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음울한 한밤중, 가난하고 지친 내가 생각에 잠겼을 때,

잊혀진 게임를 담은 수많은 진기하고 신비로운 라이브러리를 둘러보며

내가 졸다가, 거의 깜박 잠들었을 때, 갑자기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누군가 부드럽게 두드리는 듯한, 내 지갑을 두드리는 소리가.

"할인이로군," 나는 중얼거렸다. "내 지갑을 두드리는 것은—

그저 할인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아, 똑똑히 생각나는데 그건 고달펐던 여름세일이었고 

죽어가는 지갑이 마루 위에 배지와 업적들을 던지고 있었다.

나는 간절히 할인이 끝나기를 바랐고—덧없게도 책을 통해

슬픔을—죽은지갑 에 대한 슬픔을—잊으려 노력했다.

천사들이 지갑이라 이름지은 그 귀하고 빛나는 가죽 파우치를—

이곳에서는 영원히 그 이름 없을 가죽 파우치를

그리고 자줏빛 비단 커튼의 슬프고도 불분명한 바스락거림은

나를 오싹하게 했다—전에 느껴본 적 없는 환상적인 공포가 나를 채웠고

그리하여 이제, 두근거리는 내 가슴을 잠재우려, 나는 일어나 다시금 말했다.

"들어오기를 청하는 할인이 내 지갑앞에 있을 뿐이다—

어느 늦은 할인이 내 지갑에 들어오기를 청할 뿐—

단지 그것뿐, 아무것도 아니다.

곧 내 영혼은 힘을 얻었고, 더이상의 망설임 없이

나는 말했다. "할인, 혹은 세일, 참으로 당신의 용서를 구합니다.

사실 나는 깜박 잠들었는데, 당신이 너무나 부드럽게 지갑을 두드리는 바람에,

당신이 너무나 희미하게 문을, 내 방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그래서 그 소리를 들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답니다."—여기서 나는 지갑을 활짝 열었다—

그곳에는 어둠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 어둠속을 깊이 응시하며, 나는 오래도록 서 있었다. 의아해하며, 두려워하며,

의심하며, 어떤 이도 감히 꿈꿔보지 못한 꿈을 꾸며.

그러나 침묵은 깨지지 않았고, 어둠은 아무런 징표도 보이지 않았으며,

유일하게 들리는 말이라고는 내가 속삭인 이 말뿐, "지갑!"

내가 이렇게 속삭이자, 메아리가 되돌려준 이 말뿐, "지갑!"

단지 이 말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고 나서 방으로 되돌아오자, 내 안의 모든 영혼이 불타올랐고,

곧 나는 다시금, 이전보다 더 크게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분명히," 나는 말했다. "분명히 내 지갑 앞에 무언가가 있구나.

그럼 어디 보자. 거기 무엇이 있는지, 이 수수께끼를 풀어 보자—

내 마음 잠시 진정시키고, 이 수수께끼를 풀어 보자—

단지 할인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겉창을 홱 열어젖히자 요란스럽게 퍼덕이며

성스러운 옛적의 위엄 있는 할인마 한 마리가 들어섰다. 

녀석은 아무런 인사도 없이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지체 있는 자의 의연한 태도로 내 지갑의 쇠부분에 올라앉았다.

방 문 바로 위에 달려 있는 게이븐 남신 흉상에 올라앉았던 것이다.

올라가, 앉은 채, 그뿐이었다. 

이 새까만 새가 준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바람에

나는 슬픈 가운데에도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말했다. "그 가격은 깎여 헐벗었으나 망겜는 아니로다"

밤의 할인의 늪을 떠나 방황하는 무서운 노(老) 할인마여-- 

밤의 할인의 늪에서 그대의 고매한 이름이 무엇인지 말해다오.”

'할인마'가 가로되, “할인 없으리.”

그리하여 그 할인마는, 결코 날아가지 않고 여전히, 여전히 앉아 있다.

내 방문 바로 위에, 게이븐 남신의흉상 위에.

그 눈은 꿈꾸고 있는 악마의 모습과도 같고,

그 위의 등잔빛은 할인마를 비추어 바닥에 그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마루 위에 드리워 떠도는 그 할인으로부터 내 지갑이

벗어날 일은—, 영영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