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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방향과 다르게 찾아온 구원

운영자 2017.04.06 15:13:07
조회 184 추천 1 댓글 1
원하지 않는 구원

  

칠십대 중반의 변호사 오윤덕 선배는 노인답지 않게 착하고 순진하다. 그의 영혼은 지금도 소리 없이 여러 가지 일을 해 내고 있다. 벌써 십년이 다 되어가나 보다. 눈이 내리던 겨울날 그는 내게 이백 만원을 전해주면서 강태기시인에게 전해주라고 했었다. 폐암말기에 임대아파트의 적막한 빈 방에서 혼자 죽음의 기나긴 터널을 걸어가던 시인이었다. 소년시절 자동차수리공을 하면서 두신문사의 신춘문예에 당선됐던 천재였다. 죽기 며칠 전에 찾아가 그 돈을 전한 내게 시인은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땀 흘려 번 돈을 그렇게 나누는 오윤덕 변호사는 천사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돈 없던 우리들의 고시공부시절은 정말 비가 쏟아지는 인생 산맥을 힘겹게 가던 때였다. 누군가가 뻗쳐주는 따뜻한 손이 절실히 필요했다. 오윤덕 변호사는 그들이 안기는 따뜻한 품이었다. 며칠 전에도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오윤덕 변호사의 개인장학금을 지원하는 자리에 참석했었다. 자리가 끝나고 근처의 소박한 중국음식점에서 장학금을 받은 고시생들과 점심을 함께 하는 자리였다. 대학생인 그들은 행정고시에 합격해서 공무원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었다. 그중 한 학생에게 물었다.

“왜 고급 공무원이 되려고 하죠?”

“제가 만드는 정책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그런 보람을 느끼고 싶습니다.”

“지금 꿈꾸는 장래의 자기의 모습은 뭐예요?”

“여러 사람들을 모아놓고 간담회를 진행하는 나의 모습입니다.”

장학금을 타는 입장이라 조심해서 완곡하게 돌려서 하는 말이지만 여러 사람들 위에 서고 싶고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그런 심정일 것이다. 나도 그랬었다. 남들 위에 군림하고 싶었다. 나는 현세를 사랑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현세에서의 나의 꿈과 계획을 깨뜨리고 하나님을 보면서 눈물짓게 했다. 하나님은 많은 대적을 내게 보내셔서 인간에 대해 실망하게 하셨다. 올가미에 걸린 양처럼 버티면 버틸수록 목이 조여오기도 했다. 나는 마치 내가 좁은 절벽의 틈바구니에서 날아오르려고 이리저리 벽에 부딪치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새의 추락 같다고 생각했다. 같이 고시공부를 하던 동료나 후배들이 세상에서 점점 올라갔다.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되기도 하고 대법관이 되기도 했다. 서울시장이 되고 도지사가 되고 대중들 앞에서 대통령을 시켜달라고 열변들을 토했다. 하나님은 내게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라고 시켰다. 작아지고 작아지라고 했다. 형체가 없어질 정도로 작아져야 천국으로 가는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욕심이 날개를 치며 솟아오를 때마다 하나님은 다시 절벽의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게 하셨다. 지친 새는 절벽바닥에 드러누웠다. 그 순간 파란 하늘이 보였다. 

모든 일들을 하나님만 의지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지난 30년의 세월을 나는 조용한 나의 사무실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생활을 했다. 마음이 동하면 훌쩍 떠나 세상을 흘러 다녔다.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고 북해를 건넜다. 티벳을 가고 히말라야의 계곡마을을 순례하기도 했다. 그것은 구원이었다. 내가 원해서 받은 게 아니었다. 내 의사에 반해서 구원받았다. 내 생애가 젊은 날의 욕심대로 됐다면 어땠을까. 지금쯤 정치판이나 돈만 따라다니는 속물일지도 모른다. 나는 하나님께 떠밀려서 구원을 받았다. 그러기에 아무 자랑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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