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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문학] 성 복도 마루바닥을 닦아보고싶다.모바일에서 작성

Ar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8.10 02:08:25
조회 850 추천 49 댓글 29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sHbUX

오늘도 역시 햇살 쨍쨍한 아렌델의 오후.



지금 시간은 2시반.

오전부터 빨래를 해서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오늘 할 일은 아직 남았으니까 쉴 수는 없어.

어제 비를 맞은 탓에 감기가 걸려서 휴가라도 내고 싶지만 그럴 수야 있나.

휴가를 낸다는 건 아렌델을 위해 일을 하지않는거고, 그건 곧 여왕님 공주님을 위해 일을 하지않는걸 의미하니까 말이야.

몸이 지치고 병들어도 나는 일해야 해.

내가 하는 일은 아렌델을, 여왕님 공주님을 위한 일이니까 말이야.

오늘은 또 무슨 일을 하게 될까?




"성 전체 마룻바닥을 닦아주세요."

잠깐. 내가 잘못들은건가?

"하하 카이. 방금 혹시 성 전체라고 하셨나요? 잘못 들은 것 같아서요."

"잘못 들은거 아닙니다."

그래 그래. 접시 8000장과 장작 2000개를 혼자 처리했는데 성 전체 마룻바닥쯤이야.

이제는 거의 체념한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돌릴거야.

일을 미루는 건 좋지 않으니까.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역시 만만찮은 일이야.

성이라 그런지 복도가 워낙 넓은 탓에 계속 닦아도 닦아도 또 넓은 복도가 날 기다리고 있어.

하지만 뭐 어쩔 수 있나.

이렇게 넓은 복도도 계속 닦기만 하다보면 언젠가는 끝이 보이겠지.



몸은 좀 힘들겠지만 복도들을 지나다니며 여왕님 공주님의 행적을 상상하다보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거야.

항상 공주님이 초콜릿을 찾으러 오시는 주방,

가끔 여왕님이 이 곳에서 그림을 그리신다는 방,

이 곳에서 공주님이 그림과 대화한다는 소문의 방..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이 일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겠지.

어느새 해도 뉘엿뉘엿 지고 있고 이 마루바닥 닦는 일도 거의 다 끝나갈거야.

시계는 8시를 가리키고 있겠지.

오늘도 나는 이렇게 아렌델을 위해, 여왕님 공주님을 위해 일을 했구나.



"니 덕분에 즐겁게 일했다. 고마워."

감상에 젖은 나는 공주님이 자주 말을 거신다는 그네타는 여자 그림에 감사 인사를 하겠지.

자, 이제 일을 마무리하러 가볼ㄲ..




"고맙긴! 난 방금 왔는걸!"



어?

이 그림 정말 말하는 그림인가?


"이봐, 그 쪽이 아니라 이 쪽이야!"

쾌활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작은 눈사람이 나를 향해 넉살좋게 웃어보이고 있겠지.


그래. 저 녀석이 올라프구나.

"아.. 에취! 안녕, 올라프."

"내 이름을 아는구나! 니 이름은?"

"하하. 난 ㅇㅇㅇ라고 해."

"그렇구나! ㅇㅇㅇ! 여기서 그림이랑 말하면서 뭐하는거야? 혹시 무슨.."

사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눈사람이랑 말하는거나 그림이랑 말하는거나 둘 다 이상해보일텐데.

"그냥 혼자 일하면서 좀 심심해서 말이야. 올라프는 뭐하는거야?"

"나도 심심해서 하루종일 성을 돌아다니면서 안나를 찾고 있었어! 근데 이제는 돌아가야 할 것 같아. 하늘도 눈을 감으니까 말이야. 잘있어! ㅇㅇㅇ!"

올라프는 그 말을 끝으로 방을 나가버리겠지.

하여간에 유쾌한 녀석이야.

여름이라도 저런 눈사람이 돌아다닐 수 있게 해주신 여왕님의 자비를 생각하면 다시 한번 가슴이 찡해지


잠깐.

올라프 전용 눈구름?



서둘러 올라프가 서있던 자리로 달려가보면 눈구름에서 내린 눈들이 다 녹아서 물이 되어있겠지.



\'나도 심심해서 하루종일 성을 돌아다니면서 안나를 찾고 있었어!\'

\'하루종일 성을 돌아다니면서 안나를 찾고 있었어!\'

\'하루종일 성을 돌아다니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보면

내가 지금껏 닦았던 복도에는 눈이 녹은 탓에 물이 고여있겠지.



\'하루종일 성을..\'

하하. 올라프. 한 건 해냈구나.

지금껏 내가 닦았던 마루들이.. 전부..



괜찮아. 다시 한번 닦으면 끝나는 일이니까.

낮부터 지금까지 닦은 복도를 또 한번 닦으면 그만이니까.

일을 미루는 건 좋지 않아.

혹시나 여왕님 공주님이 복도를 지나다니시다가 미끄러지시면 큰 일이니까.


어서 밀대랑 물통을 들고 이동해야..

아아..


에취!!!!!!



순간 나와버린 재채기에 더러운 물이 담긴 물통이 쓰러지고 그 안에 있던 물은 내 옷을 적시겠지.

뭐 괜찮아. 어차피 올라프 덕에 한번 더 닦아야하기도 했고 하니까 말이야.

나는 대충 옷을 짜서 최대한 물기를 없앤 후에 다시 지금껏 닦아온 복도를 되돌아가야겠지.



옷이 젖은 탓에 감기가 좀 더 심해질 것 같지만 뭐 어쩔 수 있나.

명령을 어길 순 없으니까 말이야.

명령을 어긴다는 건 곧 아렌델의, 여왕님 공주님의 뜻을 어긴다는 뜻이니까.


밀대를 들고 쏟아진 물을 닦기 시작해.

이미 지칠대로 지친 몸이지만 이 일도 다 여왕님 공주님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힘들지는 않아.

이 작은 일도..

모두 여왕님 공주님께..

힘이 되는 일이라고..



하하.


From DC W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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