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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시리즈 3차창작] 왕을 위한 연극 (6) 기다림

그렇지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5.04 00:51:53
조회 1728 추천 62 댓글 24
														

지금 몇 시지?

정신이 들었다.

아직 눈을 뜨지 않았지만

빛이 느껴지는 걸 보니 벌써 아침인 듯하다.

빨리 서류마저 정리하고 일정 확인한 다음에

여왕님 깨우러 가야 하는데….

왠지 오늘따라 몸이 무겁다.



늦으면 여왕님한테 혼날텐데….



셋만 세고 일어나자.

하나 둘 셋!



나는 몸을 일으켰다.

익숙하지 않은 싸늘한 공기

낯선 천장이 나를 반긴다.



맞다….

이제 그럴 필요없지.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도

종종 잊어버리고는 한다.

습관이란 참 무섭다.



여왕님이 주신 시계를 보았다.

아직 6시도 되지 않았다.



물론 이곳에서의 삶이 서서히 익숙해지고는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언제나 바쁘게 살았던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무료함.

할 것이 없는 하루는 너무나 길다.



북쪽 산에 들어오고 벌써 두 개의 계절을 떠나보냈다.

그리고 겨울을 만났다.

여름을 떠나보냈을 때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가을을 떠나보내고

겨울이 오자 문제가 생겼다.



물이 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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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리 잡은 곳은

북쪽 산 밑 부분

성이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한

사과나무가 심어진 피오르드.



바로 앞에는 물이 있다.

꽤나 큰 물이여서 건너편 뭍에 있는 것은 그게 뭔지 어렴풋이 형체만 보일 정도이다.

이곳이 바다로 통하는 길인지

하루에 한번 꼴로 배들도 지나간다.

이따금 지나가는 배들은 물 건너편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고

그 크기에 걸맞게 뱃고동 소리도 커서 가끔씩 울릴 때면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또 행렬은 얼마나 긴지 다 지나가서 물 건너편을 볼 수 있게 되는데 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마 그 크기나 화물의 양을 보아 무역용 배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생계에 있어서는

원래 물고기를 잡아서 먹고는 했는데

물이 얼어버리자

당장 먹을 것이 없어졌다.

물이 얼자 이따금 지나가던, 무료한 나의 삶의 유일한 볼거리인 무역용 배도 보이지 않는다.



“사과도 벌써 다 먹었는데….”

아직 생선은 몇 마리 남아있지만

생선이라면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몇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나는 마을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는 마을로 가야만 했다.

마을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하지만 나에게 다른 선택은 남아있지 않았다.



우선 마을로 가는 것으로 마음을 굳히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돈이 없다.

도망쳐 나올 때 정말 아무 것도 들고 나오질 않았으니까.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가장 최근에 잡았던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을 하고 있는 갈치를 닮은 생선을

시장으로 가져가기로 마음먹었다.



마을에 도착하자 평화로운 그 모습에 왠지 모를 허탈함마저 느껴졌다.

모두들 분주하게 겨울을 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몇 달 전 나라가 뒤집혀졌었는데

벌써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다.

아니 분명 지금도 많은 고통과 갈등이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원래 겉으로 보기는 언제나 세상은 평화롭다.

언제나 그런 것은 평화의 이면에 감춰져 있으니까.



나는 생선가게에 들어갔다.

“저기 혹시 이 생선 얼마에 팔 수 있을까요? 아직 잡은지 얼마 안 돼서 싱싱합니다.”

“뭐야 과배금용이잖아? 이걸 누가사요 이건 먹지도 못해요.”

나는 생선가게에서 퇴짜를 맞았다.

이상하다 분명 내가 머리부터 잘근잘근 씹어 먹던 생선인데 식용이 아니었다니!

아니 그보다 이제 어떡하지?

이 시계라도 팔까?

시계를 보았다.

엘사라는 각인이 새겨져 있다.

초침이 마치 찌를 것처럼 나를 향해있었다.

“역시 안 되겠지.”



나는 좀 더 시장을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시장 중앙 즈음에 이르자

시장은 더욱 생기가 넘쳤다.

광장에서 강연을 하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조금 더 둘러보니

할아버지들이 낮부터 술을 한잔 걸쭉하게 걸친 채

옹기종기 모여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저게 뭐더라 체스였던가?

마침 할 것도 없었던 나는 그들의 놀이를 지켜봤다.

그 할아버지 중 한 분이 갑작스럽게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거기 젊은이 한번 해볼래?”

“아니요 저 할 줄 몰라요.”

“체스도 못해?”

“할아버님이 아주 잘하시는 거 같던데 혹시 가르쳐 주실 수 있으세요?”

“뭐 내가 잘해? 허허허 총각이 뭘 좀 아는구만.”

할아버지는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과하게 반응하셨다.



“퀸은 룩하고 비숍을 합쳐놨다고 보면 돼.”

“퀸이 제일 유용하군요.”

“그렇지 퀸을 잃으면 거의 졌다고 봐도 무방하지.”



할아버지는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나에게 술을 것을 권하셨다.

“저 술은 못 합니다.”

“그래? 그럼 이거라도 먹어.”

“아니 괜찮아요.”

나는 사양했지만 할아버지는 계속해서 권하셨다.

뭐 결과적으로 나는 먹을 것을 잔뜩 얻어먹고 왔다.



“그런데 젊은이 이름이 뭔가?”

“아직 없습니다.”

“뭐? 이름이 없다고?”

“그런데 아마 곧 생길 거예요.”

“엉뚱한 젊은이로군.”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나는 시장에 가서 체스를 배웠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내기 체스를 해서 이기면 돈을 벌 수단이 생기니까.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게

내가 아렌델의 시민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기뻤다.

물론 아직은 아니지만.



그리고 한창 겨울이 끝나갈 무렵 시장에서 체스로 나를 이기는 사람은 없었다.

나에 대한 소문이 퍼진 것인지

조금 먼 곳에서 나와 체스를 두기 위해서 찾아오는 이도 있었다.

덕분에 나는 체스로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돈은 벌 수 있었다.

나는 우선 겨울을 지낼 수 있을 만큼의 먹을 것을 샀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책을 두 권 샀다.



한 권은 정치학에 관한 책이고 하나는 논증기하에 관한 책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내가 이걸 샀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이 상태로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하학은

보자마자 여왕님 생각이 들었다.

여왕님에게 배울 때 너무 못하면 쑥스러우니까.



정치학은

나비만 꽃이 필요한 것이 아닌 것처럼

나 역시 여왕님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다.

여왕님이 가장 힘들어 하시던 게 정치학이다.

여왕님이 어렵다면 내가 그 고통과 수고를 덜어주고 싶었다.



책을 산 이후로 나는 겨울이 끝날 때까지 책을 살 때 외에는 시장에 가지 않았다.

우선 정치학을 위주로 기하학은 잠시 기분을 전환하는 느낌으로 공부를 해나갔다.

그렇게 무료했던 하루는 이제 또 다시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 되어갔다.



프랙탈….

시간이 지날수록 넓이는 무한히 작아지지만 길이는 무한히 늘어난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은 희미해지지만 그 와중에도 더욱 선명해지는 게 있다.

잊지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날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기억 속의 여왕님의 모습

하지만

비록 여왕님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그에 비례하여 그리움은 더욱 선명해졌다.



소중한 기억을 잊는 것이 너무나 괴로웠던 나는

겨울이 되고나서 자기 전 밤마다 한 가지 일이 생겼다.

바로 나의 무의식중에 흩어진 여왕님의 조각들을 재구성해 나가는 것.

비상하지 않은 머리지만 기억 속의 모든 조각들을 맞추려 노력해나갔다.



오늘은 기하학 책에 나와 있지 않은 새로운 방법으로 증명을 해냈다.

이 증명을 보고 여왕님이 나에게 놀라움을 느끼시면 좋겠다.

놀라움과 신선함.

나는 매일 느끼니까.

여왕님을 온전히 알았다고 생각할 때마다

여왕님은 나에게

항상 당신은 나에게 새로움을 보여주고

그것은 항상 나에게 놀라움이었다.

그러니 부디 당신도 나에게 그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무언가에 대해 온전히 안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는 것처럼

여왕님도 항상 변하신다.

오늘의 여왕님은 어제와 다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지금 여왕님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다.



그리고 내가 책을 다 읽었을 때 이미 겨울은 끝나고

내가 사는 곳에 심어져 있던 사과나무에는 새하얀 사과 꽃이 만개해 있었다.



‘부우’

물이 다시 생명을 되찾자

겨울 내내 보이지 않던 무역선도 다시 나를 반겼다.

뭐 이제는 심심하지는 않지만.



하지만 곧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며칠 동안 내리더니 사과 꽃과 이별을 고해야 했다.

그리고 그 꽃이 다 진후에야 비로소 열매가 맺혔다.

과연 선택과 후회라는 꽃말에 어울리는 사과꽃의 일생이다.



이제 나는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고자 한다.



나는 시장 중앙에 위치한 광장으로 나가서 정치학에 대해서 강연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전, 짧은 시간을 나는 강연에 투자했다.

강연의 내용은 내가 전 날에 공부했던 것에 관한 것이었다.

걱정과는 다르게

의외로 강연은 반응이 좋았다.

따로 수업료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수업을 들은 사람들이 나에게 돈과 먹을 것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강연을 통해 차차 시장의 사람들은 나를 알게 되었고

나 역시 시장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들의 소리를 듣는 게 좋았다.

여왕님에 대한 의견을 물어볼 때면 내가 다 긴장이 되었다.



아렌델 국가 관료 시험

시장 사람들은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던 나에게 관료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었다.

정치, 법, 경제, 철학, 역사

이렇게 5과목이 시험과목이라고 한다.



“직속 신하는 시험도 안 보는데….”

오르지도 못할 나무를 넘보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여왕님이 나에게 해보이라던 증명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의 방법이 없었다.



길이 정해지자 나는 좀 더 책에 들이는 시간과 돈을 늘였다.

법학, 경제학, 철학에 관한 책도 하나 둘 사기 시작했다.



또 매일 조금씩이라도 달맞이꽃을 사서 심었다.

나는 또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또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그리고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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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봄이 되자 사과 꽃은 만개해 있었다.

오늘 사용할 촛농이 다 녹아버리자

나는 밖으로 나왔다.



유난히 오늘 밤은 달이 밝다.

하얀 달빛이 새하얀 사과 꽃에 흩뿌려져 빛이 났다.

그 모습은 흡사 언뜻 보면 눈꽃 같지도 했고

나무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별을 보는 듯하였다.

그리고 그 별들 사이로 밤하늘의 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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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이기에 더욱 잠이 들 수 없었다.



다음날 눅눅한 기분에 나는 몸을 일으켰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며칠 전 꽃들과 만났다.

비가 며칠 동안 계속 내렸다.

이 비가 그치면 아마 꽃들은 다 질 것이다.

짧은 만남이었다.

조금 섭섭하지만 슬프지는 않다.

너와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알고 있으니까

기다림의 시간은 분명 길고 고통스럽지만 만남을 위해서라면 기꺼운 시간이다.



이별이 두렵지 않다는 건

너의 아름다움을 잊는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다시 너를 만날 설렘을 가지고 너를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너와의 이별과 다르게

여왕님과의 이별은 그렇지 못한 거 같다.

물론 나는 기다리고 있지만

보고 싶다.

분명 나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데

헤어진 그 날부터

마음에 그리움이 사무쳤다.



역시 사람은 아니 그녀는 꽃보다

아름다운가보다.



비가 그친 후

하늘은 유난히 맑게 개었다.



역시나 사과 꽃은 몇 개를 남기고 모두 떨어졌다.

그렇게 사과 꽃이 지고

찾아온 여름이라는 계절은 나에게 또 다른 선물을 건네왔다.



또 다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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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꽃이 피지 않아 섭섭했던

달맞이꽃이 만개한 것이다

영원한 기다림이라는 달맞이꽃의 꽃말에 걸맞은 긴 기다림이었다.



푸르름만이 가득한 피오르드에서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샛노란 꽃

그들이 다소 불협화음을 이루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성숙하지 못한 인간의 필요 없는 걱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비록 눈에 띄기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음지가 있어야 양지가 있는 것처럼

노란색은 푸르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곧 그 다름은 단조로움을 덜어 한껏 자연의 숭고미를 드높여 주었다.



며칠이 지나고 비 때문에 질척해진 땅이 제법 굳었다.

며칠 동안 비 때문에 갇혀있던 나는

눅눅한 날씨 덕에 옷이 구질구질하기 그지 없었다.

머리를 만져보니 꽤나 덥수룩한 것 같았다.



시장에 나갔다.

나는 옷도 새로 사서 입었다.

조금 비싼 옷이지만 왠지 오늘은 돈을 쓰는데 거침이 없었다.

이발소도 들렸다.



“총각 오랜만이네 요즘은 안 보이더니.”

이발소 아주머니가 반겨주셨다.

“비 때문에 나올 수가 없었어요.”

“공부는 잘 되어가고?”

“네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래 어떻게 잘라줄까?”

“음, 아주머니가 알아서 예쁘게 잘라주세요.”

“나중에 시험 붙었다고 우리들을 모른 척 하고 그러면 안 돼. 알지?”

“물론이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아주머니는 나에게 거울을 보여주셨다.

“자 어때 총각?”

“괜찮네요.”

“그러고 보니 오늘 웬일로 총각이 말끔하네.

말끔하니 인물이 확 사네.”

“평소에 제가 그렇게 꾀죄죄했나요?”

“아휴 말도 마, 처음에는 거지인 줄 알았다니까.”

“이렇게 잘생긴 얼굴 그렇게 막 다루면 못 써.”

“인물이 아까워 인물이 그러니까 앞으로도 자주 와.”

“하하하. 아주머니 안 그러셔도 자주 와요 걱정하지 마요.”

언제 들려도 유쾌한 이발소이다. 내가 이런 곳을 잊을 리가 없다.



시장에서 돌아온 뒤 나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부우’

뱃고동소리가 울린다.

나는 배를 보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다.

멀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물 건너편에도 사람으로 보이는 형체가 하나 서있었다.

‘저 사람도 나처럼 배를 보기 위해서 나왔나 보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배가 나의 앞을 지나가면서 나의 시야를 막았다.

그만 돌아가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이곳에서 사람은 본 적이 있었던가?

이곳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부우’

배의 행렬은 계속 지나가고 있다.



놀러온 것일까?

아니 그러면 혼자서 왔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저 사람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인가?



‘부우’

배의 행렬이 계속하여 지나간다.



이곳에는 일부러 찾아올 만한 것이 없다.

그러면

저 사람은 나를 보러 온 것이다.

나를 일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저런 곳에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지금 뒤를 돌아보면 그 사람도 뒤를 똑같이 뒤를 돌아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부우’

나를 찾아올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내가 북쪽 산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한 명밖에 없다.

내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 역시 한 명밖에 없다.



‘부우’



저 사람은 그녀일 것이다.

저 사람은 그녀이다.

저 사람은 그녀여야 한다.

저 사람은 그녀일 수밖에 없다.



‘부우’

배가 거의 다 지나갔다.









시야를 가리던 배가 사라지자

건너편에 있던 형체가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브금 켜주세요>


















그곳에….

그곳에 서있던 사람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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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드디어 찾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왕을 위한 연극 (1) 서막 
2.   왕을 위한 연극 (2) 자기기만 
3.   왕을 위한 연극 (3) 이별을 위한 여행
4.   왕을 위한 연극 (4) 배신 (上)
5.   왕을 위한 연극 (4) 배신 (中)
6.   왕을 위한 연극 (4) 배신 (下)
7.   왕을 위한 연극 (5) 만남을 위한 이별 (上)
8.   왕을 위한 연극 (5) 만남을 위한 이별 (中)
9.   왕을 위한 연극 (5) 만남을 위한 이별 (下)


오늘 밤에 에필로그와 후기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여태까지 왕을 위한 연극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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