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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검사가 지배하는 사회

운영자 2017.12.25 09: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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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검사가 지배하는 사회

  

친구의 딸이 경제신문사에 취직을 했다가 그만두었다.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들리는 소리로는 자기 월급만큼은 밖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광고나 협찬을 받아오라고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기자생활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실화를 각색한 미국의 정치드라마를 봤다. 여기자는 말 한마디를 구걸하기 위해 매일 피가 마르게 뛰어다닌다. 악마성 정치인이 정보에 목마른 여기자를 농락하고 죽였다. 낚시미끼를 보고 위험한 곳에 있으면 당할 우려가 많다. 6년 전 대한변협의 공보이사를 맡아 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변협신문의 편집인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논평을 하는 자리였다. 편집권이 독립되어 있는 변협신문은 광고주를 의식할 필요도 없고 권력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작지만 할 말을 하면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기존 신문들이 언급하기를 꺼리는 문제를 찾아서 한마디씩 했다. 국정원의 인권유린을 지적하고 대법원과 법무부의 잘못을 얘기했다. 조선일보의 횡포를 항의했다. 주요일간지 논설 실장의 가학적인 행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변협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도 썼다. 이런 행위들이 강한 반발과 함께 적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당할 운명의 순간이 왔다. 어느 날 여기자가 폭탄주를 마시던 검사와 함께 있다가 추행을 당했다는 기사가 났다. 검사의 추태에 대해 개인논평을 냈다. 논평을 쓰면서 여기자의 입장도 한번 생각해 보았다. 내 자식이라면 아무리 기사거리가 중요하더라도 그런 자리는 조심하라고 걱정해 줄 것 같았다. 논평의 끝에 여기자들도 그런 상황은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딱 한마디 덧붙였다. 다음날부터 나에 대한 비난에 불이 붙었다. 내가 검찰을 두둔하고 여기자를 폄하했다고 보도가 나가기 시작했다. 그 검사와 대학선후배관계이기 때문에 그를 비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모략성 글도 있었다. 기사와 사설 그리고 방송을 통해 연일 나에 대한 인신공격이 계속됐다. 한 일간지 논설실장이 내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당신을 씹어줄 컬럼을 쓰고 있으니까 한번 당해봐”

노골적인 협박이었다. 어조에는 감히 어디 언론에 덤비느냐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쓴 칼럼이 발표됐다. 그는 나를 ‘악의적 논평을 쓴 도착적 인물’이라고 정의하면서 ‘종잡을 수 없는 인간, 유치한 글을 쓰는 인간’이라고 모욕했다. 군장교로 일했던 인간이 어떻게 인권변호사로 변신했는지 의심한다고 했다. 언론은 나를 죽여 버리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 여기자 대표들이 대한변협을 방문했다. 그들은 나의 공개사과와 해임을 요구했다.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변협회장이 나의 논평을 보고한 사람에게 “이거 맞는 소리잖아 뭘 잘못했다는 거지?”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언론에 찍히면 죄인이 되어야 했다. 그만 둘 때가 된 것 같았다. 변협상임이사회가 열렸다.

“책임을 지셔 야죠”

기회가 온 듯 사방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나는 혼자였다.

“어떻게 기자님들한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어요?”

임원중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변호사들 한테서 집단적인 몰매를 맞고 있었다. 나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수결로 잘못했다고 하면 나쁜 놈이 되어야 했다. 내가 사과를 거절하자 변협에서 일방적으로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그 후 언론인 선후배들이 모인 모임에 나갔다. 한 신문의 편집국장인 후배가 이렇게 말했다.

“집사람이 신문을 보다가 형이 사설의 대상이 된 걸 보고 나한테 얘기하더라구 내가 편집국장을 하면서 폭탄주를 마시는 자리를 돌아다니면서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 여기자를 본 적도 있어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다른 부로 전출을 시킨 적도 있죠. 형은 여기자들의 힘이 아주 강한 걸 몰라서 그런 거예요. 몇 년차 여기자들은 세상이 자기 손 안에 있는 줄 알아. 데스크 말도 안 들어. 그들이 형을 매장하려고 하면 피해가 클 거야.”

그 자리에 있던 방송국의 임원으로 있는 후배가 말했다.

“형이 시대를 잘못 읽었어. 요즈음 여성에 대해서 잘못 말하면 큰일 나요. 여기자란 단어 자체가 상대방이 왁 물게 덤벼들 기회를 준 거죠. 그런 걸 피했어야죠. 앞으로 기자가 전화해서 약을 올리더라도 절대 노코멘트로 나가요. 걔네들 하고 말을 하면 안되요. 무조건 상대하지 마세요.”

듣고 있던 그중 가장 선배가 되는 원로 언론인이 미소를 지으면서 의견을 말했다.

“엄 변호사가 한 논평의 내용이 맞아. 할 말을 한 거야. 그렇지만 이런 술자리에서 우리끼리 모여 있을 때 하는 맞는 얘기도 대외적으로는 그런 공격을 당하는 수가 있지. 내가 보기에는 이런 소요가 두 달 정도 계속 될 건데 그냥 버텨. 휘어지지 마. 여기자가 폭탄주를 마시는 석상에서 추행을 당했다면 그 자리에서 귀싸대기를 올려붙이거나 해야지 한 참 후에 당했다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봐.”

주요일간지 주필로 있는 그 자리에 있는 동창이 내게 말했다.

“무조건 가만히 있어. 언론을 건드리지 마. 그러면 잠잠해 질 거야” 

언론에 두들겨 맞은 매가 얼마나 아픈지 온 몸이 멍투성이 인 것 같았다. 정말 그들이 내 진심을 이해 못하고 공격하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중견 여기자 한 사람을 만난 자리에서 물었다.

“정말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합니까?”

“아니 예요. 제가 주부였다면 맞다고 했을 거예요. 그렇지만 여기자이기 때문에 입장이 다른 거죠.” 

나는 이 사회의 이중 잣대를 약간은 이해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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