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의 그림자 (Shadow of the Comet.1993) *
1993년에 인포그램즈에서 제작, 발매한 어드벤처 게임. 한국에서는 동서게임채널에서 정식 한글화해서 발매했다.
내용은 1834년 뉴잉글랜드의 어촌 마을 일스머스에서 블래스킨이란 학자가 고대인을 연구하고 헬리 혜성을 찍으러 왔다가 미쳐 버렸는데 그로부터 76년 후인 1910년에 헬리 혜성이 다시 돌아오는 주기가 되자 사진 기자 존 파커가 블래스킨이 남긴 글과 스케치를 보고서 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편집국장 그리피드의 지원을 받아 일스머스를 찾아갔다가.. 영생을 위해서 고대신을 섬기는 악의 추종자들과 조우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러브 크래프트 신화를 바탕으로 만든 게임으로 작중에 차용된 러브 크래프트 원작은 인스머스의 그림자, 던위치 호러(악마의 쌍둥이), 네크로노미콘의 역사다. 작중에 다곤, 크툴후, 요그 소토스를 비롯한 각종 고대신과 악의 추종자들이 등장한다.
일단 게임 인터페이스는 좀 불편한 편이다. 도스판은 마우스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키보드 하나로 다 조작을 해야 하는데.. 커서를 움직여 명령어를 선택하는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이 아니라 시에라의 어드벤처처럼 캐릭터를 직접 키보드로 조종해 움직이면서 커맨드 단축키를 눌러야 한다.
커맨드 단축키는 ‘L: 조사’, ‘T: 대화’, ‘G: 물건 입수’, ‘U: 물건 사용’, ‘O: 인벤토리창 열기’, ‘I: 일지(노트북) 읽기’, ‘D: 시스템창 열기’다.
주인공 근처에 조사할 게 있으면 시야에서 점선이 뻗어 나와 가리키는데 이때 L키를 누르면 어떤 물건인지 확인할 수 있고, G키를 누르면 입수할 수 있다.
세이브, 로드는 언제 어느 때든 가능하다. 근데 게임 오버 당하기 직전에 세이브하면 곤란하다.
누가 러브 크래프트 신화 주제의 게임이 아니랄까봐 게임 오버 포인트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조사를 잘못해도 죽고, NPC랑 대화 잘못해도 죽고, 트랩에 걸리는 건 물론이고 거미, 박쥐, 쥐, 몬스터 등 화면상에 돌아다니는 적과 접촉해도 죽으며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대처를 잘못해도 죽는다.
하지만 세이브, 로드의 자율성이 높아서 세이브를 자주 하는 습관을 들이면 게임 오버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어드벤처의 게임 특성상 특정한 이벤트를 보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는데 힌트는 한정되어 있어서 공략집 없이 그냥 플레이하면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라 상당히 헤맨다는 점이다.
실제로 작중에 나오는 마을 사람 중에 1/3 정도는 나쁜 놈들이라 대화 잘못하면 요단강 익스프레스를 건너는 관계로 아무나 믿고 대화하면 안 되니 의심암귀를 불러일으킨다.
물론 그런 게 고전 어드벤처 게임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지만 스토리 진행 도중 꼭 얻어야 할 중요한 아이템 하나를 빼먹었다가 한참 나중에 다시 찾으러 가야한다거나, 헉-소리 나올 정도의 퍼즐이 튀어 나온다던가, 대화 선택 한 번 잘못했다가 스토리 진행 플래그가 막히는 것 등등의 문제가 있어서 요즘 유저들이 하면 답답해할 것 같다.
전자의 예는 나프타인데 이건 플레이 중에 딱 두 번 사용하는 아이템으로 빈 깡통 안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특정 장소[깡통을 입수한 동굴]에서만 가능하다, 후자의 예는 다곤 석상 이벤트 직전에 나오는 해골문 퍼즐이다.
플레이 중간 중간에 주인공의 행동을 애니메이션 처리한 것도 볼거리고, 등장인물과 대화를 할 때 얼굴이 클로즈업되는데 이때의 디자인은 실사를 바탕으로 한 듯한 느낌을 준다.
애니메이션 처리된 부분 중에 한 밤 중에 십자로 위에서 벌어지는 비밀 의식 때는 방향키 오른쪽을 눌러 화면 바깥쪽 모서리에 숨어서 훔쳐봐야 하고, 등대에서 날개를 붙일 때 쓰는 양초는 돋보기를 움직여 불을 붙여야 한다거나, 지도에 십자로 위치를 표시할 때 펜을 쥔 손을 움직여 표시해야 하는 등등 일부 장면에서는 약간의 조작이 가능하다.
고양이 같은 살아있는 동물을 아이템으로 입수하면 인벤토리창에서 좌우로 왔다 갔다 한다던가, 어두운 동굴 속에서 랜턴의 기름이 다 떨어져 나프타를 사용해 불을 붙이면 갑자기 괴물이 툭 튀어나오는 등등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도 많다.
어드벤처 게임으로서의 밸런스는 매우 좋은 편이다. 작중 인물들과의 대화도 중요하고, 힌트도 찾아야 하며, 퍼즐도 풀고 특정한 액션을 취해 위기를 돌파하는 것 등등 나올 만 한 건 다 나왔다.
게임상의 시간은 단 3일 밖에 안 되는데 모험의 스케일은 꽤 큰 편이라서 공략집을 보면서 플레이해도 클리어하려면 하루 정도 걸린다.
한국 발매사인 동서게임채널에서 100% 한글화하여 정식 발매했는데 대사 번역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일단 영어 번역이다 보니 대만 게임의 중문 번역보다 한결 대화가 자연스럽다.
다만, 이 작품이 러브 크래프트 신화가 메인 소재인데 번역을 맡은 사람이 러브 크래프트 신화 관련 지식이 없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오역이 엄청 많다.
크툴루를 카출후라고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인스머스가 일스머스라고 나오고 거기다 작중에 나오는 저주의 언어도 발음 그대로 한글로 적어서 좀 어색한 부분이 있다.
요그 소토스는 욕 소토스라고 나온 부분도 있긴 한데 그 부분만 오타로 추정된다. 플레이 중에 저그의 비밀 서재에서 볼 수 있는 네크로노미콘에는 요그 소토스라고 제대로 나온다.
그것과 별개로 일반적인 부분에서 치명적인 오타가 나온 건 라스트씬인데 4개의 비석 이벤트에서 본래는 빨간색은 부싯돌, 푸른색은 남옥(아쿠아마린), 하얀색은 혜성의 조각, 초록색은 다이아몬드. 이렇게 각 색깔에 맞게 상징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한국판에서는 푸른 비석, 파란 비석. 이렇게 번역을 해놔서 초록색 비석 찾는데 헷갈리게 됐다. (영문판에서는 푸른색이 블루, 파란색이 그린이라고 표기된다)
결론은 추천작! 인터페이스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스토리가 탄탄하고 러브 크래프트 신화가 메인 소재라서 기괴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내용이며 어드벤처에 걸맞는 구성을 갖추고 있어서 재미있는 게임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나중에 CD-ROM판이 나왔는데 CD판은 풀 음성 지원에 효과음이 추가되고 마우스를 기본으로 지원하며, 마우스 커서를 위로 올리면 화면 상단에 커맨드창이 뜨는 등 인터페이스가 많이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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