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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남았다.

김나무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3.19 22:27:47
조회 839 추천 13 댓글 17

14년부터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으니까 꽤 오래되었네.

너무 일기장처럼 갤러리를 사용한 것은 아닌가, 싶다가도 몇몇은 좋다고 해주어서 고맙다.

덕분에 계속 올릴 수 있었어.


학교를 나와 집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방을 작업실로 개조했지.

처음에는 베란다에서 그리다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서 방으로 대피했어.

뚜껑 덮인 피아노와 작은 컴퓨터 책상 한편 에서 수채화를 그렸지.

목적도 의미도 없이 그렸어. 그림 그리는 건 재밌으니까.

나가서 작업을 하기에는 몸이 좋지 않아서 최소한으로 끼니를 때운다는 생각으로 그렸어.

쉬지만 말자, 라는 생각으로 끄적이던게 욕심이 생겨서 피아노를 버리고 책상을 들여 놓고

이젤을 갖다 놓고... 한쪽 벽은 드로잉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 나머지 벽에는 

나무를 박아 캔버스들을 올려놨지.


안그래도 작은 방은 이제 잠잘 자리밖에 남지 않았어. 

꽤 많이 버렸다고 생각하는데도 항상 비좁아보이는건 내가 정리를 잘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일거야.

그렸던 그림들을 추려서 블로그에 올리는데  많이 그리기도 했지만, 엉망진창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거하다 저거하다 다시 이거하다... 

정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혼란스러운 그림들은 내눈에는 보기 좋았어.

집나가서 정신없이 놀다가 해질때 들어오는 아이들처럼  어딘가 튕겨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또 잠깐 나갔다가 돌아오고를 반복하고 있지.

그와중에 느낀건 그림그리는게 이제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거야. 

그리고 싶은 주제도 생기고 좋아하는 화가-쎄잔!도 생겼어.

아직은 표현할 능력이 안되어서 습작중이지만 열심히 하면 몇년 뒤에는 전시도 할 수 있겠지. 


근데 왜 갑자기 배경설명이냐고? 그건 이제 곧 여기를 떠나기 때문이지. 뭐라도 남기고 싶어서.

보름 뒤면 교도소에 간다. 병역을 거부해서.

왜,는 http://www.withoutwar.org/?p=13069 여기 써있어.

일년 육개월을 좁은 방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로 책보고 그림이나 그리면서 지내야 한다니. 

... 지금의 내 생활이랑 다를건 없네, 라고 위안한다.

그래도 불안해. 장소가, 환경이 사람을 만드니까.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보다는 하고싶은 걸 하지 못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느낀건데 이것저것 다하면서 그림까지 그리기는 힘들더라. 

그림 그리는거 하나만으로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림 그리는걸 좋아하니까 덜 좋아하는 것들은 하지 않게 되었지.


사람은 한번뿐인 삶을 사니까 되도록이면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살아야지.

하지만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사는 것만큼 바르게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는 함석헌 선생의 책을 보며 많이 배웠는데 덕분에 혼자 그림을 그리는 고독한 시간이 외롭지 않았어. 

친구가 많건 적건, 연애를 하건 안하건 우리는 결국 혼자야. 그렇게 혼자였던 수많은 사람들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있었고, 있을거야. 

현대 과학이 증명한 우주의 넓이를 생각하면 내가하는 짓이 뭔지 자조하다가도 

일년 육개월, 찰나와 같은 시간 앞에서 불안해하는게 사람이지.

이 감정이 변하고 녹슬면 어떡하지. 길 위에서 헤매기만 하다가 죽는 건 아닐까. 아무것도 아니게 되면 어떡하지.


모르겠다. 불안을 안고 사는게 숙명이라면 그래야지 뭐. 그래도 내가 걸어가는 길에 발자국을 땅땅 찍어 놓으면

혹시 알아? 뒤따라오는 어떤 사람에게 도움이 될지. 그렇게 길이 만들어진거니까. 

열심히 가다보면 뭐는 없겠지만 길은 생기겠지.

생각이 길어졌네. 다들 그림 재밌게 그리고 잘 살아. 


안녕.



블로그는 blog.naver.com/treekim89

그동안 그린것들 중에서 추려서 올려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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