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스가 비행기에 홀로 갇힌 소녀라는 걸 깨달은 시점에서 이미 셜록은 유러스를 자기 영역으로 받아들였어.

그녀를 혼자 두지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그렇다고 셜록이 유러스를 완전히 용서하고 신뢰하겠다는 얘기는 아니야.

그건 유러스가 지나치게 똑똑하여 겨우 5분이란 시간 동안 그 많은 악행을 계획할 능력을 가진 위험한 인물이라서고,

무고한 빅터를 살해했다는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셜록에 대한 유러스의 적개심이 단순히 오랜 세월 연금당한 복수심 때문이 아닌

셜록에게 느끼는 근원적인 질투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질투의 감정은 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야.

셰링포드에서 그녀는 셜록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며 아이린과의 성적 텐션관계를 질투하고,

몰리로부터 받는 헌신적인 사랑을 질투하고, 같은 핏줄이면서도 자신은 가지지 못했던 마형과의 형제애를 질투하고,

존과의 우정을 질투하지. 그리고 그걸 뭉개버리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

만약 셜록이 유러스가 시키는 대로 존과 형 둘 중 한 사람을 죽였다면, 과연 남은 한 사람과 함께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을까?

천만에... 유러스는 셜록의 곁에 아무도 남지 않을 때까지 계속 게임을 했을거야. 셜록이 누굴 택하든 결국엔 전부 죽었겠지.

심지어 유러스는 레드비어드의 정체를 알아챈 셜록에게 또 한번 잔인한 선택을 강요해. 비행기와 존 왓슨, 둘 중에 누굴 먼저 구할 건지.

비행기의 정체가 유러스 자신이고, 유러스는 존에게 셜록의 베스트 프렌드였던 레드비어드를 투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유러스의 마지막 문제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게 돼.

첫번째는 과거의 유러스가 어린 셜록에게 던지는 물음:  "선택해 셜록. 나야, 레드비어드야?"

두번째는 현재의 유러스가 셜록에게 던지는 물음:  "선택해. 누굴 먼저 구할거야? 나야, 존이야?"

유러스가 가진 두 개의 자아 모두 셜록이 자신을 선택해 주기를 바란다. 거기까지는 좋아.

문제는 불복을 용납치 않는다는 데에 있지. '내가 가지지 못한다면 너도 가지지 못하게 하겠어'라니.

이런 밑도끝도없는 악의를 자기 친족에게, 그것도 수십년을 품어왔다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어.

유러스란 인물은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 셜록이 유러스를 데리고 가야 할 길이 꽤 험하고 멀어 보인다.

바람이란 변덕이 심해서 잔잔하다가도 언제 나무밑둥을 훌렁 뽑아버릴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