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내가 막 제대를 마치고 사회에 적응해가고 있을 2013년 여름쯤이었다.
우리 집은 딱히 종교에 심취한 집안은 아닌데, 어머니는 우리 집에서 홀로 독실한 불교 신자셨고
지금까지도 1주일에 3번은 절에 염불을 가시고 주말에는 전국 각지의 고사찰을 탐방하실 정도로 독실하신 분이셨어.
부산사람들이 대개 그렇지만 부산과 그 인근에 있는 대형 사찰중에서 손에 꼽는건 제일 떠오르는게 범어사고
또 하나는 바로 통도사야. 통도사는 꼴갤럼들에게도 꽤 익숙할 텐데, 옛날에 돼지가 체중감량한다면서 절 들어가서 산악훈련 한적 있었지?
그게 2006년인가 2007년인가 그랬는데, 그게 통도사야. 특히 통도사 대웅전 말고 거기서 산길로 더 차를 타고 올라가면 극락암이라는 작은 절이 하나 있지.
이대호도 그 극락암을 비시즌마다 드나들면서 절도하고 시주도하고 주지스님한테 덕담도 듣고 그랬다나봐.
이대호가 2006년 때부터 KBO 리그 부동의 강타자로 군림했다보니까 나름 부산지역에서 고교 에이스 선수를 아들로 둔 학부모님들이 통도사를 그렇게
많이 방문했다고 하더라. 그 중에는 정의윤도 포함되어 있었어. 정의윤도 고교야구때 강타자로 잘 나갔거든.
우리 어머니도 통도사 극락암에서 매일 불공을 드렸었는데, 너희도 알겠지만 불교에도 기독교처럼 자주 마주치는 보살 아주머님들끼리 커뮤니티가 생기고
단톡방이 생기고 그러는 일이 자주 생겨. 그런데 우리 어머니가 내 초등학교 동창 어머님들 몇분이랑 같이 다니셨는데, 본의 아니게 지인의 소개로 정의윤의 어머니랑
알게되었던 거야. 첨에는 정의윤 어머니인줄 몰랐는데 자기 아들 얘기하다가 자기 아들은 지금 서울 LG 구단에서 야구선수한다고 해서 이름까지 묻고 알게 됐다고 하더라고.
아무튼 그 덕에 나는 꼴팬이지만 집에 이병규나 박용택, 봉중근 싸인볼을 가지고 있는 특이한 경우에 놓이게 되기도 했지. 꼴데 선수보다 쥐 선수들 싸인볼이 더 많았으니까.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여기서부터 본론이야. 어머니에게 듣기로 정의윤이 LG에 있을때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나 보더라고. 서울에 있어도 일단 고향집이랑은 너무 멀기도 하고
야구는 자기 뜻대로 잘 안되고 1~2군 들락날락 거리는 바람앞의 등불같은 위치다 보니까 되게 불안했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머니 따라 절도 같이 가고 그랬다는거 같은데
어머니 말로는 정의윤 어머니가 자기 아들 선수생활 소식 얘기할때마다 얼굴이 어두워졌었다고 하더라. 그러고는 한 몇개월 더 지나고 나서 정의윤 어머니를 더이상 못만났대.
절을 다른곳으로 옮긴건지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단톡방에서도 연락은 되는데 자세한 내용까진 캐묻지 않았대. 예의가 아닌거 같아서.
암튼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가 작년에 정의윤 SK가고 나서 미친듯한 성적을 기록하던 즈음에 어머니는 여느때와 같이 불공을 드리고 있었는데
거기서 정의윤 어머니랑 만났대. 그래서 두분이서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를 하는데, 정의윤 선수 이야기도 당연히 나왔겠지.
그러더니 정의윤 어머니 얼굴에 마치 미륵보살의 미소가 번지면서, 내가 그동안 아들걱정에 계속 불공도 드리고 여러 고적사찰도 갔다오면서 기도했었는데
그 결실이 이제야 빛을 보는거 같다고, 요새 우리 아들이 스포츠 뉴스에도 잘 친다고 기사가 많이 뜨니까 너무 좋다면서. 그 날 기분이었는지 아침 불공 오셨던
아주머니들과 주지스님까지 데리고 점심에 한턱 쐈다고 하더라고(웃긴건 주지스님까지 있는데 고깃집 감 ㅋㅋ 여기서 좀 혼자 빵 터졌음)
어머니 말로는 최근 요 몇년중에 의윤이 어머니가 그렇게 함박 웃음 짓는건 처음이라고 하면서 이게 다 부처님 공덕이다라고 코멘트를 남기셨음.
그리고 그날 고깃집에서 LG 구단이 정의윤한테 기회를 제대로 안줘서 너무 속상했다고 정의윤 본인도 정의윤 어머니도 LG 구단한테 불만 많았다고 얘기했다는건 덤.
썰 끝.

3줄 요약본
1. 울 어머니는 독실한 불교 신자이고 통도사에서 같은 불교신자인 정의윤 어머니랑 친구먹음2. LG 정의윤 시절에는 정의윤 어머니 얼굴이 흑빛이었는데 SK 가더니 얼굴에 광명이 돋음3. 정의윤 본인도 정의윤 어머니도 LG 구단한테 불만 많았었다고 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