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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운 비정강호 읽었다.모바일에서 작성

13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12.09 02:57:33
조회 2842 추천 15 댓글 14



한상운은 매력적인 작가다. 사람 쫀득하게 물고 늘어지는 문장력이 있고 두번 눈이 가는 캐릭터가 있고, 강호. 그러니까 무협적인 강호의 개념을 떠나 인간과 인간이 살아가는 영욕의 소사이어티를 말하는 강호의 개념이 있다.  이런 요소들이 한상운이라는 작가를 정의한다.  

한상운 소설의 주인공은 저마다 업보를 지니고 있다. 초기작인 양각양으로 부터 시작해서 비정강호 무림사계로 이어지는 소설의 주인공은 협사도, 무협적 유협도 아니다. 그들은 일관되게 업.  업을 짊어진다.  유쾌한 서사와 대사의 이면에는 과거의 죄업에 번뇌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어찌 보면 찌질한 캐릭터들이다. 그러나 그래서 더욱 인간적이기도 하다.

사실 한상운 소설에도 문제점이 없진 않다. 일단은 흐릿함. 그러니까 다수의 작품에서 주인공의 목적의식의 부제가 너무 확연히 드러난다. 목적의식이 부재한 주인공이 서사를 진행하는건 문제점이 아니다만 이게 반복이 된다면 자기복제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사실 양각양, 비정강호, 무림사계 모두 아웃라인이 비슷한 작품인데(과거의 죄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결국엔  모든걸 받아들이고ㅡ심지어 부조리한 현실마저ㅡ 그 업보의 값을 치름.) 이런점은 다소 불만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예외적으로 독비객 정도가 다르지만 그건 다르다기 보다 그냥 망작수준이니 언급할 가치를 느끼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강호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사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언어에 담긴 사상적 점프를,  공백을 납득시킬 자신이 없다. 위에 일껏 적어둔 말들을 무색하게 해버리는, 매우 무책임하고 상찬을 준비해버리는 작위적인 말이니까. 그래도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을 쓸 수 밖에 없어서 당신에겐 좀 미안하다.

난 이청준 소설을 좋아한다. 김승옥의 소설도 좋아한다. 김소진 소설도 좋아한다. 그 위대한 작가의 작품은 인간 자체에 솔직해서다. 이런건 학습되었다기 보다 내제되는 소질이 아닌가 싶다.
사람에게 솔직할 것. 이건 위선도 위악도 아니다. 그냥 자연스러운  솔직함이다. 이 시선이 글을 뻔뻔하게 만들어준다. 는 a를 했으니 b로 가야해. 이라는 서사적 사회적 합의를 깨뜨리고 사람의 민낯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민낯이라는건 얼핏 부정적 뉘앙스지만 꼭 그렇지도 안다. 추함과 애욕은 물론 약한부분과 동정적인 부분. 인간적인 정. 정 자체 또한 민낯이 되는거니까.
한상운의 캐릭터들이 사랑스러운건 그 때문이다. 그들이 솔직하기에, 비정함을 포장하지도 않고 애써 감추려하지 않고 자신의 약한부분까지 모두 드러내버리는 나약함.  오래 알아온 친구처럼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솔직히 말해서 먼치킨적 주인공들. 업을 벗어던지고 더 나은 자신으로 탈피하는 영웅들은 얼마나 비현실 적인가. 대리만족은 될지언정 촉각적으로 다가오긴 어렵다.

그런 점에서 소위말하는 무협, 정통적 무협의 대척점에선 한상운의 자신이 짏어진 업에 번뇌하고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리는 한상운의 캐릭터들은 얼마나 인간적인가. 그들의 나쁜 구석까지 좋아하게 되어버리는건 내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있다. 먼저 대동소이한 이야기의 흐름. 어찌보면 이 작가는 양각양이라는 센세이션한 데뷔작에서 한걸음 더 진보하지 못한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시간이 지날 수록 세련되는 필체는 보이지만 그 이외에는 별다를게 없는) 동사서독 보다는 쿵푸허슬만을 보여주는 익살이 그렇다. 심지어는 주인공이 지닌 공허의 반복과 밍숭한 결말까지도.


비정강호 또한 양각양의 한상운이라는 작가를 탈피하게 해주는 새로운 작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혹자는 이를 보고 '한상운은 무협이라는 장르와는 별로 맞지 않는 작가다.'라고 하는데 도식화된 진행에 일정부분은 공감이 가기도 한다.

하기야... 제기랄. 그럼 어때. 그래도 한상운인데.



난 독비객 빼곤 다 좋더라. 시간나면 한번쯤 읽어봐라.
독비객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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