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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민호 복종 어나더.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75.223) 2015.12.27 20:37:14
조회 19191 추천 199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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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깼어?" 레오의 향수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여느때보다 부드럽다. 민호는 잠시 눈을 깜빡였으나 앞이 무언가에 가려 온통 하얬다. 흠칫 눈을 가린 것을 확인해보려 했으나 손발이 침대에 묶여 움직이지 않았다. 입도 막혀있었다. 온몸이 침대에 꽉 묶여있었다. 낯선 소독약 냄새가 방안을 맴돌고 있었다.
"ㄹ,레오..?"
민호는 레오의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레오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민호가 다시는 도망 못가게 다리 힘줄을 자르기로 했어. 여기 발꿈치 위쪽." 아킬레스건을 톡톡 두드리며 환하게 웃는 레오에 민호는 심장이 미칠듯이 뛰었다. 공포로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았다. 레오를 부르는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국소마취 할거니까 무서워하지마, 민호. 벌은 받아야지."
겁에 질려 발작하듯 떠는 민호를 안쓰러운듯 바라보며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고는 이마에 키스했다. 민호는 자신의 뒤꿈치쪽에 닿는 차가운 소독솜의 느낌에 결국 울음이 터졌다. 눈물콧물 다 흘리며 아이처럼 울었다. 눈을 가린 붕대가 눈물로 젖어들어갔다. 그 모습에 레오는 머릴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민호를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 레오,레오 하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레오는 잠시 그런 민호를 바라보다 제 뒤의 남자에게 마음이 바뀌었으니 이만 가보라고 했다.
그리고는 민호의 위에 올라타 발작하는 민호를 몸으로 내리누르고 진정해, 수술은 취소야, 민호. 하고 귓가에 계속해서 읊어주었다. 그럼에도 울음을 그치지못하고 훌쩍이며 언제 레오가 다시 마음을 바꿀지 두려움에 차 덜덜 떠는 민호를 레오는 잠시 바라보았다. 잠시 후 양손에 묶인 천을 풀어주었음에도 민호는 가만히 그 모양 그대로 누워서 훌쩍이기만 했다. 레오가 양발의 천을 풀어주고나서야 안심한 듯 채 못터뜨렸던 울음을 터뜨렸다. 눈에 감은 붕대는 풀지도 않았는데 허겁지겁 레오에게 매달려 우는 민호에 레오는 가슴이 빠듯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가엾고 귀여운 내 연인.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레오는 진심으로 감동했다.



민호, 밥을 안 먹으니까 이렇게 마르잖아..
마른 민호의 등을 쓸며 안쓰럽게 웃는 레오의 얼굴이 보지않아도 그려졌다. 하지만 밤을 새우며 민호를 괴롭히는 행위는 멈추질 않았다. 민호가 돌아온 이래로 쭉.
민호는 아킬레스건 사건 이후로 충격에 식사도 잠도 제대로 못이뤘다. 레오가 먹자고 말해야 간신히 목으로 넘어갔고 자자고 말해야 잠을 이룰 수 있었다. 의사는 신경성이라고 했다. 물론 레오는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사랑한다는 말을 배로 해주었을 뿐이다.
이번 도망이 레오를 얼마나 화나게 했는지는 수술사건이 아니더라도 절반이나 뒤바뀐 저택의 인테리어로 알 수 있었다. 겁에 질린 고용인들의 얼굴에서도 드러났다. 민호를 볼 때마다 살짝 찌푸리며 미묘한 안쓰러움이 담긴 눈을 하는 해리에게서도 느껴졌으며 오직 레오만이 그렇지 않은 \'척\' 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도망을 슬쩍 도왔던 해리는 민호라는 저 남자에게 레오가 얼마나 푹 빠져있는지를 체감했다. 본 적 없는 열렬한 사랑이었다.
그냥 상또라이였다. 제가 알던 레오는. 민호를 만나고도 개과천선되는 과정이 없기에 여태 만났던 여자들처럼 그냥 그정도의 존재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일년을 넘겼다는 소식에 해리는 잊고있었던 민호의 존재에 얕게나마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조사해본 결과, 아주 재미있는 정보들이 해리의 손안에 쥐어졌다.
레오는 말 그대로 민호에게 푹 빠져있었다. 사랑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사 하나가 빠진 건 분명했다. 레오가 민호에게 한 뒷공작은 해리가 봐도 어마어마했다.민호를 길들이기위해 일부러 내보인 일들은 새발의 피였다.

자료를 보고도 그저 흥미에 그쳤던 민호에게 다시 눈길이 가고, 도망을 돕겠다 마음 먹은 건 레오의 진심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징그럽게 부어오른 손을 부여잡고 바닥을 기며 앓던 민호를 레오는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저택 한가운데서 일어난 일이라 관심을 끌 수도 없어 해리는 레오에게 병원에 데려가라고 툭 던졌다. 레오는 정신이 팔린 듯 반응도 하지 않았다. 해리는 한숨을 쉬며 쭈그려앉아 헛구역질까지 하는 민호를 보다 레오에게 한마디하려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눈이 마주친 순간, 해리는 입이 열리지  않았다. 레오가 울고 있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처롭게도. 해리 저조차 홀린 듯 바라볼 정도로 천사같은 얼굴로.
후에 헤어지자는 말에 그렇게 울었다는 소식에 해리는 파티장 한가운데에서 배를 잡고 웃었다. 오스본 체면따위 알게 뭔가. 레오가 사랑에 빠졌다는데. 노만이 죽었을 때보다 더 우스웠다. 해리는 민호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리고 철저히 레오를 속일 계획을 세웠다. 물론 민호에게는 얘기하지 않았다. 눈치가 있다면 제가 기회를 만들었을 때 떠날 터였다.


그러나 해리도 예측 못한 것은 레오의 전애인 중 한명의 눈 먼 질투였다. 레오조차 이름을 잊은 여자였으니 해리가 예측범위 안에 둘 수 있을리 만무했다. 그 여자는 오스본의 고용인 중 한명을 홀려 민호에게 접근했다.
손뼈를 으스러놓은 레오 때문에 민호는 꾸준한 재활치료에도 세세한 동작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레오가 곁에 있을 때는 옆에 붙어 불편함이 없도록 해주었지만 가끔 그가 출장 등의 이유로 민호곁을 비우게 될 때는 고용인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가끔 손의 떨림이 발작수준으로 심해지는 때면 민호는 수저조차 들지 못했다. 그럴 때면 밥도 먹으려 하지 않았다. 레오가 곁에 있어도 무엇도 돕지 못하게 했다. 그저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먹지않고 무엇도 하지 않았다. 바람이나 도망같은 반항은 득이 없다는 걸 인정한 민호였기에 그저 아무것도 하지않고 레오가 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도 내버려두었다.
반복된 체벌로 학습된 체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민호에게 희망을 속삭인 것은 그 고용인이었다. 레오가 찾을 수 없게 꼭꼭 숨게 도와주겠다고. 저 남자가 무섭지 않느냐고. 언제 버려질지 모르는 처지라니, 예전의 그 당당하던 남자는 어디로 간거냐고  부추겼다. 그리고 민호가 결심한 날,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뒷문을 열어주었다.

물론, 그 둘은 아주 끔찍한 꼴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민호는 오스본저택에 아주 감금되었다. 민호가 도망쳤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채고도 모른 체 했던 해리는 있는지도 몰랐던 레오의 동생에 대한 사랑으로 간신히 목숨은 부지했다. 경영권이 자신에게로 넘어올 위기가 닥쳤기는 하지만 말이다.






민호가 없어진 그 나흘, 당시의 레오를 보고 해리는 레오의 끔찍하지만 절절한 사랑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민호도 레오를 사랑하는가.




"민호, 궁금해? 내가 널 어떻게 찾아냈는지."
자는 민호의 얼굴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먼저 문을 열어준 그 남자를 투견우리에 던져넣었더니 여자이름을 대더라고. 그 계집애가 너를 사1창가에 팔아넘겼다길래 나도 그렇게 해줬지. 요즘은 고어 AV도 찍는거 알아? 그년이랑 같이 팔 한쪽 뜯긴 남자를 던져줬더니 고마워죽으려고 하더라. 그리고 그 길로 동양인남자가 들어왔다는 가게란 가게는 다 찾아다녔는데 너를 못찾았어. 가게를 불질러도 입을 못열길래 말 좀 해보라고 입도 찢었어. 가게란 가게는 다 돌았는데. 이미 늦은건 아닐까 불안해서 잠도 못잤어. 공항에도 항구에도 전부 사람을 심어두고 네 흔적을 찾으려고 발버둥치면서 나흘을 보냈어."
"그리고 마침내 너를 찾았지."
민호가 흠칫 잘게 떨었다. 이런, 잠을 깨웠구나. 무서워하지마. 레오가 달래듯 말했다.
"민호, 나는 널 절대 해치지 않아. 네 다리도 멀쩡하잖아?" 민호의 탄탄한 다리 위에 자신의 다리를 겹치고는 민호의 볼을 붙잡아 올려 이마에 키스해주고 웃었다. 정말이었다. 다만 민호가 다시 한번 자신에게서 도망가려한다면 정말로 다리힘줄을 잘라버릴 터였다. 다시는 못걷게, 그래서 이 방에서 나갈 수조차 없게. 자신을 세상의 전부로 여기게끔 말이다.
물론 민호가 뛰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기 때문에 부디 민호가 다시는 도망을 치지 않기를 레오는 가벼운 마음으로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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