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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 문학] 쳇바퀴의 고리

엘사앤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5.28 11:28:19
조회 441 추천 18 댓글 3

여자 한 명이 인터넷을 하고 있다. '겨울왕국 갤러리' 여자가 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이름이었다. 그 여자가 싫증이 났는지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부엌으로 걸어가서 물을 마셨다. 하얀 컵이 여자의 눈 앞을 가리고, 동시에 시원한 물이 그녀의 갈증을 덜어주었다. 물을 마신 후 컵을 내려놓은 그녀는 생애 가장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자신의 몸이 알 수 없는 사람의 몸으로 바뀌어 있었다. 여전히 여자의 몸이었지만, 자신의 몸이 아니었다. 놀라 거울을 찾으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거울도 없고 어떤 것도 없었다. 마치 꿈을 꾼 것처럼 지금까지 그녀의 삶이 멀어져갔다. 어쩌면 지금 꿈을 꾸는 것일까? 그녀 옆의 아렌델이라는 표지판만이 그녀에게 꿈이 아니라고 말해 주었다. 표지판이 비에 미끄러져 자신의 발을 짓누르고 있었으므로, 강한 고통이 느껴졌다. 서둘러 발에서 표지판을 들어 올렸다. 피가 흘러 빗길에 흘러내려 갔다.


아픈 발을 바닥에 끌며 어딘가로 향했다. 어딘가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 현실에 적응해야 했다. 그러나 무슨 수로? 아렌델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는가? 구체적으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영화에서 본 건 정말 일부분이구나'

여자의 생각이 맞았다. 아렌델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컸다. 병원을 찾던 중에, 빗길 사이로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살았다'

그녀가 크게 소리 질렀다. 그러나 말이 통할 리가 없었다. 한국어를 무슨 수로 알겠는가? 경찰 몇 명이 수군수군 하며 다가오더니, 그녀가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해버렸다. 순식간에 그녀를 제압하고는 어딘가로 끌고 갔다.

'영어로 해야 하나? 노르웨이어?'

그러나 그녀는 노르웨이어를 하지 못했다. 노르웨이어를 한다고 알아들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지만.

'영화에서 영어를 하니까 영어를 하면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그녀가 영어로 물었다. 어디 가는 거냐고.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병원이요"


물론 그 대답은 영어였다. 병원에 도착한 후, 의사와 간호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재빨리 다가오더니 발에 무언가를 뿌렸다. 발이 더 아파졌다. 참아야 하겠지. 의사가 내게 말했다.

"괜찮을 거에요. 내일 되면 다 나을 겁니다. 아주 가벼운 상처에요."

그 말에 안심하고 잠이 들었다. 오래갈 평화는 아니었지만.


잠에서 깨자 웬 쇠창살이 보였다.

'맞다, 이 몸은 내 몸이 아니었지'

이 몸을 썼던 범죄자가 부디 약한 범죄를 지었기를. 그렇게 바라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병사 몇 명이 오더니 쇠창살을 열고 나를 데려갔다. 어디로 데려가는지 나는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수갑이 채워진 채 어딘가로 갈 뿐. 내가 가는 길옆으로 사람들이 서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영어로 나에게 욕을 했고, 침을 뱉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몸을 썼던 사람이 커다란 죄를 저질렀나 보다. 천천히 병사들을 따라가다 보니 눈앞에 눈부신 사람이 나타났다.

'여왕님'

나는 반가움에 여왕님을 불렀다.

"여왕님!"

그러나, 나에게 냉혹한 표정만을 보내시는 그분은 잔인한 말을 쏟아내셨다. 물론 잘못된 말은 아니었지만, 그 말들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안나 공주의 살인 건으로 재판에서 사형이 확정된 범죄자, 인정합니까?"

나는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큰일 났다. 내가 죽는 게 문제가 아니라, 공주님이 죽었다는 사실이 큰일이었다. 그러나 생각 정리할 겨를도 없이 남자 한 명이 거대한 도끼를 들고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죽을 수는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내가 어서 죽기를 바라는 표정이었다. 내 팔을 잡고 서 있는 병사들의 발을 밟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대비를 못 했는지, 팔을 잡는 손에 살짝 힘이 빠졌다. 있는 힘껏 몸을 흔들어 병사들을 밀치고 뛰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고함을 치는 소리가 들린다. 심지어 어떤 남자가 양팔을 벌려 나를 가로막았다. 몸을 던져 남자를 고꾸라트리고 수갑에 묶인 손으로 바닥을 잡고 다시 일어났다.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내 등 뒤로 거대한 무언가가 날아왔다. 나는 그것을 보아서 안 것이 아니었다. 내 몸을 관통해버린 차가운 기둥. 상황을 깨닫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 여왕님의 손바닥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무언가 까먹은 느낌이었다. '무엇을 까먹었을까?' 나는 무엇을 까먹었는지 기억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여러 번 그랬지만, 결국 생각나지 않아 기억하는 것을 매번 포기했다. 대신 내 눈앞의 겨울왕국 갤러리에 집중하려 했다. 하지만 싫증이 났다. 목에선 갈증이 난다.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부엌으로 걸어가서 물을 마셨다. 하얀 컵이 내 눈 앞을 가리고, 동시에 시원한 물이 갈증을 덜어주었다. 물을 마신 후 컵을 내려놓은 그 순간, 생애 가장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내 몸이 알 수 없는 다른 사람의 몸으로 바뀌어 있었다. 여전히 여자의 몸이었지만, 내 몸이 아니었다. 나는 놀라 거울을 찾으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어떤 것도 없었다. 마치 꿈을 꾼 것처럼 지금까지 그때까지의 삶이 멀어져갔다. 어쩌면 지금 꿈을 꾸는 것일까? 내 옆의 아렌델이라는 표지판이 내게 현실감각을 일깨워 주었다. 표지판이 비에 미끄러져 내 발을 짓누르고 있었으므로, 현실임을 알리는 강한 고통이 느껴졌다. 서둘러 표지판을 들어 올렸다. 피가 흘러 빗길에 흘러내려 갔다.


저 멀리서 경찰이 보였다. 그곳으로 가면 안될 것 같았다. 반대쪽으로 아픈 발을 끌고 걸어갔다. 그러나 곧 넘어지고 말았다. 너무 발이 아파 일어날 수 없었다. 도움을 청하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을 들어 위를 보자, 놀랍게도 여왕님이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그러나 내 얼굴을 마주한 순간 여왕님의 표정이 일그러지셨다. 어째서? 그러나 눈 깜짝할 새도 없이, 얼음이 나를 덮쳤다. 내 몸을 가두고 나를 얼려갔다. 이 알 수 없는 곳에서 나는 죽는 것인가? 아니, 여기는 아렌델이지. 그러나 죽기는 싫었다. 하지 못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눈에서 눈물이 나온다.


무언가 까먹은 느낌이었다.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목에서 갈증이 난다. 부엌으로 갈까, 하다가 말았다. 대신 겨울왕국 갤러리를 끄고 침대에 누웠다. 왜 이렇게 피곤한 건지, 잠이 들어 버렸다. 오랜만에 꿀 같은 잠을 자고 일어난 후, 아무 일도 없었다. 언제나처럼 평화로운 서울의 아침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을 켰다. 오늘따라 배경화면의 공주님이 생기있어 보였다.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AxF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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