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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과 무명의 차이

운영자 2017.03.19 20:22:43
조회 231 추천 1 댓글 0
텔레비전의 다큐멘터리 프로 하나에서 가수 최백호의 삶이 소개되고 있었다. 고독한 시인같이 우수가 깃든 그의 모습과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가 나의 인상에 박혀 있었다. 




그가 태어나고 몇 개월 만에 아버지를 잃고 교편을 잡았던 어머니도 그가 스무살 때 저 세상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군대 가면서 메모지에 써 두었던 그의 시가 훗날 아름다운 노래로 세상에 나간 얘기를 하고 있었다. 가시나무 새는 찔려서 아픔이 극한에 이를 때 절창을 한다. 가난과 외로움 그리고 고난이 그의 노래에 질감과 깊이를 더 해 주었던 것 같다.


 그는 일 년에 단돈 십 원도 벌지 못했던 무명시절도 얘기했다. 그는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스타였다. 그러나 탤레비젼 화면 속에 나온 그의 얼굴에서는 늦가을의 쓸쓸한 바람이 주변에 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유명해진 그 이름 때문에 힘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를 보면서 내가 변호했던 어둠 저쪽으로 사라진 한 무명가수가 떠올랐다. 남쪽의 한 도시 나이트클럽에서 노래를 하던 그는 유명가수와 함께 그 클럽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클럽측은 고급호텔에 방을 잡아주고 두 가수가 묵게 했다. 그러다 유명가수가 서울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클럽 지배인이 무명인 그에게 슬리핑 빽 하나를 던져 주면서 클럽 구석에서 알아서 자라고 했다. 곰팡이 냄새가 나는 지하 음습한 방에서 그는 유명과 무명의 차별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를 절감했다고 말했었다. 그 후 그는 가수를 그만 두었다. 진짜 유명과 무명의 차이는 그렇게 하늘과 땅 만큼이나 거리가 멀고 다른 세상일까. 


​며칠 전 이따금씩 사무실을 찾아오는 일류가수로부터 드라이 리허설이란 얘기를 들었다. 공연이 있는 날은 하루 종일 몇 차례의 리허설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중 가장 멋쩍은 부분은 처음하는 드라이리허설이라고 했다. 악단의 반주도 카메라도 없이 그냥 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앞에서 댄스 팀과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거라고 했다. 


​인기가 있는 동안은 반쯤 죽을 정도로 바쁘게 뛰어야 한다고 했다. 하루 저녁에 대 여섯 군데의 무대에 출연할 때면 목숨을 걸고 거리를 달린다고 했다. 시간에 맞추기 위해 퀵 서비스 오토바이 뒤에 앉아 차들이 꽉 막혀 있는 도로를 뚫고 가기도 한다고 했다.


 더 급할 때는 앰블런스를 사용했다고 한다. 앰블런스를 방송국 문 앞에 대고 인기가수가 내릴 수는 없으니까 방송국 근처에서 내려서 장비를 들고 스튜디오까지 달리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계획이 아니라 기획사가 짜주는 돈을 버는 스케줄에 따라야 하니까 인기 있는 동안에도 매일같이 파김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연시간 직전에 도착하는 경우는 담당피디의 얼굴이 찌그러지고 선배가수들은 인기가 오르니까 건방지다고 욕을 한다는 것이다. 잠도 못자고 밥 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다니다가 그런 욕을 먹으면 속에서 눈물이 난다고 하소연했다. 아프다고 하면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가 가장 좋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집에서 혼자 소파에서 피곤해서 늘어져 있을 때 갑자기 창문이 벌컥 열리는 경험을 겪었다고 한다. 팬이라고 하면서 동물 쳐다보듯이 멀쩡히 자신을 구경한다고 했다. 나이트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나올 때면 술취한 손님이 같이 움직이는 댄스팀의 여자를 집적거리기도 할 때면 일은 바쁘고 힘이 든다고 했다. 그렇게 쉴 새 없이 다니고 목청이 터지도록 노래를 불러도 고액의 출연료나 판매된 앨범의 이익이 그에게 제대로 가지는 않는 것 같았다.


 무명은 무명대로 서럽고 유명하면 유명한 대로 문제가 있다. 세상에 화려하고 좋기만 한 일은 없었다. 화려해 보이는 정치인도 탈랜트도 높아 보이는 판사도 마찬가지였다. 백조가 물위의 고상한 모습과는 달리 흙탕물 속에서 짧은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 같이 이면의 모습들은 편하지 않았다. 이름이 나기보다는 이름 없이 살면서 혼자 즐기는 인생도 괜찮은 게 아닐까. 서양에서 전해오는 말에 집은 남들의 눈에 띄는 산위에 짓지 말고 계곡 속에 지어야 한다고 했다. 삶의 껍데기 보다는 내용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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