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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으은교오오오오같은 엛립엘1111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2.170) 2014.11.01 21:08:37
조회 1317 추천 40 댓글 7

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위를 미끄러지듯이 훑어내려가자 강한 선율이 연습실을 가득 메웠다. 언듯 들으면 강하고 아름다운 음색이었지만 예전 엘빈의 피아노에서만 느껴지던 강렬하고 정열적인 느낌이 사라져 그저 잘 치는 피아노일 뿐이게 되었다. 그것은 곧 더 이상 그의 음악에 가슴벅찬 감동을 받는이가 없다는 뜻이었고 그의 음악이 더이상 그의 돈벌이가 될수도, 명성을 높여줄수도 없다는 뜻이었다.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빈은 리바이와 함께 산속에 지어두었던 별장으로 내려갔다. 산좋고 물좋은 공기가 맑은 곳이었다. 인터넷기사나 신문은 난리가 났다. 기사제목이 \'거장의 부재\'였던가. 엘빈은 그렇게 생각하며 백미러에 비친 뒷자이리에 누워 자고있는 리바이를 보았다. 음침한 외모에 경계심 많은 성격이 그는 다가가기 어려웠지만 누구보다 심성이 곱고 바르다는것을 엘빈은 알고 있었다.
차가 덜컥거리며 포장되지 않아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 곧 별장의 마당에 도착했다. 엘빈은 별장의 한 귀퉁이에 차를 세우고 리바이를 깨웠다. 리바이는 부스스 일어나 의자위로 널부러진 옷가지들 따위를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리바이는 엘빈을 꽤 걱정했다. 엘빈이 별장으로 가자는 말을 했을 때도 리바이는 먼저 그곳에 피아노가 있느냐고 물었다.
리바이도 알고 있는것이다, 나의 퇴보를. 그렇게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거둬들인 애완동물같은 자식한테도 동정을 받다니 이 얼마나 비참한가.
짐을 든 내게 리바이가 내 짐을 자기에게 달라는듯이 손을 내밀었다. 내가 들겠다고하자 그는 웃는 것에 익숙치 않은 얼굴로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은 손이 전부잖아요."


예전이었다면 아무런 악의없는 순수한 선의의 의도로 받아들였겠지만 많이 비뚤어진 나에게 그것은 무시와 동정따위로 받아들여졌다. 나는 필요없다고 퉁명스럽게 말한뒤 그를 밀치고 별장으로 들어갔다.
별장안은 한산하고 모든 것이 멈춰있었다. 벽에 걸린 부엉이모양의 벽걸이 시계도 약이 다 된것인지 시계추조차도 움직이지 않았다. 먼지가 끼어 조금 쾌쾌하고 눅눅한 느낌이 들었지만 피곤한 나로써는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아았다. 나는 이층방으로 올라가 리바이에게 대충 잘곳을 알려준뒤 쉬겠다고 말했다.
아까의 일때문인지 조금 기가죽은 리바이는 청소를 하겠다고 했다. 어쨌거나 나는 잠을 자기로 했다.
나는 몸에 걸친 모든 불편한것들을 바닥에 내던지고 눅눅한 침대에 몸을 뉘었다. 한산한 공기때문인지 나는 금방 잠에 들었다.
꿈에는 리바이가 나왔다.
\'선생님은 손이 전부이시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리바이가 웃었다. 치세요, 피아노. 이게 선생님의 전부에요. 나는 피아노를 쳤다. 내가 피아노를 치면 칠수록 내 발아래에 보라색과 검정색이 기괴하게 섞인 소용돌이가 점점 자라났다.
\'이게 선생님의 전부에요?형편없어.\'
그리곤 계속해서 피아노소리가 들렸다. 리바이가 기괴하게 웃는 소리와 내것이 아닌 피아노소리가 섞였다. 와중에도 소용돌이는 점점 커져 나를 집어삼켰다.
눈을 뜨자 방안은 온통 컴컴했다. 얼마나 잔 것인지 나는 가늠할 수도 없었다. 일어났는데도 피아노소리가 계속 들리는듯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였다, 들리는 \'듯\'한것이 아니였다.
엘빈은 황급히 가운을 걸치고 피아노소리가 나는 곳으로 뛰어내려갔다. 계단위로 벗겨진 엘빈의 남색 슬리퍼한쪽이  떨어졌다. 엘빈은 문앞에서 숨을 한번 고르고 땀에젖은 손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피아노소리는 박자감도 떨어지고 중간중간 틀리기도 했지만 분명 아름답고 처연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혼이 담겨있었다.
엘빈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 웃으며 말했다.


"박자감은 떨어지지만 괜찮네."


놀란 리바이가 황급히 피아노에서 손을 떼고 피아노뚜껑을 쾅소리가 나게 닫았다.


"죄송해요, 저는 그냥 선생님이 치시던 곡을..."
"죄송할것없어, 리바이."


주눅든 얼굴로 바닥을 내려다보는 리바이에게 엘빈이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네가 피아노에 재능이 있는줄 몰랐구나, 내일부터 피아노...가르쳐줄까?
엘빈은 가까스로 다리가 후들거리는것을 참으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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