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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무제

...(112.145) 2014.06.10 20:35:25
조회 668 추천 28 댓글 13

누군가가 이 글을 볼 수도 있기에 남긴다.

사실 좀 웃기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이름 있는 사람도 아니고, 기껏해야 내 근처 사람들이 죽으면 같이 잊혀질 정도의 사람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글을 남긴다. 누군가는 내가 여기에 있었고,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의 심정을 알아주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이곳에서 일하면서 항상 생각했던 것이 역사책 너머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는 것이고, 누군가도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지도 어느새 30년이 넘어간다.

30. 정말 긴 시간이다. 처음 내가 왔을 때 나에게 정말 아득하게 보이던 최고 선임자의 자리에 내가 있으니 말이다.

, 정말 생각할수록 기가 막히군. 내가 벌써 이정도의 자리라니.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매일매일 나의 일상은 거의 똑같았다. 책을 꺼내서 닦고, 새로이 책을 만들어 보관하고, 외부에서 구한 책을 분류하고, 어디에 어떤 책이 있는지 숙지하고, 누군가 책을 찾으면 안내해주고, 반년에 한 번 씩 서재에 있는 모든 책을 다시 정리하고, 지금 생각해도 정말 끔찍하다. 여기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느껴보지 못할 그 압도적인 느낌은 여기에도 남길 수가 없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는 처음 이곳 도서관의 문을 열 때, 부모님의 죽음, 성상의 대관식, 내 아내와의 결혼, 내 자녀의 탄생, 선대왕 전하의 서거, 공주님들의 탄생 그리고 지금 내 왼편 가슴에 달려있는 휘장을 받을 때 이런 것만 떠오른다.

다른 생각을 하다가 잉크가 번져버렸다. 그래, 다시 내 얘기를 하자면 내가 이 글을 남기게 된 건 오늘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오늘 왕성에서 나가게 되는 인원들이 아주 많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성왕께서 갑자기 왕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해직시키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역시 해직자에 포함되어있었다.

나를 포함하여 서재를 관리하던 인원들은 전부 해직되거나 다른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주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해직되고 비교적 최근에 들어온 세 아이들만 남았다.

크리스텔은 주방 보조로 들어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드디어 왕궁에 접시가 진짜 8000장이 있는지 세볼 수 있게 되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밝은 아이인 만큼 잘 해낼 수 있겠지.

문을 열 때 항상 고개먼저 들이밀고 주위를 살피곤 들어오는 습관을 가지고 있던 시걸은 나가거나 다른 일을 해야 한다면 경비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확실히 눈도 좋은 친구고 몸집도 있으니 잘 되었으면 한다.

겔다는 엘사 공주아기씨의 시녀로 들어간다고 했다. 카이 그 녀석이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구만.

솔직히 억울한 심정이나 서운한 감정은 없다. 그저 여기에 있는 이 책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과 그간 들었던 정 때문에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일주일 전 안나 공주아기씨에게 일어난 일이다.

그날은 하늘이 깨어났다고 생각될 만큼 유난히 신의 영혼이 밝게 보이는 날이었다.

당직을 서다가 잠시 바람을 쐬기 위해서 밖에 나갔다가 본 신의 영혼은 정말 아름다웠다. 아직도 그때의 감정이 생생하게 남아있을 만큼.

2시를 알리는 시계탑의 소리에 다시 자리로 돌아가 좀 쉬고 있자니 성왕께서 도서관 문을 박차고 들어오셨다.

그렇게까지 당황하고 급박해 보이는 성왕의 모습은 처음 봤었다. 성왕께서는 다짜고짜 트롤과 관련된 책이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셨고 답변해 드리자마자 말을 준비시키라 하시곤 곧바로 그쪽으로 달려가셨다. 곧이어 왕비님과 엘사 공주아기씨, 경비병들이 들어왔고, 왕궁 안은 온통 난리가 났다.

잠시 뒤 성왕께서 어떤 지도를 들고 나가셨고, 그때서야 나는 성왕께서 안나 공주아기씨를 안고 계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성안의 공기가 이상할 정도로 차갑다는 것도.

그리고 그날 남아있던 사람들은 작은 홀에 마치 겨울이 된 것 마냥 서리와 눈이 내려있던걸 보았다.

그리고 그 것을 보자마자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책이 아직도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얼음마녀의 마법에 당한 왕과, 그를 치료해 준 트롤의 이야기.

단순히 전설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 그 이야기는 진짜로 있었던 일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왕께서 우리에게 해직 명령과 함께 이 안에서 있었던 일을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고 한 것을 보면 더더욱.

후대에 이 사실이 기록된다면, 성왕께서 아무런 이유도, 설명도 없이 궁성의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먹고 살 길도 안 만들어주고 내쫓은 사건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를 생각하며 성왕의 폭정을 욕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론 당분간 우리가 어떻게 생계를 꾸려야 하는가는 확실히 막막하긴 하다. 그러나 성왕께서 이정도로까지 조치를 취하시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무언가 큰 공을 세운 왕만 기억하고 그 외의 왕들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내 생각엔 우리 성왕께서도 역사책에는 별 내용 없이 기록될 것 같다.

허나 성왕께선 정말로 우리들에겐 그 어떠한 왕들보다도 위대하신 왕이다. 성왕께서는 언제나 백성들만을 생각하셨고, 실제로 성왕이 즉위하신 이후에 더욱 더 살기가 좋아졌다.

민심이 안정되었고 최소한 매일매일 끼니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으니 이는 정말로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러한 사실이 역사책에 기록된다 한들 짧게 아크다르왕의 즉위기간동안은 평안하였다.’ 정도의 기록만 남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로 우리에게 필요한건 그런 짧은 평안이다. 영토가 넓어지든, 건물을 새로 짓든 그런건 우리에겐 하등의 가치가 없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이 이야기의 끝을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이 왕국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 무사히 잘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종이가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더 이상 뭔가를 적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니 조금 상투적인 말로 끝을 맺을까 한다.

아렌델에 영광 있으라. 그리고 이 글을 읽는 그대에게 축복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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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왠지 끄적이고 싶어서 적었는데 대체 뭐한건지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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