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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단편]어느날 아침

...(112.145) 2014.06.12 09:17:16
조회 686 추천 26 댓글 18

나는 이 하늘이 깨어나는 시각을 정말 좋아한다.

아직 충분히 밝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세상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물속의 세상을 보는 듯 약간 푸른빛이 온 세상에 감도는 이 느낌.

허나 그 순간은 너무나도 빨리 지나가버린다. 기껏해야 10, 20분 정도일까.

다만 한 가지 안 좋은 점이라면... 너무 춥다. 특히 오늘 같은 겨울에는.

---

후우- 이제 끝이다.”

정각 15분전에 울리는 시계탑의 소리가 들리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종소리가 들렸으니 이제 곧 왕국 공식 얼음 판매 배달 책임자님, 안나 공주님의 부마님이신 크리스토프 씨가 오실 것이다.


미리 외양간에서 스벤을 깨워 두고 밖에 나와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어디선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좋은 아침이에요, 에이나르.”

고개를 돌려서 보니 크리스토프씨가 비니 모자를 고쳐쓰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렌델의 공식 얼음 판매 책임자님.”

... 그 호칭은 안 써주시면 안될까요. 에이나르.”

, 내 정신 좀 봐. 죄송합니다. 부마님.”

, 제발... 그냥 크리스토프라고 불러줘요. 우린 아직 결혼도 안했다고요.”

크리스토프가 이마를 짚으며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듯 말했다.

정말이지 놀려먹는 맛이 있는 사람이다.

장난에 이렇게까지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

어차피 곧 결혼 하실 사이 아니십니까?”

아직 약혼식밖에 안올렸어요. 그 소리 들을 때마다 진짜 낯간지러워 죽겠다고요.”

이젠 슬슬 익숙해 지셔야 할 것입니다, 부마님.”

끄아아아아- 에이나르! 그렇게 부르지 마요 좀!”

하하하, 미안합니다, 크리스토프. 스벤은 미리 깨워놓았습니다.”

... 고마워요 에이나르.”

외양간 문을 열어주자 크리스토프가 들어가서 스벤이 있는 우리의 문을 열었다.

크리스토프씨도 이상한 고집이 있는 사람이라서 항상 본인이 직접 스벤을 데리고 나온다.

그리고 저것도.

스벤 잘 잤냐? 이제 일하러 가야지.”

아삭- 아그작- 아그작-

으직- 아그작- 아그작-

크리스토프는 항상 당근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들고 다니면서 종종 스벤에게 먹이는데 항상 스벤이 먼저 먹게 하고 그다음 자신이 먹는다.

... 솔직히 아무리 그래도 저 순록 침이 묻어있는걸 어떻게 저렇게 태연하게 먹을 수 있을까.

게다가 그 입으로 안나 공주님과 ... 아 젠장, 끔찍하다.

생각해보면 내가 크리스토프씨보다 더 나은거 같은데. 얼굴도 내가 더 잘생겼고 몸도 좋고 머리도 아마 더 좋겠지?

역시 인생은 운이라는 건가. ...

그런데 신기한건 왠지 크리스토프씨가 안나 공주님 옆에 있는 게 정말 당연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솔직히 안나 공주님 옆에 다른 남자가 같이 있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다. 마치 처음부터 둘이 있었다는 느낌?

최소한 그 빌어 처먹을 한스 녀석보다는 낫지. 진짜 믿음직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어딘가에 유배당해서 살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놈은 그냥 그어버리는게 답 아닌가?

다 먹었어 스벤? 그럼 이제 가자.”

크리스토프는 스벤을 데리고 나온 다음 스벤의 몸에 썰매를 묶기 시작했다.

이 썰매도 못해도 3년은 된 것으로 알고 있는 데 아직도 새것처럼 말끔하다.

그때는 이 모양이 최신유행이었는데. 시간 참 빠르네.

달라진 것이라고는 이전 스벤의 뿔을 썰매 앞에 단 것 밖에 없다.

그만큼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겠지.

수고하세요. 에이나르.”

좋은 하루 되세요. 크리스토프.”

크리스토프씨는 그렇게 인사를 하고선 성 밖으로 나갔다.

물론 그냥 가진 않는다. 저렇게 가다가 다리를 중간정도 건너면... 그렇지.

크리스토프!!!!!!!”

뒤돌아보면 안나 공주님께서 발코니 난간에 손을 짚고 서 계신 모습이 보인다.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서계신 모습은 정말로 아름답다.

특히 오늘처럼 적당히 바람이 부는 날이면 공주님의 밝은 갈색머리가 바람에 날리면서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항상 저렇게 머리 풀고 다니시면 훨씬 예뻐 보이실 텐데. 왜 항상 양갈래로 머리를 땋으시는 것일까.

잘 다녀와요!!!!!!”

공주님은 밝게 웃으시면서 마치 어린 아이가 아빠를 배웅하듯 손을 크게 흔들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토프씨 역시 작게 손을 흔들고는 다리를 건너는 속도를 높인다.

아마도 안나 공주님은 크리스토프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저 자리에 서 계시겠지. 언제나 그렇듯.

이제 곧 시계탑에서 정각을 알리는 종이 울리겠지만, 왕성 인원들의 대부분은 이미 일어났을 것이다.

나도 불침번이 없을 때에는 저 인사소리를 듣고 일어난다.

솔직히 내 생각에는 저 아침 인사가 온 아렌델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다.

자 그럼 어찌되었건, 나도 오늘 하루 일과를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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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전 마지막으로 올리는 글이 되겠내... 그냥 가려고했는데 퍼득 쓰고싶어서 속성으로 써봤다.

다필요없고 마지막에 손 흔들면서 인사하는 장면 쓰고싶었음 ㅇㅇ

그리고 존나 미안한데 부탁 하나만 하자.

혹시 문학의 밤 때 https://job.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1661162&page=11 이거 한 번만 링크 해줄 수 있냐?

나도 어쩔 수 없는 관심종자라 다른 갤러들이랑 같이 평가받고 싶어짐 ㅇㅇ. 욕처먹는게 묻히는 것보단 나을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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