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닭다리와 그 아래 가득 말아진 면발이 담긴 

사발에서 모락 모락 피어오른 김이 식전의 주린 얼굴을 얆게

감싸안았다

이미 푹 고아진 육수들만이 자아낼수 있는

짭조름한면서 기름진 내음이 나의 시선을 고정시키고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같이 포동포동 차오른 허벅지를

실오라기 하나 없이 전부 흰 속살을 드러낸 닭다리의 자태에

나도 모르게 첫경험을 앞둔 소년처럼 긴장된 채

침을 삼키고 말았다

우선 나는 젖가락을 들어 접시에 닭다리 하나를 올려놓았다

홀로 떨어져 나와 낯선 곳에 떨어진 닭다리는 겁에 질린듯

부들부들 떨었는지 다리에 붙은 살점은 

마치 산에 살짝 걸쳤다 떠나는 구름처럼

입안에 넣자마자 뼈에서 부드럽게 분리되어 운명처럼

목구멍 속으로 미끄러지듯이 들어갔다

그 맛은 담백하면서도 기름져서 어젯밤 과음으로 거칠고 허해진

속을 벽을 도배하듯 솟아나는 생기로 칠하는 맛이었다

나는 본격적으로 팔의 소매를 걷은 후

한입 뜯겨나간 닭다리를 집개손가락으로 들고

입안 가득 밀어넣어 이로 뼈와 살을 분리하며

혀는 뜯겨나간 살점 하나 하나를 음미하곤

입안 가득 찬 살점들을 한번에 모아 꿀꺽 삼켜

변기물 내리듯 뱃가죽에 들러붙어있던 허기를 쉬원하게 흘러보냈다

물렁뼈까지 깔끔하게 처리한 뼈를 내려놓자

그동안 허기에 가려졌던 닭 특유의 비릿함이 올라오는 것을 잡기위해

자연스레 뚝배기 옆에 놓여진 기다랗게 찢어놓은 김치를 집어

둥글게 말아 입에 넣는 순간 어디선가 자주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한국인은 김치 없으면 살지 못한다'

성급한 일반화라고 넘겼던 그말이 

톡쏘는 맛, 감칠거리는 맛, 신맛, 단맛 등 

조화롭게 섞인 김치의 맛을 가장 담담하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다시 차오르는 허기에 

물질을 하는 오리처럼 고개를 뚝배기를 향해 숙인채

투박한 젖가락질로 크게 면을 들어올리자

뽀얀 육수에 젖은채 길쭉하고 가냘픈 몸의 곡선이 적나라게 드러난 면이

나의 입과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따스하면서도 축축한 숨을 새액 새액 내쉬었다

아, 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가!

나는 더 이상 이성을 잃고 면발을 강렬하게 빨아드린다

후루룩 후루룩 교성과 쩝쩝 쩝쩝 아성 

나와 닭칼국수가 나누는 정열적인 사랑의 소리

후루룩 후루룩 쩝쩝.. 후루룩 후루룩 쩝쩝..  

후루룩 후루룩 쩝쩝.. 후루룩 후루룩 쩝쩝....

후루 룩 쩝..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