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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져서 첨 써본 글인데 핑까좀

ㅇㅇ(211.224) 2018.10.20 00:50:12
조회 55 추천 2 댓글 2


[어서 묵자 식는다.]


꼴꼴꼴 막걸리가 그득히 쏟아졌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늦은 저녁. 지친 두 남자가 포차에 자리를 잡았다.


[어 좋다. 너 이제 일 시작한지 반년 넘었던가. 할만 해?]

[요령이 붙으니까 요새는 파스를 줄이고 있습니다.]

[파스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요령이 중요한거야 우리같은놈들 다치면 병원비가 더 든다.]


꾀죄죄한 작업복을 걸친 사내가 쭉 들이켰다. 잔을 거칠게 쥔 손은 굳은살이 보기싫게 갈라져 그의 삶을 대변했다.


[전에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마는 일할때 잡생각 말어. 그러다 사람 여럿 잡는거야 그땐 나도 내 코가 석자라고]

[그럼요 남한테 피해주면 안되죠.]

[어허 니가 안전한게 우선이지 남챙겨서 나올게 뭐 있나. 내 코가 석자라니까?]

[흐흐 예 형님 코 깁니다.]


맞은편 남자가 웃으며 잔을 들었다. 


시간이 시간이라 포차는 한적했다. 이미 얼큰하게 취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몇몇무리도 하나 둘씩 자리를 털고 일어나 벽에 걸린 테레비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것 같았다.


[저 또 영웅놀이 하는놈들 나오는구만 저놈들은 뭘 했다고는 하는데 얼굴을 본적이 있어야지 말이야.]

[우리같은놈들은 안중에도 없다는거 아니겠습니까?]

[젠장맞을 나도 날때부터 막 장풍쏘고 그랬으면 티비에도 나오고 좋을텐데 말이야.]

[형님이요? 장풍? 크흐흐 여자 치마나 들추고 다니지 마요.]

[것도 좋지. 자고로 남자라면 말이야...]


비워지고 채워지기를 여러번 부침개는 한참전에 사라지고 서로의 말을 안주삼아 막걸리를 넘겼다.


[내가 영웅이란놈들 잘 모르지만 한놈은 기억난다.]


사내가 본인 잔을 채우며 말했다.


[얼음을 쓰는 놈이었는데 학교 앞 분식점에 불난걸 꺼줬어. 그집 아줌마 딸을 좋아했었는데 고마웠지.]

[짝사랑이요?]

[거기 한 백만원치 팔아준거같은데 시파 남친이 있더라고.]


막걸리가 떨어지자 남자가 비적비적 몸을 일으켰다. 사내가 손을 뻗어 한쪽으로 기울던 남자의 어깨를 잡아 끌었다. 계산을 마치고 포차를 나오자 술에 덥혀진 입김이 밤공기 사이로 뿜어졌다.


매번 공사판마다 숙소가 달라졌지만 길 잘 찾는것은 사내의 몇 안되는 장점이었다. 다음날도 일을 하려면 숙소까지는 도착해서 고꾸라 져야 하는것이다. 그의 동료는 술이 세지 못해서 술판이 끝나면 항상 그의 어깨에 기대 늘어지곤 했다. 비틀거리면서도 익숙하게 균형을 잡았다. 취한 그의 눈에 가로등 여러개가 곂쳐보였다. 왠지 오늘은 평소보다도 더 밝아보였다.


불이야!


어디선가 들려온 외침에 사내의 눈이 번쩍 뜨였다. 공사판에서 일하다보니 화재는 항상 주의해야 할 재난이었다. 가는 길이었기에 소리가 들려온쪽으로 서둘러 걸었다. 어깨에 둘러맨 남자도 고개를 들었다.


3층 빌라가 불타고 있었다. 몇몇 이들은 휴대전화를 거내 119를 눌렀고 경박한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내가 근처에 있던 여자를 붙잡고 물었다.


[살던 사람들은 다 나온거요?]

[화재경보가 일찍 울려서  연기만 날때  나왔어요. 아마 다 나왔을꺼에요. 지갑을 두고 나왔는데 아까워 죽겠어요.]

[지갑은...그래도 목숨 구한게 어디요.]


불길이 치솟는 집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매케한 연기가 독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발길을 옮길수 없었다.


[그만 가자 남의집 타는거 봐서 뭣하냐]

[형님]

[코매워 자식아 가서 자야 내일도 일할것 아니야]

[안에 아직 사람이 있습니다 형님]

[뭐?]


남자의 눈이 건물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사내도 시뻘건 불길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취해서 돌았나 다 나왔대잖아. 그만 들어가자 ]

[구해야 할것 같습니다.]

[좀 있으면 소방차 온대잖아 신경쓰지 마라.]

[형님]

[아니 이새기가 정말 돌았나]


남자가 눈동자에 불길을 담은 채로 사내를 마주보았다. 윽박지르려던 사내가 그 모습에 말문이 막혀 숨을 삼켰다.


[죽고 싶어서 그러냐 일이 너무 힘들어?]

[먼저 숙소로 가십쇼.]

[길도 못찾는놈이 불구덩이에 기어들어가려고 아주 발악을 하는구나]

[저는 안죽습니다. 자 이거 보세요.]


손아귀에서 차갑고 딱딱한 얼음덩어리가 느껴졌다. 사내가 놀라 힘을 푸는 사이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사내는 우두커니 그 자리에서 서 있었다. 소방차는 골목이 좁아 들어오는데 애를 먹는 모양이었다. 이놈들아 빨리좀 와라 안에 사람이 있다. 목이 탔다. 숨이 거칠어졌다. 전봇대 아래 버려져있던 깨진 양동이를 찾았다. 물을 찾았다. 누군가 물 호스를 끌어왔다. 비틀거리며 물을 담아 건물을 향해 던지듯 뿌렸다. 건물 끝자락에도 닿지 않았다. 애가 탔다. 심장이 몸을 부술듯 쿵쿵 울렸다. 


사람이 죽는다. 잡았어야 했는데 바보같이 그러지 못했다. 너무 취했다. 기분이 좋아서.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사람이 죽는다.


불길 속에서 움직임이 보였다. 자재가 무너진건가? 아니야 안에서 누군가 움직였다. 아직 살아있다. 마음이 급해졌다. 불길이 토해내듯 사람을 뿜었다. 그렇지 이놈아 왜 거길 들어가. 


여자였다. 옷이 살가죽에 늘러붙어 새카맣게 타 있었다. 사내의 속도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들어간 놈 왜 안나와 으? 이여자야 그놈은 어떻게 되었어 왜 혼자나와]


여자를 붙잡고 흔들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뜯어 말렸다. 그중 장정 몇이 그를 번쩍 들어 올려 담벼락 아래 던져놓았다.


거센 물길이  불 위를 덮었다. 어느새 다가온 소방 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안에 사람이 있다고 외쳤지만 불길이 더욱 거세져 입구가 무너졌다는 답을 들었다.


불길이 잡힌것은 새벽이 끝날 무렵이었다. 작업을 마친 대원들이 들것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시커먼 것을 가지고 나와 구급차에 실었다. 살아 있을것이라 생각한것은 아니지만 사내는 차마 검은 덩어리를 확인 할 수 없었다.


그는 굳은 몸을 일으켜 숙소로 돌아갔다.



몇일이 지났다. 사내는 자꾸만 실수를 해 일을 그만 두었다. 다행이 그간 벌어둔 덕에 술값은 부족하지 않았다.


그는 방금 주운 지역신문을 집어던졌다. 1면에 불타버린 빌라의 사진과 함께 남자의 생전모습이 실려있었다. 그의 영웅적 행동을 칭찬함과 동시에 그의 과거에 대해 적은 기사였다. 히어로를 지망했지만 세월이 흘러 능력을 잃고 포기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사내는 오늘도 소주를 놓을수 없었다. 그날 이후로 막걸리는 입에 대지 않았다.


내가 얼마나 우스웠을까

속으로는 비웃었겠지? 그렇지? 더러운놈 같으니라고

되다만 쭉정이 주제에 그래도 나같은놈과는 태생부터 다르다 이건가?

그딴게 뭐라고 불속으로 들어간단 말인가. 그딴게 뭐라고.


사내는 마지막까지 술을 들이켰다. 취해서 추운줄도 몰랐다. 다행이 그는 길을 잃는법이 없었다. 가로등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골목을 비추고 있었다. 다른점이 있다면 이 시간에 비어있어야 할 골목에 한 남녀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남자쪽은 조선족인것 같았다. 취해서 그런가 사내는 그의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다만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아무래도 남자쪽이 혈기넘치는 놈인것 같다.


공사판에 구르면서 배운것중 하나가 못배워 먹은것이 얼마나 무서운것인지 알게된것이다. 저런놈들한테 잘못걸리면 앞뒤가 없기때문에 모른척 하는것이 상책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놈이 슬쩍 눈을 흘겼다. 뭘보냐 이놈아. 취해서 그런가 용기가 생겨 한번 째려봐 주고 지나쳐 걸어갔다. 녀석은 나같은건 신경도 쓰지 않는것 같았다. 그래 나같은건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거냐? 빈 술병을 틀어쥐었다.


퍼억


담벼락에 술병을 집어 던졌다. 네깟놈이 나를 무시한다는 말이야. 그럴수는 없다. 녀석이 하던짓을 멈추고 나를 돌아봤다. 그래 이제야 나를 보는구나. 네깟놈이 뭐라고 네깟놈이.


비틀비틀 다가가 놈의 팔을 붙들었다. 뭐라고 소리치는것 같은데 웅웅 울려대는 탓에 알아먹을수가 없다. 그럴수록 더 세게 붙들었다. 그러자 놈은 밀쳐서 나를 넘어뜨리려 했다. 벽에 몸을 기대었다. 이정도면 되었을까. 놈의 뒤로 여자가 허겁지겁 도망치는것이 보였다. 안타깝게도 이놈이 작정하고 쫒아가면 붙잡을 수 있을것 같았다. 나는 쓰러지듯 몸을 기울여 허리를 붙들고 매달렸다. 그 와중에 놈이 발길질도 몇번 하는것 같았지만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얼마나 붙들었을까 이놈이 내 얼굴에 침을 뱉기에 나도 가래침을 모아 뱉어주었다. 그러자 배쪽에서 무언가 뜨끈한것이 느껴졌다. 눈이 빠질듯 부릅 떠지고 몇번인가 반짝이는것이 배 속을 헤집어 놓았다. 두꺼운 작업복을 입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차마 고개를 내릴수가 없어서 배를 움켜쥐었던 손을 들어올리자 새카맣게 물들어 있었다. 이놈이 나를 찔렀구나. 숨이 쉬어지지가 않았다.


[아으...아으...이놈이.....]


세상이 거꾸로 돌아 무너졌다. 놈은 칼붙이를 던져놓고 달려갔다. 흐으 병신아 그쪽이 아니다. 여자는 왼쪽으로 돌았단 말이야.


배를 움켜쥐고 있는 손에 힘이 자꾸 빠졌다. 몇번을 찌른걸까.


[이깟게 뭐라고...이깟게...]


사내는 참을수 없는 졸음이 몰려오는것을 느꼇다. 그는 으레 술을 마시고 나면 취기가 올라 잠이 쏟아지고는 했다.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길을 잃어 집에 못 찾아간 적은 없었지만 가끔은 이런 노숙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내는 항상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얼음조각을 만졌다. 이상하게도 그날 얻은 얼음은 잘 녹지 않았다.


원래는 비가 왔어야 할 것을 날이 추운 탓에 눈이 내렸다. 소리 없이 소복히 내리는 눈은 그가 잠에 들기 전 미처 감지 못한 눈을 덮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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