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엘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5화 [BGM 주의]

밀라(112.184) 2016.02.11 21:32:12
조회 757 추천 22 댓글 6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7yHv0






엘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1화


엘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2


엘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3


엘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4














  크리스토프는 한없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 역시 스파게티를 전혀 입에 대지 않았다. 그는 화가 났다. 대체 무엇에 대한 분노일까. 4년 동안 엘사만을 바라봤던 자신을 조금이라도 돌아봐주지 않는 냉담한 그녀 때문에? 아니면 스스로 불행을 선택하고 고립을 자처하는 엘사의 안타까운 자학 때문에? 아니다. 크리스토프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엘사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녀가 날 사랑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그녀가 과거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날 절대로 사랑하지 않을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가 화가 나는 이유는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4년전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는 모텔방에서 자신이 만든 빙판에 쓰러져 있었다. 그 방은 온통 얼어붙어 한기로 가득했었다. 하지만 크리스토프는 그때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마음이 그 방보다 더 얼어붙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은 그 얼어붙은 심장을 결코 녹일 수 없다는 사실까지. 


왜 엘사를 사랑했을까? 한없이 생각할수록 명확한 이유를 집어낼 수 없었고 그의 애정은 망각 속으로 가라앉았다. 다만 그의 시선을 고정시킨 것이 엘사의 슬픔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깊은 상실감. 그 우물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고독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게 만들었다. 엘사가 영원히 그 손을 잡아주지 않을 것을 잘 알면서도. 안나에  대한 상실이 엘사를 파괴해가는 것처럼 그 닿을 수 없는 마음과 엘사의 대한 욕망이 크리스토프를 미치게 했다.



엘사는 마치 수평선까지 펼쳐진 얼음 위에서 고독하게 걷는 북극곰처럼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사랑을 구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누구도 자신을 그 하얗고 광활한 침묵 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크리스토프가 맥없이 웃었다. 그녀의 대한 마음과 욕정 그리고 다시 그녀를 볼 수 없다는 절망. 그리고 엘사의 그 냉담함이 어지러이 뒤섞여 한스의 마음은 어두워졌다. 아름다운 모든 색깔을 뒤섞으면 검은색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오랜 시간 일방적으로 사랑했지만 그 좌절된 사랑과 욕망이 절망으로 그리고 증오로 변하는 것은 테이블에서 채 일어나기도 전에 끝났다. 크리스토프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그리고 웹클라우드에 올려놓았던 한장의 사진을 다운 받는다. 4년전 엘사를 처음 만났을 때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었다. 은빛이 감도는 금발의 여인이 얼음위에 누워있는 사진. 그녀의 손에서 나오는 한기가 방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는 것이 사진에 뚜렷이 찍혀있었다.











엘사는 일부러 비인기 강사들이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려고 나가는 출장 외주 강사일을 종종 자처하곤 했는데 그 이유는 순전히 한스 때문이었다. 최근 인강으로 대박을 치고 있는 한스는 자신의 유명세와 인맥을 이용해 엘사에게 다리를 놔주겠다면서 자꾸만 단둘이 술자리를 가지자고 하는 등 작업을 걸고 있었다. 게다가 요즘 들어 대놓고 한번 자면 안되냐고 따위의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비록 감정에 따라 능력이 나오는 것을 억제하는 시술을 받긴했지만 한스의 얼굴을 볼 때마다 엘사는 인내의 한계를 느꼈다. 엘사는 한스가 유부남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그의 능청스러움과 뻔뻔함에 진절머리가 났다. 모든 게 지긋지긋했다. 그녀는 피곤하고 번거로워도 최대한 한스와 같은 사무실에 있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계약 해지에 대한 위약금을 지불할 필요만 없다면 엘사는 당장 회사를 나갔을 것이다. 계약기간은 앞으로 남은 2개월. 2개월만 버티면 된다. 


ㅡ안녕하세요 엘리사 선생님. 어머 염색하셨네요? 와 잘 어울린다. 어느 미용실에서 하셨어요?


사무실 옆자리에 앉아있던 메리다 선생님이 용기를 내어 호들갑을 떨며 물어보았다. 엘사는 같은 여자가 봐도 시샘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저런 여자라면 사랑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메리다가 생각했다.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은빛을 품고 태어난 것처럼 엘사의 금발은 빛났고 그녀의 에메랄드 빛이 감도는 눈동자를 감싸고 있었다. 하얀 눈보다 맑은 피부는 세월의 시샘을 거부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동경보단 고립을 불러왔다. 결코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엘사의 아름다움은 오히려 남자들이 더 접근하기 힘들게 만들었고, 여자 동료들의 시샘을 가져오기 충분했다. 그리고 엘사도 굳이 그들의 호의를 사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엘사는 한 번도 의식한 적이 없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안나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이 겹쳐져 더욱 성숙해졌다.


ㅡ염색한게 아니라 염색물을 뺀거에요.

ㅡ와! 말도 안돼요. 이게 원래 머리 색깔이에요?

메리다가 순진하게 감탄사을 연발하며 엘사의 머리를 구석구석 관찰했다. 엘사는 귀찮아져서 교재만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막 수업을 마친 남자가 들어오더니 그녀를 보고  아는 체를 한다.


ㅡ엘리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엘사가 고개를 조금 까딱이며 문을 나선다. 그러자 갑자기 남자가 할 말이 있는지 그녀를 멈춰세운다.


ㅡ잠시만요! 그 정부에서 오신 공무원들이 왔거든요. 산림청에서 오셨다는데... 엘리사 선생님 아파트 뒷산에 토지 문제로 오셨다는데요? 집무실로 한번 가보세요.


갑자기 그녀가 발걸음을 멈춘다. 뭔가 이상하다. 내 아파트 뒤에는 산이 없다. 


ㅡ알았어요 갈게요.


그녀가 발걸음을 서두룬다. 구두의 또각또각하는 소리가 복도를 울린다. 그녀가 주변을 살짝 살펴보더니 비상출입문까지 뛰어가 문을 열었다. 갑자기 문에 뭔가에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ㅡ엘리사 선생님.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세요? 아직 기차시간 넉넉할텐데요. 


한스였다. 이미 사이렌이 울리면서 비상대피 신호가 떨어졌다. 


ㅡ 이 건물의 수배당한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보이는 폭탄이 발견되었습니다. 시민 여러분은 방송에 따라 안전하게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탈출하는 사람들의 소동으로 건물전체가 요동쳤다. 엘사가 눈을 질끔 감는다. 난 사람들에게 그저 괴물이구나. 피하고 도망쳐야하는.


ㅡ제가 이유를 말해줄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좀 지나가게 비켜주세요. 바쁘거든요.



엘사가 침착하게 말했다. 그녀의 본능이 아우성쳤다. 위험하다고 온 신경 세포들이 말하고 있다.


ㅡ그래도 공무를 집행하시는 분들이 여기까지 직접 오셨는데 한번 보고 가셔야죠.


한스가 기분 나쁘게 웃는다. 그가 엘사 앞으로 더 다가온다. 그리고 그녀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ㅡ어딜 급하게 가시려는거죠? 엘.사. 여왕님.


그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한스는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비상 탈출구 앞에 서서 비켜서지 않았고 복도 저너머에선 사람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한스의 어깨 너머로 WUT 기동대원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그녀가 한스를 내버려두고 반대편 출구로 전력을 향해 뛴다. 구둣굽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고 사람들의 고함이 들린다. 한참을 뛰어갔더니 숨이 차서 엘사가 호흡을 골랐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커져 소리가 나는 반대편 출구를 향해 코너를 돌았지만 엘사는 운이 좋지 않았다. 엘사는 거대한 진압용 방패에 부딪혀 튕겨져 넘어갔다. 그들은 산림청 공무원이라기엔 너무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ㅡ당장 손을 들고 멈춰!


위협적인 장전 소리와 함께 방패 뒤에서 8명의 WUT 기동대원들이 불펍식 자동화기를 엘사에게 겨눴다. 방패를 헤치고 한 양복을 입은 남자가 나온다. 한스였다.


ㅡ여왕님.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시겠지요? 여기있는 기동대원들은 다 가족이 있고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한 체 공무를 수행중입니다.


ㅡ공교롭게도 위장신분으로 공무를 수행중이던 제가 현장 책임자가 됬군요. 이렇게 되기전에 당신하고 술 한잔 하고 싶었는데. 이제 힘들겠네요.



엘사가 아무 말도 대답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ㅡ일단... 여왕님은 범죄자입니다. 위즐튼에서 이미 밀입국과 위조신분만으로 충분히 구속 사유가 되구요. 아렌델 신공화국과의 범죄 협정으로 여왕님을 잡아야하는 것도 우리의 의무기도하죠. 지긋지긋한 미란다 원칙을 고지 하기전에 구속영장을 꺼내야겠군요


그가 안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어깨를 으쓱한다.


ㅡ이런, 영장을 잃어버린 것 같네요. 그런데 얼음 괴물에게 그런게 필요하지 않을 것 같네요


ㅡ쏴


한스가 가차없이 말했다. 하지만 엘사는 지금의 상황이 정상적인 구속 법집행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고, 남자가 궁시렁거리는 동안 충분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만약에 그녀를 합법적으로 구속할 생각이었으면 중대단위에 특수 기동대원으로 그녀를 포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공기 중에 있는 수증기를 끌어내어 얼린 뒤 벽에 있는 비상 소방호스를 터트려버렸다. 압력 차이때문에 터져나온 물을 이용해 재빨리 벽을 만들어 완전히 그들을 격리시켜 버렸다. 기동대원들이 헛되이 사격을 하지만 일미터가 넘는 두께의 얼음을 8mm 짜리 자동화기로 뚫을리가 만무했다. 얼음벽에 폭탄을 설치하고 있는 기동대원들을 뒤로하고 엘사는 옥상을 향해 달려나갔다. 엘사는 저수조 탱크를 얼려 얼음으로 된 다리를 만들고 간단히 다음 건물로 건너갈 수 있었다.












ㅡ그래 잘하고 있어. 침착하자.


엘사는 자신도 놀랄만큼 침착함을 유지한 체 기차역에 있는 장기 보관함을 향해 걸어갔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그녀는 비상현금과 개인 물품들과 옷을 챙긴 캐리어를 집 말고 다른 곳에 보관해 놓고 있었다. 이미 집은 수색으로 인해 엉망으로 되있을 것이다. 집을 지키고 있거나 잠복하고 있겠지. 아렌델 신공화국은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탈출한 여왕을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축출할 생각이 없다. 그녀의 알 수 없는 능력은 두려움을 불러왔고, 그 두려움은 엘사에 대한 증오와 살의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이미 그녀를 괴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도 해치지 않고 누구도 상처주지 않은 착한 괴물. 하지만 안나를 제외하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그녀는 아렌델 신공화국 정부가 자신을 살려둘 생각이 전혀 없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녀가 카드를 반으로 꺽어서 바닥에 버린다. 그녀가 캐리어와 백팩을 꺼내고 옷을 갈아입으러 화장실로 들어간다. 치마와 팬티스타킹을 벗고 편한 청바지로 갈아입는다. 구두는 휴지통에 버렸다. 후드를 뒤집어 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엘사는 화장실을 나왔다. 그녀는 초조하게 역에서 기다렸다. 외선 기차로 갈아타야한다. 그녀는 어째서 자신이 이렇게 필사적으로 도망치는지 알 수 없었다. 삶의 대한 아무런 애착도 없던 내가 어떻게 이렇게 필사적으로 도망칠 수 있었을까. 마치 자살을 마음 먹은 우울증 환자가 정작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을 피해 전력 질주를 하는 것처럼 엘사는 한차의 망설임도 없이 삶을 위해 투쟁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리 괴롭고 어떤 기쁨도 느낄 수 없는 일상일지라도, 이 삶은 안나가 자신을 희생해 선물해준 것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겐 안나보다 먼저 삶을 포기할 권리가 없었다. 아니, 다시 안나를 보기전까지 엘사는 삶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비록 앞으로 시간이 흘러 안나의 대한 기억뿐만 아니라 심지어 얼굴까지 점점 희미해질지라도, 엘사는 망각이라는 축복에 자신을 맡기지 않을 것이다. 그 안나와의 모든 추억이 세월의 모래 속에 잊혀지고 시간의 파도속에 지워질지라도 엘사는 걱정하지 않았다. 단 하나의 기억, 갈대밭에서 자신을 뒤돌아 보고 웃던 안나의 모습, 안나의 여린 목덜미와 어깨의 고운선, 그리고 자신을 향해 밝게 빛나던 눈동자와 섬세한 눈썹. 그리고 가을 노을처럼 빛나던 미소. 모든 것을 차갑게 얼려버리던 내 손을 아무런 두려움없이 따뜻하게 잡아준 손길과 그 체온. 그 온도와 기억으로 엘사는 마치 영원처럼 자신에게 잔인하게 멈춘 시간과 삶을 견딜 수 있다. 남은 일생,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녀는 그녀는 최대한 시골로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유심칲을 빼고 와이파이로 위즐튼 지도 앱을 실행한다. 유로 설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돌연 광고 팝업이 뜬다. 엘사는 그 팝업을 끄려다가 잘못 터치를 했는데 순간 앱이 확대되더니 기차 경로가 표시된다. 아렌델의 국경과 그리 멀지 않는 곳에 한적한 도시였다. 엘사가 눈을 감는다. 기차가 다가오고 있다. 안나를 다시 보기전까진 잡힐 수 없다. 아니, 잡히지 않을 것이다.












ㅡ북극곰의 능력은 녹화했나?

ㅡ예 녹화했습니다. 저희측 요원이 바로 전송 해드릴겁니다. 


한스가 옷깃을 다시 여민다. 북극곰. 엘사의 암호명이었다. 참 잘 어울린다고 한스가 생각했다. 그녀의 신분을 완전히 확신할 수 없었을 때에도 한스는 그녀를 늘 관찰해왔다. 그녀는 마치 빙하를 표류하는 외로운 북극여우처럼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다. 어떤 사랑도 이해도 갈구하지 않은 그녀의 모습은 한스를 늘 자극하곤 했다.



ㅡ위험 상황이 아닌데 바로 제압 사격을 시도하다니? 북극곰을 되도록이면 생포해야한다는 것 잊었나. 귀중한 샘플이네.

ㅡ북극곰에 대한 반응을 실험해본 것 뿐입니다. 요원들 모두 사격만 했을 뿐 북극곰을 겨냥하진 않았었습니다.

ㅡ알겠네. 북극곰을 놓친 것에 대해 따로 추궁하진 않겠네. 이 영상만으로도 바보같이 주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는데는 충분할거야.


한스가 주머니를 뒤적거려 담배를 꺼낸다.


ㅡ그녀는 공기중의 수증기나 습기만으로도 능력을 발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고, 육안으로 보이는 수분을 모두 통제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호수 근처나 바다라면 그녀를 상대하기 힘들 겁니다. 전술핵이라면 몰라도 말이죠. 수십미터 두께의 얼음방벽을 깰 수 있는 재래색 화기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군요.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재앙에 가까운 우박으로 저희들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ㅡ자네 판단으론 어떤가? 북극곰에게 자기방어 혹은 동생을 위해 살인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한스는 그녀가 침대에서 어떨련지 궁금해졌다. 침대가 얼어버릴까? 상대방을 얼려버리는거 아니야? 허나 그녀는 남자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한스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고 자신의 호기심은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ㅡ저희 대원들에게 대응했을 때 명백한 살의를 느꼈습니다.


한스가 거짓말을 했다. 엘사는 혁명군이 왕궁을 기습했을 때 사람들을 죽이는게 무서워서 동생을 두고 도망간 겁쟁이에 불과했다. 그녀에게 사람을 죽일 용기 따윈 없다.


ㅡ그리고 저희는 언제나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그토록 북극곰을 찾아다니신거죠. 그녀의 능력은 현대전에서도 전장의 판도를 바꾸기에 충분합니다. 사실 제가 생각하기에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다소 과소평가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녀의 행동 패턴을 보아할 때 자신의 능력을 발현하기보단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전전긍긍하며 능력을 감추고 사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그녀가 맘만 먹으면 해군의 움직임을 아예 봉쇄할 수 있고, 남아있는 아렌델 왕정파 잔당들이 거사를 일으킬 경우 전술적 지원을 해줄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우리 입지가 상당히 애매해집니다. 그리고 기억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궁지에 몰려있고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녀가 만약 맘만 먹으면...


ㅡ위즐튼과 서던랜드의 해상교역을 완전히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겠지.


ㅡ맞습니다. 그래서 사냥을 시작해야합니다. 그리고 북극곰은 약간의 실수를 했습니다. 카드를 그냥 기차역에 생각없이 버린 것이죠. 사냥이 수월해질 겁니다.









  시끄러운 시골 주점집, 일을 마치고 온 농부들이나 이 술집이 생겼을 때부터 나이를 함께 먹은 술꾼들로 거의 좌석은 꽉차 있었다. 취기가 오른 사람들의 고함과 수다가 뒤섞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은 소음이 온통 이 곳을 뒤덮고 있다.


ㅡ여기 주문! 상 좀 치우고 주문 좀 받아!


 중년의 남성이 시끄럽게 탁자를 두들기며 호들갑을 떤다. 은빛이 도는 금발머리를 한 여자가 서빙을 나온다. 염색이 약간 덜 됬는지 붉은빛이 약간 감돈다. 남자들의 농지거리와 슬쩍 몸을 건드리는 추태들을 무시하고 여자는 행주로 식탁을 닦고 접시들을 치운다. 억세보이는 중년 여성이 그녀를 불렀다.


ㅡ엘라나! 여기 손님에게 주문 좀 받아.

ㅡ네. 갈게요!




안나가 고된 하루를 끝내고 터벅터벅 근처 사우나로 향한다. 모텔비가 감당이 안되서 여기서 몸을 뉘이는 처지다. 그녀는 한마디로 이곳에 불시착했다. 한푼도 없이 이곳에 표류하게 된 것이다. 소매치기가 미쉬킨이 마련해준 카드를 훔쳐가자 그녀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당장 내일 잘곳과 먹을 것이 문제였다. 그녀가 락커룸을 열자 사진이 한개 붙어있다. 은빛이 감도는 금발에 어색하게 웃고 있는 한 여자. 찬란하게 빛나는 금발에도 에메랄드빛 눈동자는 꺼지지 않았다.


ㅡ언니....


할말은 많았지만 안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안나는 한참을 사진를 쳐다보더니 옷을 벗고 간단히 샤워를 하고 탕 속으로 들어갔다. 육체적으로 버거울때 안나가 종종하는 행동 이었다. 그녀가 코만 내밀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피곤이 온몸을 적신 가녀린 육체를 따뜻한 온천물이 포근하게 덮어준다. 아랜델 궁전에서 의식주 걱정 없이 편안히 살던 안나에게 하루 여덟시간 이상 서 있어야 하는 그 주점에서의 일은 버거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당장 먹고 살려면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했던 것이다. 허나 그녀가 그렇게 일을 하는 이유는 단지 먹고사는 문제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쉬는 날에 파출부 일도 나가고 자신을 혹사시켰다. 왜냐면 그렇게 자신을 몰아쳐야 자신을 잠식하는 슬픔을 모른 척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가끔씩 이유없이 눈물을 흘리곤 했는데 애써 엘사 언니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젠 더 이상 엘사를 생각하면 자신의 마음을 추스릴 수도, 주체할 수 도 없었다. 그녀는 엘사의 대한 그리움을 억지로 좁은 기억의 다락방에 집어넣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녀가 잠수를 마치고 탕속에서 나오며 중얼거린다.


ㅡ용기를 내야해. 언젠간... 







  TV에서 속보로 테러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엘사가 일하는 학원이었다. 크리스토프는 직감적으로 엘사를 민간인 피해 없이 체포하기 위해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느꼈다. 그는 정부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다고 생걱했다. 엘사... 그녀가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민간인을 인질로 잡을 사람이 아니었다. 실수로라도 민간인이 다칠 수도 있는데 능력을 쓰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크리스토프는 일을 조금도 집중할 수 없었다. 그가 안보부에 엘사의 사진을 넘기고, 그녀의 실체를 밝힐때까지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게다가 약간의 쾌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과 미워하는 것은 종종 구별할 수 없는 감정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성을 찾을 수 있을 여유가 생기자 크리스토프는 죄책감에 거의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그는 병가를 내고 회사문을 나서고 있었다.


ㅡ병신.


크리스토프는 자신에게 욕을 하면서 엘사의 아파트로 달려갔다. 이미 방문은 열려 있었고 사방이 엉망이었다. 폭풍이 지나간 것처럼 모든 물건들이 바닥에 널려있었다. 


그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ㅡ대체 내가 뭘 한거야... 


한순간의 감정이 엘사의 대한 오랜 비밀을 폭로하게 만들었고 이제 결코 돌이킬 수 없다. 그녀의 비밀을 4년동안 소중히 지켰지만 그것은 이제 아무 의미도 없다. 하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는 후회였다. 크리스토프는 자신을 배신했던 것이다
















한스하고 크리스토프 프2에서 추방 좀!!

추천 비추천

22

고정닉 1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운전대만 잡으면 다른 사람이 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15 - -
공지 겨울왕국 갤러리 이용 안내 [200189/10] 운영자 14.01.17 128878705 3809
5488514 대 엘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3 7 0
5488513 정령님의 시간 엘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2 6 0
5488512 엘-시 ㅇㅇ(118.235) 12:22 6 0
5488510 혹시 ffmpeg로 짤 따본 고수 프갤 횽 누나 있어? [1] 애캐토선관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47 12 0
5488509 우기신 레전드 직캠 뜬 ㅋㅋ ho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42 9 0
5488508 공유기 바꿨더니 집피 바꼈농 [1] 겨갤러(112.186) 03:03 30 0
5488507 내 폰에 광주사람이 왜 있지 [3] ㅇㅇ(221.152) 01:44 43 0
5488506 에루시ㅋㅋㅋㅋㅋ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4 0
5488505 엘ㅡㅡㅡㅡㅡㅡㅡㅡㅡ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5 0
5488504 대 엘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4 0
5488503 엘시이이이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6 0
5488502 엘-시 ㅇㅇ(183.107) 00:22 15 0
5488501 오늘이 벌써 화요일이네요 ㅇㅇ(221.152) 00:08 15 0
5488500 어제 앙졸이 과잠 찢어버리고 왔음 [6] 멍붕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5 382 0
5488499 봄 비 내리니 속이 후련하네 ㅇㅇ(118.235) 04.15 18 0
5488498 대관시 ㅇㅇ(118.235) 04.15 16 0
5488497 안-시 ㅇㅇ(118.235) 04.15 15 0
5488496 안시이이이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5 16 1
5488495 맛있겠지 [6]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5 55 0
5488494 올해는 좀 시원하네요 [2] ㅇㅇ(223.39) 04.15 33 0
5488493 엘-시 엘-시 엘-시 ㅇㅇ(118.235) 04.15 22 0
5488492 엘-시 ㅇㅇ(118.235) 04.15 18 0
5488491 ㅅㅂ 하필 예비군날 비오냐 [2] Frozen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5 45 0
5488490 한국인들 화나게 하는 방법 ㅇㅇ(118.235) 04.15 31 0
5488489 비가 내리고 급 추워지네 ㅇㅇ(118.235) 04.15 18 0
5488488 엘시이이이잉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5 41 1
5488487 프붕방이들아 나 공부좀 하게 조언좀 해줘 엘썅!(106.101) 04.14 58 0
5488486 프붕이들 저녁 뭐먹었는지 당장 보고해! [9] 사스가엘사갓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75 0
5488485 안시ㅋㅋㅋㅋㅋ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26 1
5488484 안시이이잉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26 1
5488483 갓데갓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25 0
5488482 이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20 0
5488481 이겼삼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3]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38 0
5488480 킹크라킹킹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22 0
5488479 오늘도 롯데가 지고있나요? ㅇㅇ(223.39) 04.14 24 0
5488478 접대 멸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36 0
5488477 결승전 입갤 [2]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39 0
5488476 코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23 0
5488475 정령님의 시간 엘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23 0
5488474 엘-시 ㅇㅇ(118.235) 04.14 21 0
5488473 엘-시 엘-시 엘-시 엘-시 엘-시 ㅇㅇ(118.235) 04.14 24 0
5488471 사육곰 겨갤러(211.36) 04.14 26 0
5488470 신해품 [1] 법화경(61.75) 04.14 33 2
5488469 프갤에 불후의명곡 벌써 글 올라왔네 [4] 작은천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64 0
5488468 엘-시 ㅇㅇ(183.107) 04.14 28 0
5488467 엘시이이잉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27 0
5488466 쿵팬 3 이후로 엄청 오랜만에 나오는거구나 [4] ㅇㅇ(175.215) 04.14 58 0
5488465 아렌델 여권 팔면 살 사람 있을까? 겨갤러(194.114) 04.14 33 0
5488464 라디오 시작!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3 41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