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이라고 잘생겼더라. 

되게 상큼하고 신나는 노래인데 왜 한편이 뭉개져 있는 것만 같고 아련한 느낌이 나는지 모르겠어. 

외롭다. 비가 많이 와. 구름이 제 앞에 무어라도 쏟은 모양인지, 거둬지지도. 그칠 길도 없어 보인다.

나도 그래.

비가 많이 오는 것에 비해서 꽃들은 늘어져있기만 하고 잘 떨어지진 않아, 하지만 비에 젖은 꼴이 많이 처량하다. 빗물에 아래로 쳐진 꽃들이 내일은 어떤 모습일지. 

이제 하얗게 피어오르는 풍경은 다 끝났겠지. 꽃 비는 질때까지 예뻐. 이렇게 억지로 생이별을 하는 그 애들도 안 슬프겠니. 여름의 청량감은 봄의 잔인함을 밟고 피어나는 것만 같다. 

오래되면 구질구질하다고 하잖아. 누가 만든 단어인지. 오랫동안 나무에 남아있고 싶은 마음도 그런 것일까? 적당한 시기를 보고 떠나면 꽃 비로 흩날리고 바닥에 떨어지는 날까지 예쁠텐데, 비오는 날 물에 젖어 아스팔트 바닥에서 물길에 쓸려내려가기 까지. 떠날 때를 잡지 못하는 사람은 그렇게 나쁜 것일까. 그렇게 구질구질 한 것은 추접한 일이겠지.

우울할때 뭐해? 나는 글 써. 그 이는 영화를 본대. 글을 왜 썼는 지는 모르겠어, 처음은 정리하고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데 없는 이 마음을 말해야하기 때문이었겠지.

요즘은 그저 나는 언제부턴가 글을 써왔고 그랬기에 이 불안한 마음이 계속되는 동안 글쓰기라는 행위도 같이 해야할것같은 기분이거든.

비가 많이 와, 불을 켜놓지 않아서 모니터 불만 방안을 가득 채우고있어. 창문은 창고에 쌓아둔 짐더미 그림자와 섞여선 검은색, 회색, 불안하고 우울한 색은 다 떼다 놓은것같이 그래.

너는 담배필까? 나는 흡연자야. 여자애가 담배핀다고 하면 좋은 눈으로 안보는 사람도 많지만.. 그래. 레종 프렌치 블랙, 삼미리 짜리야.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가. 목까지 쭈욱 빨아들였다가 뱉어내고. 두 세모금 빨고나면 캡슐을 터뜨리고. 

냄새가 좋아, 흡연자라면 내 생각하면서 한번만 피워줘. 냄새가 좋거든. 포도향. 캡슐 터뜨리는 순간 강하게 날거야. 그 이는 펴보고 나서 와, 이거 정말 네가 필 것 같다. 이러던데. 

나는 슬슬 장을 보러 가야겠어. 살 것이 많거든. 소세지, 감자, 고추장, 양배추, 오이,당근…. 있지, 비가 와. 비가 많이 오는 금요일이야.

내일은 쉬기라도 해서 다행이다. 내일도 나가야한다면 잠 오지 않고 뜬 눈으로 지새야 할 오늘이 얼마나 두려웠겠니. 

그 이는.. 잘 지내고 있을까. 그랬으면 해. 죽지말고. 내 손목의 상처는 다 아물어가고 있어. 

죽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멋진 사람이거든. 나는 네가 덜컥 결혼이라도 해버릴까 겁나지만 그보다 두려운 것이 있다면 너와 영영 아무일도 다신 일어나지 않을 연의 부재겠지. 

잘 지내고.. 나가봐야겠다. 집 앞 현관에 물이 고였어. 아파트 바로 앞에 큰 느티나무가 비춘다. 비는 무얼까. 저 큰 나무도 다 젖어있고.

검은색 우산. 가게에 가는 동안 나는 또 얼마만큼 이 오갈데 없이 젖은 마음을 닦지도 못하고 흘려보내야 할지. 눈물로 나오겠지. 아주 긴 밤일테지. 두렵다. 

이 외로움이 또 어떤 사람이나 괜찮다며 나를 옭아매는 일이 아닐까. 그일까, 그가 아니더라도 또 같은 사람이겠지. 있지.. 잘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