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보도와 수사의 탈을 쓴 폭력

운영자 2017.12.04 10:08:13
조회 230 추천 1 댓글 0
보도와 수사의 탈을 쓴 폭력

  

친한 대학동기들이 몇 명 모여 점심을 먹는 자리였다. 한국은행 부총재로 있던 친구가 분노를 억누르면서 하소연 하듯 이렇게 내뱉었다.

“정권에서 새로 임명된 총재가 나보고 나가 달라고 하는 거야. 대학을 졸업하고 평생을 있던 직장에서 내가 나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주위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돈을 먹거나 여자관계로 불미한 게 없다면 버티라고 하더라구. 그래서 나는 못나가겠다고 버텼어. 그랬더니 그 다음에는 거짓모략을 퍼뜨리는데 해명할 길도 막연하고 못 당하겠어. 그래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어.”

듣고 있던 다른 친구가 이렇게 대답했다.

“어떤 조직이든 간에 패가 갈려서 장(長)이 바뀌게 되면 자기 패거리가 아니면 모두 내보내는 사회분위기야. 말을 듣지 않으면 모략을 해서 슬쩍 기자들에게 흘리지. 기자들이 나쁜 놈이야. 허위인걸 알면서도 그걸 기사로 쓰는 거야. 그렇게 사람을 몰아내지.”

“그러니까 우리 몸속에 들어있는 정자하고 기자는 인간이 될 확률이 몇십만 분의 일이라는 거라고 하지.”

다른 친구가 끼어들어 말했다.

“나가라는 싸인이 있는데도 버티면 확인사살은 검사가 하지. 은행장이나 심지어 큰 민간기업의 사장도 버티면 검사가 나가라고 협박을 하잖아? 안 나가면 압수수색을 해서 먼지가 나올 때까지 털고 그래도 아무것도 없어서 무죄가 나오면 그만이고 하는 식으로 말이지. 그러니까 한을 품고 자살하는 사람도 많잖아?” 

“억울한 게 많은 세상이야. 그래도 참고 살아야지 어떻게 하겠어?”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의 결론이었다. 수사권은 국가가 가지고 있는 폭력수단이다. 그 폭력은 멀쩡한 사람들을 감옥으로 보낼 수도 있고 죽음으로 내 몰수도 있다. 그 힘으로 개인이나 국가의 인사권까지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정권마다 수사권이 정치의 도구가 되는 걸 본다. 모임에 참석했던 자유총연맹 총재를 했던 친구가 말한다.

“내가 자유총연맹 총재로 입후보를 하기 전에 먼저 청와대 쪽으로 알아 봤어. 나가도 되겠느냐고 말이지. 알아서 기어야 후환이 없는 걸 나도 그쯤은 이미 알고 있거든. 그런데 알아서 하시라면서 더 이상 대답이 없는 거야. 그래서 출마했지. 그러다 막상 선거가 시작되니까 청와대에서 추천한 대통령측근이 입후보로 나서더라구. 그런데 이미 참모진도 뛰기 시작하고 발을 뺄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 버텼지. 그랬더니 투표 사흘 전에 검찰에서 압수수색이 나오고 나를 감옥에 집어넣더라구. 예전에 국회의원출마할 때 선거사무실 보증금이 신고절차에서 누락됐다고 정치자금법위반으로 건 거지. 그리고 억지로 뇌물로 걸었는데 그건 바로 무죄가 됐지. 몇 달간 감옥에 살았는데 정말 분통 터지더구만. 정말 화가 나는 건 내가 그래도 경찰총수를 했는데 검찰청에 올 때면 꼭 포승을 하고 수갑을 찬 모습을 경찰관들이 보는 앞에서 조리돌림을 하더라구.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웠지.”

내가 그때 그의 변호인이었다. 담당검사는 너무나 태연하게 자기가 하는 일이 정무지 수사가 아니라고 했었다. 나는 검사가 인권을 옹호하는 수사를 해야지 정치를 하면 되겠느냐고 그 자리에서 반박을 해 주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쫓겨나고 검사의 압력으로 변호인의 자격이 박탈됐다. 저런 변호사를 쓰면 결과가 나쁠 것이라고 포승줄에 묶여있는 피의자에게 겁을 주었던 것이다. 수사권이 기울어진 논에 물이 고이듯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물이 고인 쪽은 벼들이 썩어가고 있다. 물이 없는 바짝 마른 쪽의 벼들은 타들어가고 있다. 서민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 눈물을 흘려도 그걸 해결해줄 정당한 수사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헌법에 규정된 적법절차와 기본권은 장식으로만 있는 게 아닌데 걱정이다.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3330 인권변호사의 첫걸음 운영자 24.04.22 23 0
3329 깨어있는 시민의 의무 운영자 24.04.22 20 0
3328 죄수가 전하는 사회정의 운영자 24.04.22 28 0
3327 이민자의 슬픔 운영자 24.04.22 22 1
3326 강도에게 성질을 냈었다. 운영자 24.04.22 24 0
3325 외국의 감옥 운영자 24.04.22 21 0
3324 벗꽃 잎 같이 진 친구 운영자 24.04.15 59 1
3323 조용한 기적 운영자 24.04.15 55 2
3322 감옥은 좋은 독서실 운영자 24.04.15 46 0
3321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 운영자 24.04.15 44 0
3320 미녀 탈랜트의 숨겨진 사랑 운영자 24.04.15 52 1
3319 두 건달의 독백 운영자 24.04.15 46 1
3318 명품이 갑옷인가 운영자 24.04.15 42 1
3317 나는 될 것이라는 믿음 운영자 24.04.15 45 1
3316 오랜 꿈 운영자 24.04.08 64 2
3315 그들은 각자 소설이 됐다. 운영자 24.04.08 72 1
3314 나이 값 [1] 운영자 24.04.08 96 1
3313 검은 은혜 [1] 운영자 24.04.08 81 3
3312 실버타운은 반은 천국 반은 지옥 [1] 운영자 24.04.08 93 2
3311 늙어서 만난 친구 운영자 24.04.08 47 1
3310 그들을 이어주는 끈 [1] 운영자 24.04.01 183 2
3309 그가 노숙자가 됐다 [1] 운영자 24.04.01 119 3
3308 밥벌이를 졸업하려고 한다 [1] 운영자 24.04.01 126 2
3307 허망한 부자 [1] 운영자 24.04.01 131 2
3306 죽은 소설가가 말을 걸었다. [1] 운영자 24.04.01 120 2
3305 개인의 신비체험 [2] 운영자 24.04.01 130 2
3304 나는 책장을 정리하고 있다. [1] 운영자 24.04.01 111 2
3303 노인의 집짓기 [1] 운영자 24.04.01 111 1
3302 똑똑한 노인 [1] 운영자 24.03.25 144 2
3301 곱게 늙어간다는 것 [1] 운영자 24.03.25 151 4
3300 두 명의 교주 [1] 운영자 24.03.25 146 1
3299 영혼이 살아있는 착한 노숙자 [1] 운영자 24.03.25 134 1
3298 팥 빵 [1] 운영자 24.03.25 126 0
3297 얼굴 [1] 운영자 24.03.19 158 1
3296 이별의 기술 운영자 24.03.19 119 1
3295 노년에 맞이하는 친구들 운영자 24.03.19 112 1
3294 노년의 진짜 공부 운영자 24.03.19 105 0
3293 주는 즐거움 운영자 24.03.19 96 1
3292 장사꾼 대통령 운영자 24.03.19 121 1
3291 나는 어떻게 크리스챤이 됐을까. 운영자 24.03.19 135 1
3290 태극기부대원과 인민군상좌 운영자 24.03.19 103 2
3289 결혼관을 묻는 청년에게 [4] 운영자 24.03.11 302 0
3288 손자의 마음 밭 갈기 운영자 24.03.11 137 1
3287 어떤 여행길 운영자 24.03.11 141 2
3286 나의 돈 쓰는 방법 [5] 운영자 24.03.11 2254 12
3285 순간 순간 몰입하기 운영자 24.03.11 141 1
3284 먼지 덮인 수필집으로 남은 남자 운영자 24.03.11 130 1
3283 아버지 제사 운영자 24.03.11 131 2
3282 속을 털어놓기 운영자 24.03.04 150 1
3281 반전의 묘미 운영자 24.03.04 136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