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그녀의 얼굴은 그리다 만 곡선의 어깨만큼 동그스름했다. 똥그랗게 뜬 반달눈은 웃을때 거의 치명적 귀여움을 뿜뿜하고 살짝 위로 올라가 단호해 보이는 입꼬리는 능소화같은 주황빛 입술과 조화가 되어 남심을 훔쳐댄다. 첫 날 보았을때는 청순한 캐쥬얼 차림이었는데 오늘은 까만바탕에 꽃모양이 프린트된 지적인 원피스에 청쟈켓을 걸쳐 입어 여성스러움이 배가 되어 보였다.


강은 봄을 바라보고 봄은 강을 바라본다.
강이 바라보는 봄은 화려하지 않는데, 여자인척 이쁜척 고상한척 하지 않는데 예쁘고 지성적이며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봄이 바라보는 강은 첫 날 보다 더 은회색털이 반짝거렸고 진회색 눈빛이 초롱초롱 했다. 그렇게 둘은 서로에게 빠진 상대에게서 눈길을 뗄 줄 몰랐다. 강은 한참을 물끄러미 혼 나간듯 그녀를 바라보더니 그녀의 냥이 강이에게로 다가갔다. 냥이가 놀라지 않게 멀찍이서 손을 먼저 내밀어 냄새를 맡게 해주었다. 그리고 귀엽다고 만지거나 꼬리를 잡아당기지도 않았다. 냥이 강이가 높은 선반위로 꼬리를 치며 올라갈때도 자신만의 은신처로 숨어 들어갈때도 억지로 잡거나 따라가지 않고 그냥 두었다.
이건 다 고양이 문외한이던 그가 최근 고양이에 대해 공부하면서 알게 된 동물에 대한 기본 에티켓이다. 강아지는 어릴때부터 키우기도 해서 익숙했지만 고양이는 왠지 눈빛이 쏘아보는 듯 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그가 고양이가 그리 이뻐 보일수가 없다니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자연스럽게 냥이 강이와 남자 강은 서로 어울려갔고 그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던 봄 그녀도 강에게 다가와 눈인사를 했다. 그녀의 연한 체리빛으로 물든 볼은 카페 안 온도때문인지 낯설지만 싫지만은 않는 그 남자 강의 남성적인 팔뚝때문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가 입고 있는 반 팔 흰 티가 얼마나 새하얗던지 밤색 그을린 적당한 근육질 그의 팔뚝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그의 향수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물빛 초록향이 나는 것으로 팬이 선물해 준건데 그때문인지 그녀는 자꾸만 그의 몸선이 움직일때마다 알지 못할 현기증을 느꼈다. 가슴 또한 멋대로 방망이질을 해대서 그녀는 잠시 소파로 돌아가 다 식은 비엔나 커피를 홀짝 마시는 척 남자에게서 받은 향기를 뱉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더운지 청쟈켓을 벗고 검은 색 후로랄 원피스에 적당한 키와 적당히 균형잡힌 몸으로 연신 손부채질을 했다. 그런데도 눈은 강, 아니 고 강이 아니라 그 남자 강에게 고정되어 있고 슬쩍 올렸다 내리는 입꼬리는 그녀도 그에게 급호감이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를 계속 보다가 자꾸만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서 기억의 회로를 2년전, 5년전으로 거꾸로 돌려보았다.
\'앗,,,맞다 그 사람이다 가수...노래 잘 하는...그때 희야 불렀던...신인인가 누구지? 짐껏 듣던 희야랑 다르게 푸른 새벽녘 촉촉한 이슬같은 그런 목소리..신선하다 싶었는데....아 그 사람이 지금 내 앞에 있는거구나..\' 그녀는 비현실같은 현실 앞에서 혼자 속엣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또 그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훨씬 더 따뜻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