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홈즈 각색은 수없이 많잖아.
근래만 봐도 비비씨 셜록, 영화 셜록 홈즈, 엘리멘터리 3개나 됨.
항상 보면 셜록은 천재고 괴짜고- 어느정도 정해진 틀이 있는데, 왓슨은 크게 매력있는 캐릭터를 만들기가 어려움. 일단 원작 비쥬얼이 통통하니 별로고ㅋㅋ- 이건 뛰어넘어도 그렇게 스토리성이나 개성이 강한 캐릭터가 아니잖아.
근데 비비씨 셜록이 그정도로 히트친건,
셜록을 고기능 소시오패스라는 현대 용어로 정의하고
동시에 존 왓슨을 셜록의 부족한 부분(사회성)을 채우는 캐릭터로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
단순히 능동적이냐 수동적이냐를 떠나서- 왓슨이 그저 셜록을 그리기 위한 도구이자 필요할때 유용하게도 어디선가 나타나서 총 한방씩 쏴주고 브로맨스틱한 분위기를 풍기는 역을 벗어나
게이씨엔 문구 대로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한 두 사람\'이었던게 적어도 내가 셜록을 좋아한 이유였고, 셜록 시즌 1,2에서 내내 강조했던 부분 아닌가.
왓슨은 위험에 중독되어 있어서 위험한 사건을 물어오는 셜록이 필요하고,
셜록은 순수하게 본인에게 감탄해주고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순간에 나서서 중재하는 존이 필요하고.
존은 셜록 덕에 목발을 버렸고
셜록이 소시오패스 같은 멘트를 던지면 존이 한마디씩 던지면서
서로 주고받는게 시즌1,2의 꿀잼 포인트였는데ㅠㅠ

이렇게 역대급 콤비를 만들어놓고
시즌 3 부터는 작가들이 셜록캐에 너무 심취했다고 봄. 보다보면 이건 내가 본드라마를 보는건지 어디 2차 창작 팬픽을 보는건지...
영드 보면 시련을 겪고 멘탈을 갈리면서 성장해나가는 주인공은 흔한데, 문제는 셜록 극에서 존의 비중이나 셜-존의 관계성이 다른 영드 메인조연의 아버지나 조언자 역할에 비해 훨씬 컸던 부분이 아닐까 싶네.
애초에 셜록은 제목은 셜록이었을지 몰라도, 적어도 시즌1,2에선 단독주연보다는 더블주연에 가까웠지.
그런데 3,4부터 셜록이 완벽해지는 영웅담 내지는 대서사를 그리다보니 둘 간의 밸런스나 케미는 완전히 붕괴됨.
왓슨은 역할이 없어지니까 맨날 셜록한테 짜증만 내고(..ㅠㅠ) 셜록을 시험에 들게 하는 공주님으로 전락.
더불어 셜록의 존이 대한 애정은 점차 본인의 허점을 채워주는 상대에 대한 의존에서 -> 숭고한 자기희생적 사랑으로 나아가고.
그럴수록 둘의 조합은 설득력을 잃고 제작진 브로맨스로 낚시함? 혹은 셜록 애잔.... 같은 반응을 얻을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음.
솔까 셜록 1,2의 존에 대한 셜록의 감정은 설득력이 있는데, 시즌 3,4에선... 갑자기 왠 숭고한 아가페적 절대사랑이냐고;;

개뜬금이지만 아이돌도 원래 만능캐보다 허당캐들이 덕후몰이 하는 법이라고ㅋㅋ
내가 생각하는 설록의 매력은 고기능 소시오패스인 부분과 거기에 곁들여진 애새끼스러움, 그리고 서로간 결핍을 채워주는 존의 존재 정도 였는데
시즌 3,4에서 셜록은 인격적으로는 완벽해졌는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으로서의 개성은 약해지고 밋밋해졌고 매력도 줄어들었다고 느낌.
애초에 캐릭터빨이 적지 않았던 작품인데, 그 캐릭터 매력이 줄어드니 당연히 극 자체의 몰입도 떨어지고...

여튼 작가들 본인들이 그렇게 공들여서 쌓고 정립한 셜록-존의 관계를
왜 이렇게 허물어버렸을까 싶어서 야속하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