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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정령살해자 - 6화: 잊혀진 자들

한-스-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10.26 00: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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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U3DId

 

 

정말 이쪽이 북쪽인 거 확실해요?”

그럴 리가 있소? 이곳의 지형은 완전히 낯선 걸. 그저 감을 믿고 나아갈 뿐이오.”

아까 해 뜨는 방향이 동쪽이었을 테니 그걸 참고하면 되잖아요?”

해 뜬 게 언제적인데 그런 말을 하오? 게다가 지금은 구름까지 잔뜩 끼었는데?”

그렇다고 그 지도만 쳐다본다고 뭐가 나오진 않잖아요? 꽤 좋은 지도같긴 하지만.”

아파오는 머리를 싸쥐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는 아크다르.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

 

며칠 전, 북부습곡 마을에서 이둔이 다짜고짜 자신을 따라가겠다 했을 때, 아크다르는 대번에 거절했었다.

당연하다. 길도 모르고 정령들의 흉폭함이 확인된 이상 100% 위험한 길에 여자까지 동행시킨다니, 말도 안되는 짓이다.

그렇게 딱 잘라 뿌리치고 마을을 나왔건만……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처음 만났을 때 쓰던 활은 물론이고 단검까지 수 자루 걸치고 뒤를 미행하던 그녀와 시선이 마주쳐버린 것이다.

……

원래대로라면 그대로 붙잡아서 마을까지 끌고가는 게 그녀를 위한 일이었겠지만, 이전에 보여줬던 정숙한 모습이 거짓말같을 정도로 온갖 땡깡을 다 부려대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동행을 허락하게 된 것이다.

설마 싶지만, 자신은 기센 여자에게 약한 것인가……. 하아.

, 그렇다고 해서 여행 동료로서 이둔이 나쁘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대로 꽤나 마을 밖에 자주 다녀서인지, 여느 아낙네들과 달리 야외에서 구르는 데 별다른 저항이 없고, 나름 서바이벌에도 일가견이 있다. 오히려 왕자이면서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아크다르 자신이 이상한 거겠지.

여담이지만, 이둔은 아직도 자신의 이름을 쥬카로 알고 있다. 속이는 것 같아 미안하긴 하지만, 이제 와서 자신이 아렌델의 왕자임을 밝히기도 뭣하고 말이지.

각설하고…… 그래, 아무튼 그렇게 북부습곡 마을을 나오고 수 일, 이렇게 보기 좋게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것 참, 북쪽산이라도 보이면 길 찾기가 쉽겠는데……” 머리 위에 빽빽이 들이찬 숲을 보며 혀를 차는 아크다르. 일찍 온 겨울 때문에 나무들은 온통 눈으로 쌓여 그늘을 더더욱 짙게 드리운다.

이럴 땐 감에라도 의존해야죠,” 아까 지도 보지 말랄 땐 언제고, 갑자기 아크다르 손에 들려있던 지도를 뺏어보는 이둔. “북부습곡 마을이 북쪽산 동쪽 기슭에 있고, 우린 계속 북쪽으로 갔으니까…… 대충 이 근처일까요?”

어디…… ,” 이둔의 손이 가리키는 구역을 보고 얼굴을 찌푸리는 아크다르. “확실히, 지금까지 계속 숲만 지나왔으니……. ‘잊혀진 땅이라……”

지명 이름 한 번 악의적이네요,” 솔직한 감상을 밝히는 이둔.

오래 전부터 이곳엔 아무도 살지 않았으니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중얼거리며 지도를 다시 품속에 넣는 아크다르. “인간은 그런 존재인 모양이오…… 자신에게 필요 없는 건 빨리 잊어버리는 법이지.”

자기도 모르게 그런 철학적인 감상을 흘리고 있자, 문득 뒤를 돌아보니 이둔이 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 그러시오?”

“……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쥬카 씨?” 느닷없는 이둔의 질문에 절로 몸이 굳는 아크다르. 설마……? “서로 안 지 며칠 안됐지만,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도저히 단순한 낭인으로는 보이지 않아요. 설마 사실은 귀족이라거나 하는 전개?”

…… 일단 귀족은 아니라고만 해두겠소,” 말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는 아크다르; 거짓말은 안 했지만 말이지. “, 그냥 쓸데없이 의협심이 강한 여행자라고 생각해 주시오. 이래뵈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길을 떠난 남자니까.”

“…….” 으음, 안 통했나. 이둔은 그야말로 너의 정체를 파악해 주겠어, 라는 눈빛으로 꿰뚫을 듯이 그를 노려보고 있다. 뭐랄까…… 어떻게 보면 삐진 것 같기도 하고.

“…….” 묘하게 그 얼굴이 의식되서 고개를 피하려는 아크다르. 하지만 그러면 오히려 더 의혹을 살 게 뻔하니까, 그러지도 못하고 본의 아니게 계속 그녀와 눈을 마주하고 있다.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부끄러운데……

“…… 좋아요, 일단은 그렇다고 하죠,” 아직도 뭔가 미심쩍다는 표정이지만, 고맙게도 이둔이 먼저 물러나준다. “그보다 슬슬 해가 지는 모양인데, 이제 쉴 곳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과연, 구름 사이에서도 붉은 노을이 어렴풋이 보인다. 은근히 고집 있으면서도 근본적으로 그녀는 총명한 여자인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하루 잘 곳을 찾아 숲을 둘러보면서도, 속으로는 감탄을 금치 못하는 아크다르였다.

 

***

 

불행히도, 두 사람은 쉴 곳을 찾기 전에 다른 것을 찾아버렸다.

새삼 놀랄 일도 아니지만, 이건 또 심하군……” 수풀 속에 숨어서, 말들을 데리고 오지 않길 잘했다고 중얼거리는 이둔을 옆에 두고 무심코 말하는 아크다르.

잎과 가지의 틈새에 보이는 것은 어마어마한 수의 얼음 정령들. 며칠 전 북부습곡 마을을 습격한 녀석들 이상으로 많은 숫자였다. 딱히 파괴공작을 벌이는 건 아니지만, 저 정도의 숫자가 모이니 단지 돌아다니는 것 만으로도 주변의 초목이 얼어붙어간다……

수상한데요…… 뭔가 경계하고 있는 눈치에요,” 옆에서 속삭이는 이둔. 확실히……

경계라고나 할까, 뭔가를 찾고 있는 것 같기도 !”

대답하며 중얼거리던 아크다르가 갑자기 멈춘다 순간, 목 앞쪽에 뭔가 차갑고 날카로운 것의 감촉이 느껴진 것이다.

움직이지 마; 허튼 짓 했다간 목이 날아간다,” 처음 듣는, 중저음의 으르렁거리는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온다. 화들짝 놀란 이둔이 뒤로 물러나며 단검을 빼들려 하지만 아크다르의 목에 들이대진 도끼날을 보고는 그대로 멈춰버린다.

설마 당신은…… 드워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그녀의 속삭임을 듣고는 아크다르 역시 놀라 굳어버린다. 드워프라고?

정말 인간다운 소리로군; 아예 우리들의 존재를 잊어버린 건가?” 툴툴대는 소리와 함께, 뒤쪽에서 거친 손이 아크다르의 목덜미를 잡아 땅에 내던지다시피 한다. “, 얌전히 따라와 보실까. 정령 놈들에게 들키면 골치 아파.”

원하는 게 뭐요?” 간신히 몸을 돌려 습격자를 바라보는 아크다르. 이둔의 말대로, 드워프였다 트롤보다는 훨씬 크지만 그래도 인간 기준으론 땅딸막한, 하지만 특유의 우악스러운 팔다리와 덥수룩한 수염이 위협적인 사내였다. 물론 손에 든 엄청 큰 도끼가 훨씬 위협적인 건 두 말할 것도 없지만.

오히려 내가 묻고 싶군; 네녀석들이 이곳까지 오면서 원하는 게 뭐지?” 사납게 되묻는 드워프. “아니…… 지금 대답할 필욘 없겠군. 내 은신처에서, 하나하나 불도록 하라고.”

그리하여 처음 길을 떠난지 약 일주일 만에, 아크다르 왕자의 퀘스트는 잊혀진 땅에서 드워프에게 납치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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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란 이름 역시 나이트위시 밴드 멤버에서 따온 이름. 애초에 여기 등장하는 오리캐 전원은 나이트위시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이둔 귀여워요 이둔. 애초에 내가 왕비님 성격을 다소 안나처럼 묘사해서 그렇지만.....

여담이지만, 정령왕 염귀의 정체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라그나로스입니다. 솔직히 몰라도 전혀 상관없음. 이건 다른 정령왕들의 정체도 마찬가지...... 한 명만 빼고.

트로이의 이야기는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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