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한 가지 말하고 시작한다

<용노괴 아니 용가놈 이 개새키님아 연중 좀 작작해라 벌써 1주년 됐다 아이가! 이년지약 돋는다!>

흠흠,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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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무협을 보는 이유가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미국 액션영화를 보는 듯한 파괴와 몰살의 카타르시스 때문에 무협을 볼 것이며
누군가는 잘 나가는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여 대리만족을 얻기 위해서 무협을 보는 것이겠지
전에 본 어느 무갤러는 당시 중국시대상을 얼마나 뛰어난 작가의 역량과 필력을 통해 나타냈는지를 가장 중요시한다더라

허나 나는 좀 다르다

파괴와 몰살이 없는 채식쟁이 무협이어도 좋고
주인공이 별 볼일 없는 평범한 인물이어도 좋고
작가가 김용 급의 역량이나 필력을 가지지 못했어도 좋다

내가 무협을 보는 이유는 무협만의 낭만 때문이니까

현대 사회를 살아가다보면 참 각박하고 정이 없다
나름 남 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지만
그래도 예전의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이 어떤 의미에선
더 행복했다 정이 있었고 낭만이 있었으니까

어쩌면 나는 그저 그런 시절이 그리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용대운 작가의 군림천하는 내게 특별하다

낭만이 있고 강호인 특유의 정이 느껴진다
누군가는 군림천하 7권 전까지는 주인공 진산월과 종남파 일행이
너무 힘없고 약해빠져서 도저히 못 읽겠다고 했는데 나는 좀 달랐다

종남파 일행이 힘없어서 설움을 겪고 한이 맺히는 그 상황에도
상원건이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그들을 보살펴주는 모습과
진산월이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대로 행동하는 것을 보고
비록 허구지만 무림인의 정을 보았고 강호의 낭만을 느꼈다

정신승리의 대가인 육식존자 ㄴㄴㄴ께서 말하시는 바와 같이
어찌보면 용대운의 소설은 채식쟁이 냄새가 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육식이 끌릴때면 미국 액션영화를 보면 되니까

먼치킨 취향인 내 조카가 27권이나 나왔는데 진산월 아직도 무림구봉 하나 순살 못함? ㅋㅋ하고 지껄여도
나는 그저 꿀밤 한 대 먹이고는 용돈으로 만원 짜리 하나 쥐어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강함은 파천황의 무력을 소유한 자가 아니라 인내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자니까.

용대운이 김용보다 글을 못 쓴다는 것이 절대다수의 의견이고 나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확실히 작가로서의 역량은 김용이 더욱 높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는 용대운 글이 더 좋다.
더욱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을 뿐더러 그 투박한 문장과 표현에서 특유의 정과 낭만이 느껴진다.

그렇다. 나는 낭만과 정 때문에 아직도 무협을 떠나지 못한다.
나와 성향이 다르거나 비교적 젊은 무갤러들은 이런 나를 보고 아저씨 냄새난다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낭만과 정 때문에 무협을 읽는다.
군림천하를 읽고 또 읽는다.

나는 용대운이 좋다.
나는 용대운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