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벡터링이라는 신묘한 기술이 적용되어 주목을 받는 총기가 크리스 벡터 기관단총입니다.

이 리벡터링 기술이라는게 마케팅의 일환인지, 아니면 환상에 의한 사람들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과장과 왜곡이 꽤 많이 되어 있더군요.

대표적인 오해중 하나가 '반동(반작용)의 방향을 바꾼다.' 인데, 뉴턴역학계에 살고 있는 이상 총기의 반동은 총알이 날아가는 방향과 정 반대방향으로만 작용할 뿐 반동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뉴턴 할아버지가 와도 불가능합니다.

존 브라우닝이 만든 M1911도, 칼라시니코프가 개발한 AK47도, 유진 스토너가 만든 AR15도, 반동의 방향은 무조건 총알이 발사된 방향의 반대방향입니다. 그리고 크리스 벡터 또한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 법칙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면 크리스 벡터의 리벡터링은 대체 어떤 작용을 하느냐 하실 겁니다.

이 리벡터링 기술은 총기의 반동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총구앙등(반동에 의한 회전력에 의해 총구가 들리는 현상)을 '지연' 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1. 노리쇠가 반동에 의해 후퇴하면서 노리쇠에 연결되어 있는 캠을 아래로 누르게 됩니다. 사실 이 때도 운동량 보존법칙에 의해 캠이 내려가는 만큼 총 전체가 들리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작용하는 시간이 길어 충격력 자체는 크지 않기에 무시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2. 캠이 하부에 충돌하면서 총몸에 운동량을 전달하게 되는데, 이 때는 작용시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큰 충격력이 발생합니다. 이 충격력의 방향은 아래로 총구가 들리는 현상을 억제하게 됩니다.

3. 캠은 다시 용수철에 의해 위로 올라가게 되는데, 운동량 보존법칙에 의해 총이 아래로 눌려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다만 이 역시 작용시간이 길어 충격력 자체는 작습니다.

4. 그리고 약실의 폐쇄와 동시에 캠은 총몸과 다시 충돌하게 되고, 이의 충격력은 윗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이 때의 충격력은 반동에 의한 총구앙등을 보상하는 작용을 합니다.

5. 운동량 보존법칙에 따른다면 이 리벡터링 기구의 작동에 의한 운동량의 총 변화는 0이 된다.

큰 충격력이 발생하는 부분을 기준으로 하면 리벡터링 기술은 총을 아래로 떨어뜨리는 내부충돌을 일으키고, 다시 총을 위로 들어 올리는 내부충돌을 일으키는 장치인 겁니다.

일반적인 총기가 한차례의 큰 총구앙등이 발생한다면, 크리스 벡터는 총구앙등을 2차례에 걸쳐 받게 하는 거죠.

뭐, 쉽게 말해 큰거 한번을 두번 나눠받게 해서 컨트롤을 쉽게 만든 겁니다. 결코 반동을 없애는 장치가 아니라는 거죠.

다만 나눠서 작아진 총구앙등조차 버거운 근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