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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ㅇㅁㅇ 케이크버스로 너붕붕화꺼텀 1

ㅇㅇ(114.200) 2016.10.17 23:16:42
조회 1709 추천 8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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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이라 해야할지 재업이라고 해야할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예전에 케이크버스라는 걸 봐서 썼던 거 들고 옴. 출저는 아마 짤 안에 있는 저거인 듯.

후방 주의 빼고 다 주의


너붕붕은 배우지만 뜬 배우는 아니고 그냥그냥 일이 끊기지는 않아서 큰 사치 하지 않아도 먹고 살 만한 배우임. 최근에는 연기보다는 노래 만들고 시나리오 쓰는 쪽으로 활동을 더 많이 하고 있음. 너붕붕이 친한 배우는 왕오우, 왕오우 또한 너붕붕처럼 포크임. 둘이 같이 어울려서 케이크 클럽 같은 곳에도 가고 그러는데, 그 곳에 가면 어릴적부터 납치되어 포크들의 식량이 된 케이크라든가 빚 때문에 팔려온 포크들의 체액을 섭취할 수 있는 불법 사업장 같은 곳임. 겉으로는 카페나 바처럼 꾸며져 있음. 케이크의 피를 마시는 사람, 눈물을 좋아하는 사람, 정액을 좋아하는 사람, 말 그대로 살을 오독오독 씹어먹는 사람 등등 포크의 취향과 종류는 매우 다양함. 멍청한 포크들은 사회에 들통나 대부분 도태되기 십상이거나 이미 도태된지 오래고, 자기자신을 교묘하게 감추고 숨길 줄 아는 포크들만이 남아 나름의 좁은 여러개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살고 있음. 포크들의 커뮤니티는 종류도 많고 굉장히 폐쇄적이기 때문에 같은 포크라 해도 잘 받아들이지 않음. 너붕붕은 왕오우와의 인맥으로 포크 커뮤니티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음. 



-부제-

어여쁜 죄책감이 없더라도.




蜜蜂,

미펑,

꿀벌,

그렇게​ 불려야 했던, 또는 그렇게 불렸던, 또는 그렇게 불릴 수밖에 없었던, 또는 그렇게 불렸을지도 모르는 여자는 반쯤은 타인이었다. 그 타인은 허니 비라는 이름이 등장함과 동시에 열두 살의 봄을 기점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거울 속에 있는 것도, 그 반쯤은 타인이 되어버린 그 사람 또한 모두 사랑스러운 자신이라는 데 진실이 기반하고 있으므로-, 그 진실을 아무렇지도 않고 손가락으로 예쁘게 케이크의 생크림을 쓸어담듯이 날렵하게 쓸듯이 그러모은 다음 그 우아한 손동작으로 제 손가락을 혀로 애무하듯 맛보는 것으로 진실을 사실과 일치하게 만들겠다는 다짐을 한 것은 어린 열두 살의 여자아이였다. 열두 살이 어리다는 데에 누가 동의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말도 안 되는 진실을 사실로 만들기 위해, 또는 사실을 진실로 만들기 위해, 또는 그 사실도 진실도 아닌 것을 사실과 진실이라 속이기 위해, 또는 그 사실이자 진실인 것의 일면만을 보여주며 이것만이 답이라고 종용하지 않는 강박적이고 자애로운 미소를 짓는지.

허니 비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색깔, 색조, 색감. 오늘의 색은 무엇으로 할까. 누군가에서 선물 받은 제 아이쉐도우의 팔레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 32가지 색의 팔레트의 뒤를 뒤집어보았다. 아쉽게도 색의 이름이 쓰여있질 않았다. 저 보랏빛에 가까운 자줏빛의 이름은 궁금하지 않았지만, 정말로 궁금한 것은 가장 왼쪽에 나란히 줄지어 있는 붉고, 벽돌색 같기도 하고 말린 장미 꽃잎 같기도 하고, 너무 익혀버린 빵조각처럼 푹 구워버린 듯한 벽돌색 같은 저 붉은색. 27.2% 정도의 펄감이 들어간 은은한 반짝임과 함께 강렬하게 빛나는 색은 바로 피부 위에 덧바르면 아름답게 그려지지를 못한다. 그것이 못내 슬프냐고 묻는다면 코웃음을 칠 것이다. 분을 바르고, 그 위에 흰색이나 살구색 섀도를 덧바른 다음 제가 원하는 색을 그리면 되니까. 그리 쉬운 방법이 있는데 왜 쓸모없는 섬세한 감성에 젖어들어야 하는 것인가. 웃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비웃고 싶은 기분이.

그래, 마치 그것과도 다를바가 없다. 포크와 케이크처럼. 허니 비는 크고 예쁜 눈을 깜빡이며 제 위에 옅게 마젠타를 손가락으로 덜어 발랐다. 반달모양으로 눈두덩을 덮는다. 살이 없기는 하지만 홀쭉하게 아이홀이 패이지는 않은 눈 위로 손가락이 빠르게 지나간다. 여러번 왕복하며 그것을 덧바른 후에, 좀 더 짙은 벽돌색으로 손가락을 가져가 눈꼬리 끝에서 삼분의 이 정도를 칠한 다음, 붉은 기가 거의 없는 짙은 갈색을 눈꼬리 끝에 발라 사납게 올려준다. 이 색, 도대체 무슨 색일까. 분명히 어디서 이 색의 이름을 본 것 같은데. 물론 같은 색은 아니겠지만, 비슷한 느낌의 그 색, 이름이 예뻤던 그 어감. 무얼까. 그러고보니 어느 나라에서는, 갈색을 차(茶)색이라고 부른다는 것 같기도 하다. 차를 생각하니, 문득 크림 리조또가 먹고 싶어졌다. 어서 나가야지. 그래서 여자는 화장을 하는 손을 서둘렀다. 은색 펄을 눈꼬리 앞쪽에 바르고, 금색 펄이 섞인 짙은 카키색의 아이라인을 날카롭고 사납게 그린다. 그 날카롭게 올라간 눈꼬리의 선을 따라 그대로 터키의 서부 해안에서 사막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자라 흑장미와 같은 색을 띄는 건조한 그 장미 꽃잎을 지중해로 날라 올리브와 함께 말린 것처럼 어여쁘고 고운 마른 장미 꽃잎같은 색을 해안가를 애무하는 파도처럼 무심하게 두드리면 드디어, 이걸로 끝이다.

화장은 성스러운 행위와도 같다. 전투를 준비하는 전사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흡족하게 그려진 눈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고 한 번 샐쭉, 웃으면 날카로운 눈매와는 달리, 이유 모를 귀염상인 얼굴이 애교스럽게 웃는다. 허니 비에겐 애교가 없었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회피하고 반격하기 위해선 애교라는 것도 필요했고, 순수함을 가장한 얼굴도 필요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그것들이 사실이라고 제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진심이었다. 웃기게도, 매 순간 순간이 진심이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전혀. 가끔은 미펑이 되기도 하고, 허니 비가 되기도 한다.


여자가 자신이 포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12살의 초겨울이었다. 크리스마스. 사람들은 그것을 저주라고 불렀지만 미펑은 그것을 선물이라 부르기로 정의했다. 이건 크리스마스의 선물이야, 어린 미펑은 그렇게 말하고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웃었다.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제 앞에 놓인 분명히 좋아하는 한 조각의, 제가 좋아하는 가지런하도록 우아한 크림색 바탕에 엷고 커다란 푸른 장미 무늬 수채화가 배치된 그 접시 위에 칼로 깔끔하게 단면이 잘려 얌전하게 올려진 달콤할 것이 분명한 산딸기무스 초코케이크의 맛은 더 이상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펑이 영특한 것은 가히 하늘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코가 매우 예민했던 미펑은 음식의 대략적인 맛을 냄새를 맡음으로써 짐작할 수 있었다. 소금 냄새와는 확연히 다른 짠 냄새까지도, 그리고 3시간 뒤면 소나기처럼 쏟아지거나 이슬비처럼 쏟아질 비의 냄새까지도 맡을 수 있는 미펑이 '포크'가 아닌 것처럼 '위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끔 삐끗하는 날이 있긴 했지만, '어머, 그래요? 많이 짜요? 제 입에는 괜찮은데...', '허니 씨, 저번에는 짠 것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럴 때면 허니 비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눈을 깜빡이면서 대답하곤 했다. '그랬죠... 그런데 오늘은 괜찮네요. 그새 입맛이 바뀌었나?'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허니 비에게는, 자연스럽고 안전한 타이틀이 붙었다. 기분도, 입맛도, 하루하루 바뀌는 사람이라고. 그건 반쯤은 사실이었다. 청초한 백합처럼, 우아한 난초처럼, 충직한 국화처럼 옷차림과 화장이 매일매일 바뀜에 따라 사용하는 어휘와 말투, 그리고 목소리의 톤과 손짓까지 미묘하게 바뀌는 허니 비를 세간과 언론과 사람들과 관중들과 동료들은 '천의 얼굴을 가진 허니 비'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것은 허니 비의 커리어에 매우 도움이 되었다. 허니 비는 배우다.

무음이나 진동으로 해 놓는 휴대폰을 열었더니, 무언가가 깜빡거렸다.


[케이크 먹으러 갈래?]

짤막한 문자가 와 있었다. 발신자는 '우주최강미녀 왕오우 언니'.

[그럼요, 어디로 가요?] 허니 비는 꾹꾹 눌러 답장을 보냈다. 문자가 전송되었습니다, 하고 알림이 뜸과 동시에 허니 비는 문자 한 통을 더 쳤다. [언니, 저 버터 케이크 싫어하는 거 아시죠? 저는 그... 산딸기 무스케이크를 제일 좋아하는데요.. 아, 아니에요 언니. 그냥 언니 먹고 싶은 거 먹으러 가요:). ] 

[도리탄 27-2번지. 지하. 내 이름 대고 들어오면 돼. 말해 놓을게.]

혼자 뒹굴고 있던 참이라 필터 없이 생각이 이리저리 그대로 흘러나갔다. 딱히 가타부타 말도 없이 바로 메신저로 답장이 왔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왕오우는 항상 케이크를 먹을 때면 해외 메신저와 해외 아이피를 이중 삼중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썼다. 그래봤자 어차피 작정한 보안에게 기기를 해킹 당해서 잡히면 끝인 거 아닌가, 허니 비는 입을 삐죽였다. 어쨌든 누군가가 두 사람의 휴대폰을 뒤진다고 해도, 기기를 해킹하지 않는 이상은, 메신저만 탈퇴하고 삭제해 버리면 평범한 여자 둘이서 카페로 케이크를 먹으러 가자는 내용과 별 다를 바 없는 알리바이만이 가득할 터였다. 어차피 장소야 항상 바뀌는 것이니. 또는 평범한 바로 위장하고 있다든가, 누구의 사유지로 되어 있다든가. '포크'라는 것으로 매장 당하기에는, 왕오우도 허니 비도 잃을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더군다나 왕오우는 꾸준하지만 느린 상승세를 지나 이제야 조금이나마 인기 스타덤에 오르기 시작한 배우였다. 왕오우, 왕오우... 허니 비는 멀리서 본, 근 이십년만에 떴다는 선배 배우인 근동을 떠올렸다.


-저 사람은 뭐예요?

-동꺼? 평범하지.

왕오우는 삼각 김밥을 손에 쥐고 말했다. 왕오우와 근동이 함께 출연하는 드라마의 홍보 포스터 촬영에 구경 온 허니비는 양손에 간식을 가득 들고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왕오우 언니 보러 왔어요. 여어, 허니 씨 오랜만이야. 요즘 하도 작품을 안 해서 벌써 은퇴하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그런 거 아니지? 에이, 서운하게.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저보고 벌써 굶어죽으라는 말씀이세요? 그러면서 허니는 가져온 간식을 감독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몇 분이나 계신지 언니가 기억을 못하길래, 일단 넉넉하게 챙겨왔어요. 나눠드세요. 허니비의 웃는 얼굴이 맑은 꽃처럼 쏟아졌다.

-왜 그래, 허니씨 시나리오 라이터로도 잘 나가잖아. 간간히 노래도 하나씩 뽑는다면서.

-그거야 뭐, 그냥 평범하게.. 다른 분들 하시는 거 만큼만 하는거죠.

-근데 왜 허니씨 노래는 다 슬퍼? 아냐, 그냥 슬픈 건 아니지. 뭔가 좀... 야시시한 슬픔이랄까. 쓸데없이 당당해서 더 퇴폐적이랄까.

-어... 싫으세요?

-아니, 우리한텐 좋은거지. 허니 씨는 찍을 맛도 나고 같이 일할 맛이 나거든. 성격도 좋잖아.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애교 있는 웃음을 날린 허니는 왕오우에게 다가와 삼각 김밥을 와르르 쏟아주었다. 이건 언니 거! 삼각 김밥을 좋아하는 왕오우에게만 특별시 선사 된 그 밥 덩어리들을 바라보던 스탭들이 우우, 하는 휘파람을 날렸다. 둘이 아주 사귀어라, 사귀어! 네, 저희 결혼하면 축의금 많이 꽂아주세요! 몸을 쭉 빼서 장난스런 멘트를 날린 허니가 비닐 포장 하나를 까서 왕오우에게 내밀었을 때, 반대쪽 옥상문이 열리더니 아주 큰 키와 긴 다리를 가진 남자가 내려왔다. 회색 트렌치 코트를 걸친 남자를 왕오우가 한쪽 손을 치켜들어 흔들면서 불렀다.


-동꺼!

-어. 그거 뭐야?

-주먹밥! 간식 들어왔으니까 저기 가서 먹어요!


안녕하세요, 하고 허니 비가 옆에서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했다. 언제나 깍듯하게 물 흐르듯 선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곧은 등을 왕오우는 새삼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허니 비의 활동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근동 또한 연극 쪽으로 주로 활동했으므로 만날 일이 전혀 없었던 터라 초면이었기에 근동이 존대로 인사를 했다. 계단참 밑으로 걸어간 허니 비는 다시 허리를 약간 숙이며 근동이 내민 오른 손을 맞잡았다.

-근동입니다.

-허니 비입니다. 말 편하게 하세요, 선배님.

-음...

근동은 딱히 그 말에는 대꾸를 하지 않고 허니 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이는 잘 모르겠지만 왕오우더러 언니라 하는 걸 보니 그녀보다는 어릴 텐데, 그것을 감안해도 심하게 어려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나이가 좀 있어보이기도 하고. 또 전체적으로 귀염상인 얼굴에 화장은 화려해서 팔색조같은 느낌이 들었다. 팔색조, 팔색조라. 근동은 대충 마무리를 짓고 멀어져갔다. 왕오우만 있는 테이블로 허니 비가 돌아왔다. 왕오우가 허니 비를 참으로 예뻐하고, 허니 비도 왕오우를 참으로 잘 따르기 때문에 왕오우나 허니 비와 일하는 업계 종사자들은 두 사람의 사이를 잘 알고 있었다. 왕오우가 허니와 앉아 있을 거라며 테이블 하나를 끌어다 멀찌감치 놓고, 다른 사람들을 쫓아내 버렸기 때문에 벽을 등지고 사람들에게서 꽤 떨어져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왕오우도 또한 포크였다.




-저 사람은 뭐예요?

-동꺼? 평범하지.


포크도 아니고 케이크도 아니란 소리였다.



-주변에 그 쪽 사람 있어요?

-글쎄. 성격 더러운 쪽이야(남이 들을 것을 대비해서 두 사람은 포크를 성질 더러운 쪽이라고 비유해 부르곤 했다) 성격이 더럽다는 게 들키면 문제 될 게 많으니 딱히 드러난 적이 없다 치더라도... 달달한 쪽, 상냥한 쪽(케이크를 지칭하는 말이었다)은 꽤 많잖아. 드러나도 문제될 것도 없고. 연예계 생활이 근 이십년이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보고 들은 것만 해도 상당할걸.

그나마 포크가 자신이 포크임을 은밀히 알릴 수 있는 업계라고는 연예계나 돈으로 덮을 수 있는 경제계 뿐이었다. 원래부터가 정신 딱가리 반쯤은 없는 이 곳에서 포크의 야성을 동경하는 미친 놈들도 없지는 않은 데다가 포크와 케이크를 소재로 한 작품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안타까운 사실이라면 포크와 케이크의 관계는, 매체에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병적이고 단순한 데다 섬세한 감성 따위 없다는 게 문제였지만. 물론, 섬세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 포크와 케이크가 연인 관계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거의 모든 결말은 불행했다. 결국은, 포크가 케이크를 먹어치워버리거나 케이크가 부서져 버리는 것. 식인이라는 죄책감은 달콤함에 사라져버린다고. 허니 비는 코웃음을 쳤다.


-언니도, 식인이라는 죄책감을 느껴요?

-응. 그래도 달잖아.

-그렇구나.

-왜?

-나중에 얘기 할게요. 그거 마저 먹어요.

준비해주세요, 다시 들어갑니다! 스탭의 목소리에 왕오우는 쿠키 한움큼을 손에 쥐고 일어섰다. 그녀는 일부러 주변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 다른 테이블 쪽으로 걸어가며 외쳤다. 내 입엔 짜거든, 허니 비! 다음부터는 신경 써서 사와! 허니는 웃었다. 네네, 알아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거수경례를 척, 하고 붙여 보였다.


근동. 근동이라.

제 보랏빛 펄이 발린 눈꺼풀부터 눈동자를 샅샅이 들여다보는 느낌. 케이크도 아니고, 포크도 아니라지만. 그래, 그렇단 말이지...

-쓸데없이 감이 좋으신 분이네.

아직까지 자기가 느낀 게 뭔지는 모르시는 것 같지만. 




.


.


.





[언니, 미안해요;_;... 위양 감독님이 부르시는데요...]

[그래? 할 수 없지. 다녀 와.]

[ㅠㅠ... 저도 케이크 먹고 싶은데..]

[카페에서 나올 때 포장해서 나중에 밤에 갖다줄게 ^^*~]

[역시 언니가 최고예요. 대충 몇 시쯤 마치는지 보고 연락할게요!]



위양​ 감독은 허니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데뷔 초반에, 허니에게 팔색조 같은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위양 감독은 시나리오를 싸그리 엎어버렸고, 덕분에 스토리라인 팀에게 욕을 거하게 얻어먹었다. 허니의 데뷔작은 눈이 보이지 않고 겁이 많은 가녀린 소녀였다. 에피소드 형 드라마의 엑스트라나 다름 없었던 그 역할에서 아직까지 기억나는 거라곤 도저히 눈을 뜨고 더듬거릴 자신이 없어서 눈을 감고 있는 것이었다. 배우 하겠다면서 그거 하나 못하겠냐는 감독의 일갈에 허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서 설정을 잡아봤는데요... 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눈을 감고 있는 사람으로요... 내가 눈을 뜨지 않으니까 보이지 않는 것이고, 이건 내 의지이며 내가 눈을 뜨기만 하면 세상이 보일 거라고 자신을 세뇌하는 소녀요.' 감독은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일찌감치 이 업계에서 때려치고 나가라고 했고, 허니는 울면서 그에게 매달렸다. 제발요, 잘할게요... 감독은 그럼 한 번 도전이나 해 보자며 카메라를 돌렸고, 전혀 다른 처연한 분위기와 애써 꾸며낸 장난스런 표정과 분위기가 더 슬퍼보이는 행운이 따라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위양 감독은 자신이 계획하고 있던 영화의 주연으로 허니를 선택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싸그리 엎었다.




'잘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나는 허니씨를 믿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는 건, 그러니까 자아가 있다는 건 허니씨가 그 캐릭터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는 뜻이고 나는 그런 배우가 연기를 발로 할 거란 생각은 안 해. 그리고 허니씨라면 이 역할 잘 할 수 있을 거야.'


위양 감독이 허니에게 내어준 배역은 반쯤 미쳐버린 여황제였다. 강인해 보이는 황권이지만 실은 살얼음판이나 다름 없는 그 위태함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는 여황제는 결국 고독과 탈력감에 호위무사도 물려버린 이후에야 발광하고 소리를 지르며 발작한다. 그녀의 비뚤어진 성정은 지하 감옥에서 반역자들을 심문하거나 고문할 때 비춰지는데, 그 때마저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황제는 제 기분을 마음껏 풀어내지 못한다. 남에게는 여유롭듯이 썅년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모든 것을 쥐고 손에 흔드는 듯한 황제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 영화에서 허니는 소녀스러움과 발랄함, 권력자의 탐욕과 여유로움, 유혹적인 퇴폐미와 강렬한 자신감, 인내와 강인함, 그리고 부서질 듯한 연약함과 고독감과 광기, 탈력감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대중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허니의 일이 끊기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말 그대로 팔색조와도 같은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는 허니를 선호하는 감독들과 시나리오 작가들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제 은인인 위양 감독이 부르면 허니는 브라질에서 카자흐스탄까지도 곧장 날아갔다-물론 그 누구도 브라질이나 카자흐스탄에 있지는 않았지만-. 허니가 쓴 첫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어준 것도 위양 감독이었다.





그가 허니를 부른 곳은 사무실도 아니었고 촬영지도 아니었다. 보내준 주소대로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한적한 산자락 어드메쯤에 자리한 카페로, 은퇴한 한 조명기사가 차린 곳이었다. 카페 안에는 업계 사람이 간간히 들르는 것을 제외하고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손님이 없는 건 아니지만 위치가 위치인지라 많은 손님이 찾지 않았기에 솔직한 심정으로 사장님이 걱정되기는 했다. 생각해보니 누군가를 걱정할 처지가 못 되는 것 같았지만 누군가를 걱정하고 신경 쓰는 것도 천성이었다. 이런 네가 포크라니, 왕오우는 솔직하게 호호 웃음을 터뜨렸지만 원래 세상사 전부 모순 아니겠어요? 허니는 어깨를 으쓱였을 뿐이다. 위양 감독의 맞은편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머리통 두 개 사이로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하게 올라왔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허니."

"그만 좀 피우세요. 옆에 있는 저도 폐암으로 죽을 것 같거든요."



편하게 툴툴대는 소리를 하자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갈색 체크 베레모를 쓰고 크고 동그란 검은 안경을 쓴 감독은 의자를 툭툭 쳤다. 위양과 그의 일행인 것처럼 보이는 남자의 사이에 앉게 된 허니가 다가서면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카모플라쥬의 바지에 아무 무늬 없는 하얀 티셔츠를 입고, 길고 우아하고 숱 많은 속눈썹을 팔랑대고 있는 차가운 인상의 남자.


"곽건화입니다."

"허니 비입니다."


둘은 일어서서 악수를 한 번 한 뒤에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의 앞에 스테이플러로 찍힌 종이가 널브러져 있었다.


"허니, 제일 좋아하는 배우가 곽건화씨랬잖아."


허니가 네, 그렇죠, 하는 답변을 내놓기도 전에 감독은 안경코를 통통한 왼쪽 검지로 치켜 올리며 말을 이었다.


"곽건화씨가 시나리오를 하나 들고 왔는데, 딱 허니가 생각 나더라고. 이거 한 번 읽어보라고 불렀어."




.


.


.






"헉...감독님. 이거 너무 야해요."

"왜, 못할 건 없잖아."


평소 화보 촬영도 곧장 이런 느낌 많이 하지 않았어? 위양 감독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긴 한데요, 셔터를 누르는 거랑 카메라가 계속 돌아가는 동영상은.. 아니 이게 아닌가 대사가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의 차이인가...어... 그게 여튼 제가 수위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거 아시잖아요."




영화나 드라마 안에서 수위 있는 촬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화보 촬영이야 해보지 않은 종류가 거의 드물었다. 에스엠부터 마피아, 하다못해 판타지계열로까지도 두루두루 촬영해보았지만 정말로 허리를 흔들며 달뜬 신음을 내뱉어야 하는 수위 촬영은 솔직히 아직도 부끄러웠다. 나이가 몇이고 데뷔한지가 몇인데 아직까지 그런 게 부끄럽느냐 누군가가 말한다면 솔직히 대꾸할 말이 없긴 했다. 애초부터 해 본 적도 없었다, 그 섹스라는 거. 해 본 적이 없어서 못하겠다고 하면 위양 감독은 애인이 없냐고 당장 독촉을 해올 것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어서 하기에 부끄럽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남 앞에서 달뜬 신음을 내뱉으며 허리를 흔들며 당하는 쪽이 자신이라는 게 부끄러운 거였다. 으앙, 이게 뭐예요. 야해요. 괜히 우는 소리를 하며 허니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곽건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분명 속으로하고 있을 말이 충분히 상상이 갔다. 한심하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건화씨가 피도 눈물도 없고 잔인하고 차가운 마피아인데. 그런 남자를 기죽지 않고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한 기운을 내뿜을 수 있는 딱 적당한 귀염상의 여자가 허니밖에 안 떠올랐는걸. 허니도 알잖아, 딱 적당한 귀염상의 그 느낌. 오히려 너무 귀여운 얼굴이면 죽도 밥도 안 되고, 그렇다고 이목구비가 강렬한 얼굴을 넣자니 그건 그냥 싸우는 느낌 밖에 안 나고. 일견 평범해보이는 여자가 정말 의외로 그런 쨍한 기운을 내뿜으며 여유롭고 가소롭다는 얼굴로 야살스럽게 굴기까지 하면서 수갑 찬 자기 손으로 마피아 목을 꾹 누르는 그 장면이 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이건 여주인공 바뀌면 영화 전체 분위기 바뀌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건..그렇지만요..."

"내가 송일 씨도 생각을 안 해 본건 아니야. 그런데 송일 씨는 너무 고양이 상이라.. 왕오우씨는 생긴 것부터 너무 여왕님 느낌이 나는 데다가 유역비씨도 너무 도도한 얼굴이라. 류시시씨는 청초하고 순한 느낌이라 뭔가 마피아가 갱생하는 걸로 끝날 것 같은 비주얼이고. 나 잠깐 화장실 다녀올 테니까 둘이 얘기 좀 하고 허니는 생각 좀 하고 있어봐. 하긴, 건화씨가 허니 마음에 안 들면 허니를 여주인공으로 쓸 수는 없겠다."


그렇게 위양 감독은 일어나서 화장실 쪽으로 사라지고, 나는 곽건화를 슬쩍 훔쳐보았다. 사실은 다 티가 나게끔, 괜히 남에게 부리는 애교식으로 쳐다본 것이다. 하긴, 곽건화에게 얼마나 애교와 교태를 부리는 사람이 넘쳐났겠냐만은. 냉한 얼굴처럼 속도 냉하지만 자기 사람한테만 잘한다는 곽건화가-일례로 후거나 자기 팬들에게- 가차 없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 뽀얗고, 예쁘게 생겼다. 왜 백두부가 별명인지 정말 알 것 같았다. 같은 업계 종사자긴 했지만, 중소 직업 직원과 화웨이의 회장님만큼이나 그와 나의 사이엔 간격이 있었다. 아니, 화웨이도 넘어서서 샤오미 회장님쯤 되려나, 아니, 생각해보니 그것도 아니다. 샤오미 회장님은 후거다. 샤오미 회장님급은 되어야 어울려주시는 위양 감독님에게 이미지가 좀 다양하다는 것 빼고 아직까지 연기력을 인정받을만한 건덕지도, 실은 그런 능력도 없던 내가 감독님의 콜을 받은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긴 했다.


"...음, 곽건화씨..?"

그는 아직까지 말 한마디 없었다. 그저 전체적은 스토리 라인을 읽고, 나온 장면 몇 개를 보고, 그리고 뒤에 붙어있는 전체 시나리오를 읽다가 내 얼굴을 힐끔 보고 안녕하세요, 곽건화입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가볍게 하고 그리고 도로 앉아서 다시 시나리오를 읽다가 창밖을 보는 것을 반복했을 뿐이다.

"일단..제 비주얼은 마음에 드시나요."

이런, 질문이 너무 멍청했다. 내 비주얼이 당연히 마음에 들리가 없지. 곽건화의 눈에 차려면 후거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예쁘고 청순한 미인형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나는 황급히 말을 바꿨다.

"아니, 그게 아니고.. 제 비주얼이 위 감독님 말처럼 그 캐릭터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


곽건화는 종이를 말아 쥐고 있던 손을 약간 내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약간 찌푸린 미간 때문에 더 차가워보이는 얼굴이 완벽했다. 정말 완벽하게 생기셨네요, 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을 간신히 참아냈다.


"방금 감독님이 말씀하신 부분, 한 번만 해보실래요?"

곽건화가 불쑥 말했다. 어느 부분요? 나는 되물었다.

"첫 만남 씬이요. 납치된 허니씨가 지나치게 차분해서 제가 관심 생겨서 강간하는 그 부분이요. 제 무릎 위에 앉혀서 허리 흔드는데 허니씨가 수갑으로 묶인 손목을 제 목 쪽으로 내려서 '반항 안 할게요.' 하고 고양이처럼 깜빡이면서 쳐다본 뒤에 제 목 콱 조르는 부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저도 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는 굉장히 정중한 어투로 말했다. 나 요즘 살쪘나? 아니야, 요즘은 케이크만 먹으러 다녀서 음식은 별로 안 먹긴 했는데 요즘 살 좀 쪘을 텐데. 카메라 앞에 선 게 언제쯤이었더라... 곽건화는 할 거예요, 말 거예요, 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원래 이렇게까지 냉랭한 사람인가 싶었다. 티비 보면 가끔 웃고 그러던데. 나도 긴장 좀 풀게 한 번만 웃어주지. 나는 괜히 속으로 툴툴거리며 백을 뒤져서 포장하는 데 쓰려고 샀다가 그대로 처박아둔 크라프트지 색의 종이끈 한 다발을 꺼냈다. 이것 좀 묶어주세요, 하고 나는 곽건화에게 손목을 내밀었다.

그는 내 손목에 감긴 시계를 보고 턱짓을 했다. 이거 그대로 끼고 할 거예요? 아, 그렇네요. 나는 손목 시계를 깨닫고 그걸 풀어냈다. 남색 메탈 바탕에 은색 체인이 기괴하게 꼬인 시계를 탁자에 내려놓는데, 무슨 냄새가 났다. 무슨 냄새지. 아주 옅은 냄새였다. 그리 달지도 않은. 아주 옅은, 무언가의 단 냄새. 그러고보니 곽건화가 하얀 포장지의 토끼 그림이 그려진 유가 사탕을 상비하고 다닌다는 것도 유명한 이야기긴 했다. 하지만 이건, 인위적인 설탕의 단 냄새가 아니었다. 냄새 좋다. 하지만 너무 희미해서, 무슨 냄새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곽건화가 내 손목을 묶는 것을 바라보았다. 너무 조여져서 아프지 않도록, 묶고 손가락을 걸어서 한 번 잡아 당겨본 섬세한 곽건화가 다 준비 되었냐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힐끔 대사를 마지막으로 눈 안에 집어넣고 그의 무릎 위로 냉큼 올라탔다.




"아저씨."


가느다랗고, 쭉 뻗은 가죽 스키니에 감싸인 허벅지 한 쪽 부분이 야살스럽게 문질러진다. 눈 앞의 여자는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꾸고는, 어쩐지 촉촉하게 젖은 듯한 머리칼과 야성적인 눈으로 입만은 순종적이게 종알거린다. -반항, 안 할게요.


"그러니까, 잠깐만 참아줘요."


그리고는 여자는 어르듯이 네? 하고 덧붙인다. 눈을 한번 샐쭉, 휘어보이고는 그 눈이 요사스럽다고 생각한 순간 숨이 턱, 조여왔다. 빨갛게 칠한 입술과 턱선, 목울대가 눈에 보이고 그것이 가깝게 다가온다고 생각한 순간, 오른쪽 귓가가 깨물렸다. 연습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굳이 지금 깨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대본에서는 피가 나도록 세게 물어 뜯는다고 되어 있었는데, 야살스럽게 송곳니로 살살 긁다가 살짝 깨문 것에 불과했다. 여자는 깨문 부분을 사과하듯 혀로 살짝 핥아주고는 약을 빤 듯한 눈으로 고개를 기이하게 꺾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거봐요, 아니라니까?











"여기까지 합시다."


감독이 왜 그녀를 원했는지 알 것 같았다. 눈, 약 빤듯한 저 눈에 순식간에 요사스럽게 변한 저 분위기. 꽤 오래 연기를 쉬었다고 들었지만, 광기 연기는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제작자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같이 합시다, 영화.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런 건화에게, 그 여자는 말했다.


"나중엔 정말로 깨물 거예요, 피딱지가 앉을만큼..."


그리고 그의 위에서 내려오지 않은 채로 빨려들 것만 같은 두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는 원래 그렇게 연기하니까요, 곽건화씨도 뺨 때리는 거 진짜로 확 때리셔도 돼요."





나는 그에게 내 뺨 사정 같은 건 봐줄 필요 없이 정말 힘차게 때려도 된다고 말하고 나서야, 그의 무릎 위에서 내려와 풀어달라고 손목을 내밀었다. 돌아온 위양 감독은 우리의 결정을 듣고 매우 만족해 했다. 그리고 그는 계약서를 내밀었다. -잘해보자, 정말로.




.



.


.




아까, 그의 귀를 깨물고 그 부분을 혀로 핥은 것은, 참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씨발. 빌어먹을. 그의 귓가 가까이에 입을 가져가고 나서야 나는 그 냄새의 정체를 깨달았다.


​케이크다. 그것도 우유케이크. 그래서 냄새가 잘 나지 않았던 것이다. 아주 가까이 다가가서야만 흐릿하게 풍기는 냄새, 아주 예민한 내 코가 희미하게 잡아채고도 정체를 눈치채지 못한 그 냄새. 우유 케이크이기에 그리 단 향도 아니고, 향이 강하지도 않으니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간 목덜미 위의 피부에서 나는 냄새로 나는 깨달았다. 이건 우유 케이크다. 그리고 참지 못하고 깨문 귀에서는 우유 케이크의 맛이 났다. 부드럽고, 순도가 높아 깨끗한 맛이 나는 폭신폭신한 우유케이크. 백두부라더니, 씨발. 혹시 그 별명 붙인 후거도 포크는 아닐까. 알고보면 후거 전용 케이크일지도 모르지,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부드럽고 입에서 녹는 우유 생크림의 냄새. 그것도, 아주 정제된 우유로만 만든 아주 곱고 어여쁘고 정제되고 깨끗한 우유 케이크.


잘 해봐요, 우리.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 낯으로 손을 내밀었다. 우유 케이크도 뽀얀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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