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가요?!"

라누는 기가 막혔다. 인간세상에 다녀오라니!

"제가 가긴 어딜 가요? 보시다시피 전 알을 품고 있다구요!"

라누는 커다란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봤자 무정란 아니냐. 인간세상에서 낳고 돌아오면 되지 무슨 걱정이느냐.

내 널 위해 거처도 마련해 준다 하지 않았느냐?"

"네?"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라누는 속으로 생각했다.

'야.. 어떻게 저런 Tfprl가 아직까지 족장인 거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족장의 말을 거역하는 것은 곧 추방을 뜻하기 때문이었다.

라누는 풀이 죽은 모습으로 궁에서 나왔다.

그녀는 먼저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아무래도 용의 모습으로는 인간세상을 돌아다닐 수 없을 것 같았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녀는 족장에게 하직 인사를 고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웅... 거처란 곳이 여긴가?"

그녀가 도착한 곳은 작은 빌라였다.

그때 한 노파가 걸어나왔다.

"누구요? 요 근래에 손님은 없었는데..."

"네? 아, 저는 이번에 이사 온 사람인데요.."

그녀는 임신하기 전 한 번 인간 세상에 내려와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이곳의 '이사' 라는 시스템을 잘 알고 있었다.

"엉? 그려? 그런 소식은 없었는디.. 아무튼 잘 왔어"

"아, 네! 잘 부탁 드려요"

"여가 꽤 아담한 것이 아늑하고 좋아"

"아 네네"

한 몇 분 그 노파와 수다를 떨고 난 뒤 그녀가 몸을 돌려 집으로 들어가려 할 무렵, 노파가 또 그녀를 불러 말했다.

"거 새댁 배가 그리 불러서 힘들진 않어? 가뜩이나 짐도 많은디"

"네?앗 아... 괜찮습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짐을 풀고 찬찬히 집 안을 둘러보았다. 냉장고에는 2리터 짜리 패트병 서너 개와

수박 반 개, 그리고 아기자기한 귤 몇 개와 햄과 달걀이 있었다.

그럭저럭 배를 곯진 않을 것 같았다.

안방에는 슈퍼싱글 사이즈 침대와 맞지도 않는 내복과 담요, 쓸데없이 깨끗한 배개가 있었다.

침대가 꽤 푹신했다.

화장실에는 휴지가 넉넉히 있었고, 그 위에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휴지는 아껴 쓸 것!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튼 산란 할 때 유용할 것 같았다.

그리고 또 다른 방에는 문틀 위쪽에 팻말이 걸려 있었다. '출산실'

들어가 보니 출산 필수품 몇개와 겹쳐 둔 양수받이 대야가 여러 개 있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네"

뒷베란다에는 대걸레와 양동이, 그리고 거의 새 것 같은 다O소 쓰레받이 세트가 한 곳 구석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치, 이런 건 뭣하러 써"

대충 문을 닫고 뒷베란다를 빠져나올 즈음, 그녀의 배에서 약한 진통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무시하고 침대에 누웠다.

그러는 도중 진통은 약간 더 강해졌다.

8분.. 5분.. 4분..... 진통이 오는 격차가 점점 짧아지고 진통의 강도는 더욱더 강해졌다.

"아아......"

그녀는 배를 움켜쥐고 쭈그려 앉았다.

이 상태로 출산실에 가긴 무리일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와야 할 그것이 나오지 않았다.

알이 산도를 꽉 막고있어 그게 지나갈 길이 없었던 것이다.

"끄으응..."

라누는 배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알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다리 사이에 넣어 보았다. 끈적한 알표면이 만져졌다.

그녀는 강제로 산도 입구를 벌려 보기로 했다.

하지만 알의 굵기는 라누의 손 한뼘보다 턱없이 굵었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났다. 끈적했던 알 표면이 마르기 시작했다.

마른 알표면은 산란하는 데 큰 무리를 주었다.

"쯔으읏... 허억허억"

알은 꿈적도 않았다.

2시간이 지났다. 그녀는 결국 포기하고 산도 구멍에 알이 낀 채로 팬티를 입었다. 피가 섞인 태지 냄새가 진동했다.

(끝. 반응 좋으면 2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