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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에 없는 부자

운영자 2018.03.27 10:23:12
조회 349 추천 1 댓글 1
팔자에 없는 부자

  

  

“재벌이 뭐가 달라요? 돈이 더 있다 뿐 아니 예요?”

드라마 속에서 우리는 보통사람과 다르다는 의식을 가진 사모님에게 하는 딸의 항변이다. 그 사모님은 딸을 상류사회의 인물로 만들기 위해 유학, 명품, 고급예절이라는 틀 속에 구겨 넣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변호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여러 명의 부자를 만났다. 이틀간을 열심히 법률검토를 하고 보고서를 만들어 재벌회장의 집으로 가서 법률자문에 응한 적이 있다. 다 듣고 난 회장은 수고했다는 형식적인 말 한마디를 했을 뿐 그게 끝이었다. 지식노동에 대한 댓가를 받지 못했다. 부자는 그렇게 줄 걸 주지 않고 되는 수도 있구나를 경험했다. 한 은행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그가 일본의 안마시술소에 모 재벌회장을 데리고 가 접대한 적이 있다고 했다. 안마가 끝난 후 카운터에서 그가 계산을 하는데 서비스를 한 여자가 재벌회장을 따라와 팁을 달라고 했다. 은행장은 팁은 재벌회장이 조용히 줬겠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회장은 주머니에 현찰을 휴대하지 않는다면서 은행장 보고 대신 내라고 했다. 은행장은 속으로 은근히 불쾌했었다고 내게 말했다. 강남에 수천억대의 땅 부자가 있었다. 은행과 증권회사에 천역대의 현찰을 넣고 굴리고 있었다. 그는 돈을 조금도 쓰지 않았다. 은행에서 선물하는 조기가 크기가 작다고 불평했다. 증권투자로 돈을 아무리 많이 번 날에도 지점장에게 몇 천원하는 곰탕정도를 사는 게 고작이었다. 그 스스로에게 더 인색했다. 음식점에서 소주를 마시고 싶어도 주문하지 않았다. 옆자리 식탁의 손님들이 남긴 소주를 슬쩍 가져다가 마셨다. 그들 중 한 사람에게 쓰지 않는 재물이 어떤 의미인지를 물은 적이 있다. 그는 가지고 있는 금액이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그 자체에 힘이 생겨 모든 사람이 머리를 굽힌다고 했다. 그래서 금액이 일원이라도 줄어드는 것에 대해 공포심까지 느낀다고 했다. 명리학을 전공한 조용헌씨는 글에서 재물이 풍족한 사람의 90%는 팔자에 돈이 많다고 나온다고 했다. 그런데 부자중의 10%는 팔자에 재물이 없는데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는 팔자에 돈이 없는데 부자인 사람을 연구해 보니 공통점은 ‘돈을 안 쓴다’는 것이었다고 얘기하고 있다. 아주 인색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주머니에 아예 돈을 휴대하고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장부상으로는 몇 천 억대의 돈이 있지만 밥 사는 수준은 평균 만원대였다고 한다. 빈손으로 남의 집에 가서도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다고 한다. 그런 사람은 주변에 사람이 없다고 한다. 풍파가 닥치면 고립무원이 된다고 했다. 

과연 그 말이 맞을까? 변호사로 힘든 시절 법률 자문료를 떼 먹은 회장님은 쓸쓸하게 혼자 살다가 죽었다. 장례식장에서 애도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자식들은 재산을 둘러싸고 처절한 싸움을 벌였다. 안마 시술소에서 팁을 안낸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회장은 그룹이 산산조각으로 해체가 되고 노년에도 죄인이 되어 외롭게 해외를 떠돌고 있다. 돈이라면 절대 안 쓰고 은행의 선물조기가 작다고 불평하던 영감님은 마지막에 불치의 병에 걸려 죽음이 닥치자 돈에 속은 인생이라고 하면서 그 것들을 바다에 빠뜨리거나 불태워버리고 싶다고 했다. 그들은 팔자에 돈이 없는 부자였던 모양이다. 그런 부자들은 보통사람보다도 못한 불쌍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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