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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녹여버린 사랑

운영자 2017.04.03 15:39:09
조회 134 추천 0 댓글 0
범죄를 녹이는 사랑

  

밤 한시까지 일본영화를 보았다. 고교에 다니는 문제아인 소녀는 패거리를 만들어 교실에서 다른 여자아이들을 괴롭혔다. 그 정도가 심했다. 옷을 벗겨 촬영을 하고 그걸 인터넷에 올려 돈을 받았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원조교제를 하고 건달들을 시켜 원조교제를 한 남자들을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영혼이 일찍부터 악마에게 사로 잡히고 인생은 막장까지 내려간 소녀였다. 그녀가 비오는 어느날 길거리에서 본 35세의 역사학도를 보는 순간 격류 같은 사랑의 감정에 빠진다. 몰래 그의 연구실을 가보기도 하고 집까지 따라가기도 한다. 너무나 몰입하는 문제소녀의 사랑에 젊은 역사 선생의 마음에도 잔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사랑은 소녀의 양심을 조금씩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원조교제가 수치스러워졌다. 받은 돈으로 명품을 사는 재미도 시들해졌다. 그동안의 악행이 눈에 보이고 가시가 되어 양심을 찌르기 시작했다. 소녀는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털어놓고 더 이상 그 짓을 하지 않겠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그랬다. 역시 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어주고 뒤틀어진 영혼을 바로 잡는 강한 힘이 있는 것이다. 성경 속에서 사도 바울은 이웃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라고 했다. 이웃을 사랑하는데 어떻게 그를 속이고 물건을 훔치고 나쁜 짓들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사랑이 있으면 금지를 요구하는 법들은 다 용광로 같은 사랑 속에서 녹아 없어진다는 것이다. 간음을 하다 잡혀온 여인에게 예수는 돌을 던지라고 하지 않았다. 사랑했다. 그 사랑을 먹은 여인은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후 혼자 묘지를 헤매며 예수를 찾아 헤맸다. 젊은 시절부터 신약을 읽고 또 읽었다. 내가 본 신약을 압축하면 사랑과 예수다. 변호사를 하다보면 그 사랑의 모습은 선입견과는 달리 가지가지 다른 포장 속에 숨어 있었다. 감옥에 있던 한 소설가로부터 들은 얘기다. 같은 감방에 아주 험한 폭력범이 있었다고 했다. 그 폭력범은 눈을 부라리고 험한 욕을 하면서 주변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존재라고 했다. 그런 폭력범이 어느 날 복도를 지나가다가 배고파하는 다른 죄수를 보면서 버릇같이 욕을 내뱉더니 주머니에 숨겨든 마른 빵을 꺼내 그 죄수의 입에 박아주고 모르는 체 하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는 것이다. 소설가는 사랑이란 강단에서 근엄한 가운을 입고 설교하는 목사의 입에서 나오는 것도 있지만 그 폭력범의 거친 행동도 사랑이더라고 내게 알려주었다. 나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단체여행에서 망나니 같이 구는 사람이 있었다. 말도 함부로 하고 행동도 제멋대로였다. 나는 속으로 그 사람을 좋지 못하게 생각하고 피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승객들이 모두 버스에 앉아있는데 버스 밑의 짐칸에서 한 사람이 승객들의 무거운 가방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의무가 아니라 자진해서 남몰래 하는 일이었다. 미운눈길로 그를 보았던 내가 그에게 잘못했다고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인간을 함부로 판단할 게 아니라고 두고두고 반성을 했다. 아픈 다른 거지들을 살리기 위해 중풍으로 절뚝거리면서 구걸해서 다른 거지들을 먹여 살린 사람도 있다. 그건 사랑이었다. 서로 자기만 옳다고 패거리를 짓고 상대방에게 삿대질 하는 사회가 그런 작은 사랑들로 녹아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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