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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편소설] 소설가의 죽음 6

운영자 2018.09.24 10: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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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소설가들의 항의


2003년 가을경 정을병 회장은 한 기업이 스폰서가 된 문학상을 만들었다. 상금의 지원은 소설가 협회장의 가장 큰 일 중의 하나였다. 어느 날 저녁 남자직원이 그에게 이런 부탁을 했다.

“회장님 이번에 제정하는 그 문학상을 제가 탔으면 합니다.”

그는 깜짝 놀랐다. 남자직원은 정식으로 등단한 소설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검증이 덜 된 상태였다. 그는 홍성유회장시절부터 사무원으로 있은 덕에 한해 전 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가들 사이에서 말이 있었다.

“상을 또 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그는 남자직원을 말렸다. 그러나 남자직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을 찾아다니면서 로비를 했다. 심사위원들이 남자직원에게 상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정을병 회장은 그들을 말렸다. 남자직원은 협회에 기부를 한 스폰서를 찾아가 압력을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스폰서 측으로부터 강한 요구가 왔다. 남자직원에게 문학상을 줄 게 아니라면 상금도 내놓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정을병 회장은 마침내 현실에 지고 말았다. 

 

협회의 남자직원이 문학상을 수상한다는 사실이 신문지면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소설가 정연희를 필두로 문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여류소설가 정연희는 몇몇 문인들과 함께 문광부 장관을 만나 항의하고 대대적인 조사 작업에 착수했다. 협회 직원이 정부가 보조하는 원고료의 일부를 착복해서 비자금을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또 소설가들은 정을병회장의 개인통장에 매월 고정적으로 돈이 송금되고 있는 사실도 알게 됐다. 

 

어느 날 소설가 정연희가 세종문화회관 커피숍으로 정을병 회장을 불러냈다.

“직원이 협회 돈으로 아파트를 세 채나 사고 골프회원권도 샀다고 하는데 회장님은 그 엄청나게 해 먹은걸 아십니까?”

“그 정도를 할 협회돈은 없는데? 술값 정도는 몰라도----”

정을병은 그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가 덧붙였다.

“하여튼 난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굳이 고소해서 사회문제화 할 필요가 있을까요? ”

그 자체로 문인들의 망신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회장님은 죄가 없다는 걸 압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 사태를 수습하시려고 합니까?”

정연희가 따졌다.

“직원이 횡령한 돈이 있으면 다 변상하고 물러나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우리들이 직원을 만나 해결하겠습니다.”

 

협회의 비리를 조사하는 일단의 소설가들이 남자직원을 만나 그동안 협회의 모든 비리를 대라고 다구 쳤다. 그렇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압락했다. 남자직원은 거기서 정을병회장이 거마비라는 명목으로 국가보조금을 썼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회장은 협회 돈으로 호화로운 해외여행을 자주 나갔다고 말했다. 문인들이 단체로 해외여행을 나갈 때 공짜 비행기표가 나오곤 했다. 주로 그 공짜표의 혜택이 정을병 회장에게 갔다. 그걸 부풀린 것이다. 그리고 그 외에도 마치 거대한 부정과 비리가 있는 양 사람들을 자극했다. 남자직원은 수억원을 빼내어 부동산을 구입하고 국공채를 사고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다. 여자 사무원 역시 수천 만원을 꺼내어 남자친구의 신용카드 대금을 갚았다. 정을병 회장은 깜깜하게 모르고 있었던 일이었다. 정을병은 회장직을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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