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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대한 판사들의 공감능력

운영자 2017.12.06 10:02:56
조회 289 추천 0 댓글 1
고통에 대한 판사들의 공감능력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을 이루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30여 년 전 그와 함께 검찰청에서 실무수습을 받을 때의 기억이 뚜렷하다. 그는 항상 웃는 표정으로 조용히 앉아 듣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시절 어느 날 조영래 변호사가 검사실로 들어온 적이 있었다. 인권변호사인 그는 법조계 후배들의 우상이었다. 그는 포승에 묶인 구속피의자의 끈을 풀어주고 커피 한잔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같은 인간으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깨우침의 말이었다.


대법원장은 30년 동안 법대위에서 세상을 보았다. 나는 바닥에서 절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판사들에게 전하려고 노력해 왔다. 같은 ‘사법개혁’이라는 단어라고 하더라도 서로의 인식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국민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은 제도보다 먼저 남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판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법고시의 면접관을 한 적이 있다. 판사가 되려면 진실을 보는 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진실만 보면 판단은 상식이기 때문이다. 판사가 되려는 후보들에게 아무도 없는 골목에서 누군가에게 얻어맞았을 때 진실이 뭐냐고 질문을 했다. 하나같이 당황해 했다. 맞은 건가요? 안 맞은 건가요? 그들은 허둥댔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 듯 그들 머릿속에 박힌 증거법이 진실을 덮는 것 같았다. 증거가 없으면 무죄고 무죄면 결백하다고 세상은 착각한다. 판사로 있는데 아버지가 구속되어 옆 방 판사에게 재판을 받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보았다. 절대로 청탁하지 않겠다고 앵무새들같이 대답했다. 사표를 내고 나가서 아버지를 구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답을 말해 주었다. 대부분이 그건 말도 안 된다고 하며 어떻게 차지한 판사자린데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나는 젊은 시절 잠시 대통령직속 기관에서 사법부 고위직의 선정을 놓고 속칭 옐로우 카드를 쓰는 과정을 옆에서 본 적이 있다. 정치의 시녀노릇을 하는 판사가 출세했다. 그들은 권력의 주문에 따라 법리를 왜곡하고 가혹한 판결을 내렸다. 청탁을 받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봐주었다. 더 높은 자리를 얻기 위해 악마와도 협상하고 권력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 아래로는 벙글벙글 미소 짓는 영혼이 빠진 마네킹 같은 판사들도 있었다. 알파고 같은 지능을 가진 그들은 아쉽게도 아픔을 공감할 능력은 없었다. 앞에서 떨고 있는 인간에 대한 재판이 아니었다. 그에게 배당된 사건기록에 공식 같은 법규정을 대입하는 모범생일 뿐이었다. 진실과 다른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와도 마음이 전혀 아프지 않은 것 같았다. 인간 불량품들이 더러 섞여 판사가 되어 있었다. 그런 속에서 보석 같은 특제품 같은 판사들이 곳곳에 박혀 이 나라의 법정이 꾸려지고 있었다. 인내를 가지고 경청하고 순간순간 공감해 주면서도 현명한 판결을 선고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판사들이었다. 한 명의 그런 판사가 많은 사람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눈물을 닦아주었다. 법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맑은 영혼을 가진 판사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높은 자리에 가지를 못했다. 물이 더러울 때 정화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깨끗한 물을 계속 흘려보내는 것이다. 고위직이 목적인 판사는 법대 아래 인간이 보이지 않는다. 이념이나 기록으로 현실을 보는 판사도 가짜다. 인간을 존중하는 판사들을 법대에 많이 올리는 게 사법개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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