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와의 대화를 함부로 누설하면 안 되지만..
한 4년전 일인데
채팅상담실이라고 채팅으로 상담하는건데
고등학생인 남자애가 들어왔어

내담자는 모를텐데
사실 그 채팅방이 카톡처럼
내담자가 글을 쓰고 확인을 눌러야 보내지는게 아니라,
보내지 않아도
글을 입력하는 과정이 다 보인단 말이야

근데 애가 고민을 꺼내는데 되게 망설이더라고
"제가.."까지 썼다가 멈추고..한글자한글자 쓰는데
"제가 남잔데 남자한테.."까지 썼다가 또 멈추고..
"제가 남잔데 어릴때 남자한테 성폭행을 당했어요"
까지 힘겹게 쓰고는 그걸 나한테 보내질 않고..
다시 지우더라고.
여기까지 쓰는데 거의 15분은 걸렸는데.

그래서 원랜 채팅을 보내지않아도 내용이 미리 보인다는 사실을 말 안 하는데,
그때 그냥 내가 말했어
무슨 일인지 알겠다고..다 볼수 있다고ㅠㅠ

대화하다보니 심각해보여서,
그때 옆에 계시던 팀장님이 전화로 들어봐야겠다고 하셔서
(사실 진짜 남자애가 맞는지도 의문이고,
거짓말일 수 있기때문에)

전화상담으로 넘어갔었는데
진짜 맞더라

생각나는게 그애가 막 울면서
자긴 그때 이후로 죽은거나 다름없다고.
초등학생때 당했는데 그때일이 엊그제 같아서
자기가 아직도 그때에 머물러 있는거 같대

친구들이 장래희망을 갖고 희망학과를 정할때
자긴 고민을 해본 적이 없대

초등학생때 그 일 있고난 뒤에
10년,20년 후 자기모습을 상상해보라는 숙제에서도
아무 생각이 안 들더래
어차피 죽을거라..
지금도 몸만 살아있고
마음은 초등학생때 이미 죽었다 라고 말하면서

성인되기전에 죽을 것 같대 자기가..
근데 부모님때문에 못 죽겠대
그러면서 죽은채로 산다고,
살려달라는데 너무 충격이었어

이대로 두면 안되겠어서 쌤들 여럿이서 방안도 세우고 그랬는데..

자세한 상담내용은 말하기 그렇지만
암튼 진짜 너무 충격이고 마음이 아팠던 일이었다

그애랑 상담하고 나서 다른 또래애들 상담하는데
정말 이 아이들은 행복하구나 싶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