잃은 이에게 일말의 동정도 없는 것이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입을 달삭이던 총관이 한숨을 내쉬곤 입을 꾹 다물었다.

랑야각에서 나고 자란 린신은 세상의 온갖 일을 듣고 자라서일까 남의 일에 무감했다. 그래서 모두에게 공정했으나 한편으로는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모두 그를 믿고 따르지만 가끔 보이는 섬뜩함은 두려워할 수 밖에 없었다.

"글쎄... 나는 잘 모르겠어..."


매사에 진심은 없고 호기심만 가득한 린신. 인간관계에 서툰 작은 각주가 저러다 마음을 다치지 싶어서 걱정은 됐다. 하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저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접선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긴 린신을 보며 그가 고개를 모로 저었다.


*
문제의 임수를 보게 된 건 한 달하고 열흘이나 지나서였다. 린신은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는 사내 앞에 정좌해있었다. 곤란한 일은 제게 넘기고 보는 아비에게 울컥 반항심도 생겼으나 결국 호기심이 그를 별채로 이끌었다.

환자는 길고 긴 치료 과정중 이제 한고비를 넘긴 참이었다. 아직 몸이 좋지 않으니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눈앞의 남자는 땀을 송글송글 흘리면서도 제 고집을 꺾지 않았다. 린신은 언젠가 보았던 임수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볕에 그을린 피부, 짙은 눈썹과 굳은 입매. 소년은 대장군인 아버지를 쏙 빼닮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자신만만하고 장난기가 가득했던 연갈색 눈동자. 붕대아래 감춰진 얼굴과 그의 눈빛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마음의 준비는 되셨습니까?"

남자가 고개를 작게 주억거렸다. 마주보고 있는 린신은 점잖은 말투와 다르게 조금 흥분해있었다. 노각주가 그의 얼굴을 봤다면 의원이란 자가 환자의 마음은 헤아릴 줄 모르고 그저 호기심만 드러낸다고 등짝을 때릴 만한 그런 표정이었다. 하지만 붕대를 감은 채 정좌해있는 남자에게선 어떠한 기색도 드러나지 않았다.

이윽고 가늘고 흰 손이 조심스럽게 붕대를 풀러 내렸다. 허공에서 네 개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순간 린신은 벼락같이 깨닫고 만 것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연한 갈색 눈동자, 저 눈에 사로잡히고 말았다고.

각주종주 린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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