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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 좆투충만든 썰.. (스압)

조투쯍(101.250) 2016.10.13 17:04:52
조회 121161 추천 1,030 댓글 627


- 장인어른 좆투충만든 썰.. (스압)


스갤 가끔 들어오기는 했는데, 첫 글로 우리 장인어른썰 좀 풀어본다.


2013년 봄, 나는 인천 출신이지만 공보의 때문에 강원도 속초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학창시절도 몇 몇 불알친구들과 무난하게 보내고, 대학때는 의대 특성상 본과 내내 제대로 놀아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그저그런 지루한 삶이었다.

물론 예과때야 연애도 해보고 대학에 붙었다는 자신감이 있어 술판에 찌들어 놀았던 기억이 있지만, 본과-인턴-레지로 이어지는 좆망테크를 타니 뭐 인생에 낙이라고 해봤자 가끔 가는 야구장이나 형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알바하던 여자애 훔쳐보는게 전부였다.

모든 면에서 밋밋한 내가 딱 하나 좋아하는게 있었는데 니들이 예상했다시피 바로 스타였다. 고딩때부터 좋아하던 스타는 스타2가 나왔을 때도 (지금도 자날 캠페인도 다 깰 시간이 없어 래더나 하는 플레기지만) 의리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자날 소장판까지 해외 직구를 했었고, 스투에 들어서도 그 마음이 식지 않아 현재도 GSL SSL SPL까지 다 챙겨보고 있으니 진골 스투충이 되었다 해도 할 말이 없다.


2013년 봄은 군단의 심장이 출시된 때였는데, 스투 첫 확장팩이자 레지가 끝나고 막 공보의를 시작해 여유가 생긴 때라 거의 플레이할 시간이 없었던 자날 때보다 스투에 관심을 쏟았다. 출근 - 퇴근 - 피시방으로 이어지는 지루한 테크를 타던 때 쯤, 일이 터졌다.

사실 나는 좆히키본능이 잠재된 새끼에 불과하지만, 어찌어찌 만나던 여자친구가 있었던 것. 여자친구는 속초에 와서 같은 성당에 다니다 만났는데, 뭐 인연이 이어진 계기를 다 풀기엔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고 어쨌든 꽤 빨리 관계가 깊어져서 결혼 날을 잡냐 마냐 하고 있을 때였다. 동기들은 빠른 놈은 본과 4년 마치고, 레지때 결혼한 놈들도  꽤 있었지만, 내가 흙수저 출신이라 학자금 갚고 여자친구도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25살때 갑자기 다시 대학을 다녔던 사람이라 여유가 없어 결혼 시기를 좀 놓친 때였다. (와이프는 대학을 늦게나마 마치고 현재도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뭐 여자친구네 부모님도 다 알고 결혼할 거라 생각했던 차라 여자친구네 집에서 군심 컴까기나 하고 있었는데 (래더하기엔 겁이 나서 컴터 상대로 빌드연습이나 함) 여자친구가 뭣 좀 산다고 나간 때 장인어른이 집에 들어오셨다. 알만한 놈들은 느낌이 오겠지만 결혼 전 장인과 둘이 한 집에서 뭐 할게 있나? 서로 어색한 분위기로 오셨습니까? 어 ㅁㅁ이 왔구나, ㅇㅇ는? 이정도 대화 말고 할 게 있는가. 어색한 분위기를 나름 깨려고 하셨는지, 장인어른이 뒤에서 컴퓨터를 슥 보더니 근 30분은 계속 보고 계시는게 아닌가. 옆에 의자도 가져와서.


그러면서 간간히 말을 거셨다. 저 다이아몬드(미네랄을 말하심)캐서 돈벌어서 집짓고 싸우는거냐?라던지, 왜 군인들이 계속 연을 날리냐?(해병 위에 의료선을 보고 의아해하며 말하심) 등 이것 저것 예비 사위와 말 붙여 보려고 꽤나 노력하시는 듯 했다. 예전에도 요즘 세대들이 하는 바둑같은 거라고 스타에 대해 얘기한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옆에서 구경하시는게 처음이시기도 하고, 어른들은 이해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으로 대충 대답해 드렸는데 나름대로 사람이 괴물들 잡는 게임이라는 사실에 꽤나 흥미로워 하시는 듯 했다.


뭐, 그 날은 그냥 그렇게 지나갔는데 일주일 뒤에 장인어른과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시는게 아닌가. ㅁㅁ아 스타크트(장인은 줄임말에 재능이 없으셔서 지금도 이렇게 부르심)는 돈주고 하는거냐? 여자친구도 놀랐고 나도 놀랐지만 그냥 바둑하려면 바둑돌과 바둑판을 사듯이, 스타크래프트라는 바둑판을 사야합니다.하고 말씀드렸는데 몇 만원 한다는 이야기만 해드렸다.

그리고 그 날 저녁, 밥을 중앙시장에서 먹었지만 굳이 속초 이마트를 가자고 하시는 말에 왜 집 앞 굿모닝 마트를 안가고 그러시지 생각했는데(속초에서 중앙시장과 이마트는 꽤 먼 편이다.) 마트에서 무려 스타크트가 어딨는지 직원에게 물어보는게 아닌가! 하지만 좆망겜을 마트에서 판다는 생각을 못한 터라 그냥 물어보시는 것만으로 신기했는데, 더 충격이었던 건 마트에 스타가 있었다. 그것도 소장판이. 소장판 한정판이라고 출시하자마자 동난다고 해서 기다리다 산 내가 병신같긴 했는데 존나 놀라웠다. 현실에서 멸종된 스투의 잠재인구를 확보했다는 사실에 기뻐 그날 바로 자날 일반 군심 소장판으로 사드렸고, 집 컴퓨터에도 설치해 드렸다.


사실 어려우실거라고 말려는 봤는데, 이놈아 내가 타이젬 바둑 3단이야 쒸펄 하시는 통에 그냥 사드렸다. 실직하신 이후로 쭉 속초바닥에서 술드시거나 성당일만 하시는것이 심심해 보이기도 했고.. 떨리는 마음으로 일꾼들 찍고 일하는거 가르쳐 드리고 했는데 역시나 영 어려워 하셔서 그냥 캠페인만 알려드리고 저 없으면 이게 알아서 알려주면서 이야기 진행해 드릴거에요. 하고 집을 나왔다. (메모장에 스투 켜는 순서부터 적어드리고 나옴) 그 때 생각하면 시발 오버로드를 뽑아야 병력이 더 나와요 했는데 계속 오버로드를 가르쳐줘도 이해를 못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름이 대군주였다. 난 당연히 오버로드라고 생각해서 아버님 오버로드라고 뜨는 거 찍으세요 하면서 극딜했는데..


한 보름 지났나, 집에서 할 일 없으시던 아버님이 무려 캠페인을 다 깨셨다. 쉬움이긴 했지만.. 덕분에 이것 저것 유닛을 좀 이해하시고 나니 흥미가 더 생기셨는지, 생애 첫 게임이라 자극을 받으셨는지 나와 컴까기도 해보시고, (캠페인에 나온 유닛들 다 없어서 혼란스러워 하시긴 했지만) 손이 워낙 느리셔서 그렇지 이것 저것 잘 하시는 모습에 큰 만족을 느꼈다. 충격이었떤 건, 아버님이 손이 느리셔서 늦게 심은 지뢰가 대박을 내는데 와 시발 나이들어 배우셔서 그렇지 젊을 때 배우셨으면 마루급 상황판단 하시지 않으셨을까 싶었다.


그 후 난 여자친구와 결혼을 했고, 지금은 공보의 마치고 인천의 한 병원에서 페이닥터하고 있지만 아버님은 여전히 코프룰루에서 못나오셔서 처가 내려갈 때마다 간간히 아버님과 스타도 몇 판 하고, 프로게이머들 경기도 추천해 드리고(바둑으로 치면 기보보면서 포석들 연구하시라고 했더니 크게 감탄하시며 이게 바둑만큼 고수들의 깊이가 있는 오락이구나 하심) 하며 지내고 있다. 최근에는 조성주 - 전태양 경기 보시면서 조훈현과 조치웅? 기보만큼이나 난형난제구나 하시면서 감탄하시곤 하신다.


이번 공유행사 때 아버님과 같이 가고 싶었지만, 아버님도 지금은 속초에서 택시하고계시고 나도 일이 바빠서 못갔다. 대신 이번 프로리그 결승 가기로 하셔서 오늘 밤에 와이프와 속초 내려가서 아버님과 함께 올라오기로 했다. 주말동안 프로리그도 같이 보고, 서울 구경도 시켜드리고 하면서 지낼 예정이다. 아버님 래더는 브론즈시지만(승률이 한 2~3할 되는 것 같다.), 밤에 배틀넷 켜보면 3일에 한 번은 들어오셔서 하고 계시는 모습에 감탄해서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기대가 크다.


이번 결승전 때 관중석에 피부좀 까맣고 억울하게 하정우 닮은 놈이랑 나이 지긋하시고 머리가 완전 새하얀 좀 김상중 너프된 버전의 어르신 잡히면 나랑 장인어른인줄 알아라.


아, 그리고 내가 롤충이었다면 아버님도 손자뻘 되는 애들과도 소통도 되고 더 폭넓게 즐거우셨을텐데.. 사위가 스투충이라 강제로 그들만의 리그에서 썩고 계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좀 무겁긴 하다 시발..



- (스압) 병원에서 만난 스투충 꼬맹이 썰


기억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몇 달 전에 장인어른을 스투에 입문시킨 계기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후 장인어른은 아내와 함께 프로리그 관람도 갔었고 현재도 스투를 즐겨보시는 보기드문 60대 어르신이다. 장인어른에 대한 후기를 써볼까 했는데, 아무도 안궁금하고 재미도 없을 것 같고 해서 병원에서 일하면서 본 스투충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기로 했다.

전에 잠깐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난 산부인과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 많은 환자들을 봐왔지만 남자는 보호자가 아닌 이상 거의 볼 기회가 없다. 남자가 볼 기회가 없다는 것은 99%의 성비를 자랑하는 스투충을 볼 기회가 더더욱 없다는 것을 뜻한다. 탄생의 기쁨, 숨쉬는 행복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과중에서 가장 멋지고 보람있는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남자들과 게임이나 스포츠얘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안타까운 일이긴 하다.
그래도 아예 여러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군의관이 아닌 공보의출신이기 때문. 군대에서 산부인과가 필요할리 만무하고, 다른 이유로도 나는 공보의를 해야했기 때문에 난 속초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사람이 모자란 탓에 응급실에서 이런 저런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물론, 인턴시절에도 경험이야 쌓았지만 뭐 인턴이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곳저곳 노예처럼 불려다니던 때라 공보의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공보의 시절,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었는데 때가 군단의 심장때였다. 40대 여성이 새벽 2시에 고관절에 골절상을 입었고 아들로 보이는 고등학생 아이가 119를 통해 응급실로 데려왔고 어머니를 안정시키는 동안 아이는 어머니 곁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현재 입원할 병실이 중환자실 뿐이었기 때문에, 6인실이 비는 다음 날까지 모자는 응급실에서 지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속초고였나 설악고였나 하여튼 그 고등학생 아이는 옆에서 스마트폰으로 이것 저것 하고 있었고, 환자가 좀 뜸해지자 나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잠에서 깨게 되었는데 어딘가에서 맷 호너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
멸종한 줄 알았던 스투충인데, 내 눈앞에서 그 고등학생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자유의 날개 시네마틱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시네마틱이야 그냥 볼 수도 있고 해서 반가웠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 아이가 진골 스투충이걸 알게 된 것은 어머니가 병실에 입원하시고 내가 초록매실을 마시며 호수를 보러 밖에 나갔을 때였다. (내가 일하던 의료원 뒤에는 호수가 보이는 도로가 있었다.)
아이는 OSL이었나 GSL이었나 무슨 리그를 보고 있었고 반가운 마음에 내가 나도 스2한다, 골드다 하고 나도 모르게 자기소개를 하고 말았다. 놀랍게도 아이의 티어는 다이아였다! 속초바닥에서 다이아를 만날 줄은 몰랐는데 다이아라는 사실에 놀라고 같은 저그유저라는 사실에 또 놀랐다! 아이가 좀 낯을 가리는 것 같아서 그냥 드립으로 '본닭. 다음엙. 원한다. 친해지는 것. 데하카는 친해지는 것 좋아한닭' 하고 말하니까 다행히 아이는 빵터져주었다.
다음날 저녁,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반병동을 가보니 역시나 아이가 자판기 옆에서 스2를 보고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둘이었다. 아줌마는 아들뿐만 아니라 중학생인 딸도 있던 것 같았다. 동생과 함께 스투를 보면서 '오빠 테란이 이기는거야?' 하면 '아 똘빡아 지금 타이밍에 뮤탈을 뭘로 막아' 하며 티격대격 하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괜히 끼고싶은 마음에 나도 뒤에가서 '완전 패스트뮤탈인가봐?'하고 말을 걸었더니 그 아이도, 동생도 둘 다 화들짝 놀랐다.내가 '동생 공부는 안시키고 스투로 입문시키게?'하니 '얜 여자라서 못해요'라고 대답했다. 내가 '여자는 왜 못해~ 여자들도 잘할 수 있어 서지수도 있잖아'라고 하니까 동생도 반가운 듯이 '대통령도 여자잖아~' 하며 말했다. 그 아이는 '근데 니 유닛도 다 모르잖아' 하면서 핀잔을 주었다. 그 모습이 마냥 귀여웠기에 아이들과 스투 얘기만 40분은 떠들다가 콜이 오는 바람에 다시 돌아가야 했다.

2주나 이어지는 입원기간 동안 나는 그 아이, 그 동생과 꽤나 가까워 질 수 있었다. 10번 가까이 같이 이야기하며 스타얘기나 학교고민들을 들어주었고 아이들은 나를 좋은 형, 오빠로 봐주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퇴원하기 전 날이 오자 아이들이 날 찾아와주었다.'형 엄마 퇴원하면 핸드폰 알려줄 수 있어요?' 하며 말을 걸어왔다. 그런 말하기 쉽지 않은게 사춘기 시절인데 고마운 마음에 서로 번호를 교환했고, 다음에 같이 피시방가서 스타2 하기를 기약하면서 어머니의 회복을 축하해 주었다. 기억에 남는 건 '오빠 스타말고 다음에 저랑 카트해요'라고 동생이 말하자 '야 쌤은 원래 나랑 스타로 친해진거야' 하며 티격태격 하며 말다툼을 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곧 아이를 병원에서 보는 것은 어려워졌다. 연락도 퇴원 이후로 곧 줄어들게 되었고, 아이를 다시 만난 것은 넉달 쯤 지난 후에 그 아이가 병원으로 찾아왔을 때였다. 내가 바빴던 나머지 핸드폰을 미처 확인 못해서 온 것이었고 나는 반가운 얼굴로 맞이해주었지만 아이는 그렇지 못했다. 사연은 아이 아버지가 알콜 중독자였고 어머니가 입원했던 이유도 아버지의 구타에 못이겨 집 밖으로 도망가다 계단에서 굴러서 생긴 일이었다. 아들은 뺨 한 쪽이 퉁퉁 불어서, 동생은 울다 지쳐 눈이 퉁퉁 불어서 병원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나보고 경찰을 부르는 것이 맞냐,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 등등 여러가지 고충을 털어놓았다.
상담센터에 연결해주기도 뭐하고 해서 내 선에서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치킨 한마리 사주면서 집에 보냈는데 계속 아이들의 얼굴이 눈에 어른거렸다. 그래서 내가 먼저 아이들을 불러 함께 영화 보자고 꼬드겼다. 아이들은 좋다고 나와주었고, 나는 아이들과 여자친구(현재의 아내)와 영화에 피시방까지 함께가며 휴일을 헌납했다. 아이는 원래 잘했지만 동생은 브론즈 급도 못되는 걸로 보였기에 나는 아내와, 동생은 오빠와 팀먹고 2:2도 하고, 넷이 아케이드도 하며 즐겁게 시간도 보냈다. (아직도 혈압마라톤 진 게 생각난다.) 아내도 성당 선생님이고 해서 아이들을 좋아해주었고, 함께 이것 저것 시간도 보내고 여러 추억을 쌓으며 공보의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공보의를 마치고 인천에 올라와 페이닥터를 하는 지금, 큰 아이는 벌써 대학생이 되었다. 스투나 할 줄 알았지 공부에 큰 취미는 없다던 아이는 인서울 대학에 합격해서 날 보러 인천까지 놀러와줬다. 당시 중3이었던 동생은 현재 고3이다. 큰 아이는 상경계열 학과를 갔고, 동생은 의과대학에 간다고 열심히 공부중이다. 동생은 시간이 어쩔 수 없지만 큰 아이는 저번 GSL도 같이 보러갔다. 부끄러움이 많아서 치어풀까지는 못썼지만, 그래도 처음 같이보는 직관 스투였기에 둘만 논다고 아내가 서운해할 정도로 즐겁게 보고 왔다.
큰 아이는 벌써 그럴듯하게 여자친구도 데려왔고, 곧 입대한다며 이야기하는데 그 조그맣던 애가 벌써 성인이 되었다는 것은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동생은 나보다 아내와 연락을 더 많이 하고 아내를 잘따르는데, 명절 때 속초에 오면 꼭 만나자고 벌써부터 신신당부 하고 있다.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곧 이혼했고 아이들은 어머니를 따라 속초에서 살고 아버지는 고향인 포항으로 내려가셨다는 걸로 들었다. 어머니는 속초에서 시장일을 하고 계시고, 병원에서 만난 인연을 계기로 아직도 연락하며 지내고 아이들 힘이 되주어서 감사하다며 김치며 반찬이며 이것저것 택배로 보내주시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이면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스투충인 아이들.
스갤에 대한 생각을 거의 잊고 있던 요즘 큰 아이가 나에게 보낸 문자 한 통덕에 이렇게 길게 썰까지 풀게 되었다.
'형, 저 군대미루고 스타리그 예선 신청해볼까요?'



- (스압) 생각해보면 영화같았던 내 첫사랑 이야기.


기억할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난 장인어른 썰, 병원에서 만난 꼬맹이 썰 풀었던 사람이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긴 한데 스타와 관련이 없어서 망설이다가 함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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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인천에서도 가장 후지다는 동인천 출신이다.


서로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성당에서였다. 나는 친구따라 맛있는 걸 먹으러 다녔었고, 그 아이는 온 가족이 다같이 성당을 다니던 케이스였다. 나는 사실 보잘 것 없었지만 그 아이는 성당에서도 예쁘다고 소문난 하얗고 아름다운 아이였다.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아이는 원래 강원도 출신인데 아버지가 자동차 관련 일을 하셔서 인천에 이사왔다고 듣게 되었다. 강원도 출신은 뭔가 까무잡잡하고 시골스러운 이미지였는데, 그 아이는 내가 본 어떤 서울 사람들 보다도 희고 나긋나긋한 말투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예쁘고 조신한 그 아이와는 달리 나는 키만 컸지 까까머리에 (동인천지역은 아직까지도 두발규제가 있는 학교들이 많다.) 여드름도 나고 숫기가 없어 틱틱댈 줄이나 아는 놈이었다. 거기다 취미는 스타! 이보다 더 찐따같은 스펙도 없을 것이다. 그 아이를 계속 눈여겨 보게 되었지만, 참 이상하게도 그 아이 근처 10m 안에도 접근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러나 항상 기회는 있다고, 성당에서 청소년부 겨울 수련회를 하게 되었다.


나와 그 아이는 같은 조였다. 덕분에 처음 서로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뭐 여느 성당이나 교회 수련회가 그렇듯 같이 놀고 먹고 예배하다보니 가까워 지는 것은 생각보다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그 아이와 괜히 떨어지려고 노력했지만, 그 아이가 워낙 붙임성도 좋고 착하다보니 내 마음의 벽도 허무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둘이 있는 시간은 없었고 수련회 마지막날 밤 괜히 설레는 마음에 혼자 뒷동산에 올라가 괜히 부풀어오르는 마음을 눌러보려고 마인드컨트롤을 하기 시작했다.


아, 우연이라는 것은 언제나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그 아이가 내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날 따라 뒷동산에 올라온 것이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그 아이는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야 나 너랑 동갑인거 알아?", "어.", "나랑 친구하기 싫어?", "별로", "뭐야 나 여기에 친구 없는데 너라도 친구해주지", "왜 친구가 없냐 여자애들있잖아.", "걔네는 나랑 잘 안놀아. 이사온지는 몇 년 됐는데, 내가 미사만 드리고 집에가는 편이라.", "나도 미사만 드려서 친구 없다.". 뭐 이런 시덥잖은 이야기 들이었는데 십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억날 정도로 떨리는 대화였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듣게 된 말이었다.

"나 어차피 내년에 다시 강원도로 이사가는데 그 때까지만 친구하자". 무표정으로 일관했지만 뭔가 마음 한 구석이 무너질 거 같은 이야기였다. 다시 강원도로 이사간다니, 이제야 말을 튼다고 생각했는데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이 날을 계기로 우리는 번호도 교환하고 같이 등교하는 사이가 되었다. 동인천에는 제물포고와 인일여고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는데, 나는 제고에 다녔고 그 아이는 인일여고에 다녔다. 둘 다 화도진이라는 곳에 살았기에 아침에 만나서 학교까지 걷곤 했다. 그 해 겨울은 무척 추웠다는데, 나는 지금도 그 해 겨울이 추웠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교는 같이 못했지만 등교라도 같이 하던 어느 날 그 아이가 말했다. "내 생일에 뭐해줄거야?", "생일?", "12월 28일이 내 생일이잖아. 설마 몰랐어?". 알리가 없었다. 나는 청소년 미사때마다 잠만자는 아이였기에 광고시간에 뭘 들은 기억이 없었다. "케이크 사줄게.", "진짜? 약속한거다. 와 나 케이크 받아보는 거 처음이야.", "무슨 생일에 케이크도 못받아보냐. 얼마나 한다고.", "야 케이크 비싸. 나 초코케잌 사줘. 먹어보고 싶어. 아니다 생크림 사줘. 아 둘 다 먹고 싶은데.", "다음에는 생크림 사줄게.".

순간 정적이 흘렀다. 아마 서로 내년부터는 못볼 거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한 탓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 아이는 말했다. "다음에 생크림 케잌 사주기로 한거다? 약속이야.".


그 해 생일은 내가 초코케잌을 사주며 성당 친구들과 그 아이 집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것으로 지나갔다. 서로 마음속에 있는 말이었겠지만 다음엔 생크림 케잌을 사주기로 한 약속에 대한 말은 이사가는 순간까지 꺼내지 않았다. 그 다음이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서로 했을 것이다. 그렇게 그 아이는 떠났고, 나는 서울에 대학을 진학하게 되었다.

그렇게 첫사랑은 지나갔다. 그 사이 대학에서 여자친구도 만들어봤고 헤어져도 봤다. 매년 12월 28일에 괜히 전화해보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는 나지 않았다. 의대를 졸업했기에 6년이란 시간과 레지던트까지 총 10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 아이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져갔다.


난 산부인과를 전공했기에 군의관 대신 공보의를 지냈다. 그리고 속초로 가게 되었다. 문득 속초라는 지명을 듣자 그 아이가 양양출신이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한 번 그 아이에 대한 생각이 나니 그 생각이 멈추지를 않았다. 그러나 그 아이가 사는 곳, 전화번호 하나 알 수 없었고 그 아이에 대한 단서는 오직 그 아이 집안이 모두 천주교라는 사실 하나였다. 그런데 그 사실 하나가 생각보다 좋은 증거였다. 성당은 교회처럼 난립한 형태가 아니라 지역별로 교구를 정해서 설치하기 때문에 매 주 양양지역 성당을 돌기 시작했다. 만날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그러나 그 아이도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어디론가 가버렸을까, 결국 양양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양양지역에서 찾지 못하고 속초의 한 성당을 갔을 때 그 아이의 아버지를 어렴풋이 보게 되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를 보자마자 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 했다. '그 아이는 지금 이 성당에 다닌다.' 확신이 들었다. 무조건 여기에 있는게 확실했다.

그러나 10년만에 앞에 나타난 다는 것은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했다. 그 아이가 남자친구가 생겼을까, 어떻게 변했을까, 날 반기지 않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10년만에 다시 타오르는 마음을 끌 만큼은 아니었고, 내 나름의 이벤트를 준비하기로 했다.


2012년 12월 28일, 나는 생크림 케잌을 사들고 금요일 미사에 찾아갔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항상 금요일마다 미사를 드리는 걸 알고 있었기에 무작정 케잌을 들고 찾아갔다. 다행히 그 아이의 아버지는 있었지만, 그 아이는 없었다. 10년만에 만난 염치불구하고 무작정 물었다. "ㅇㅇ이는 어디에 있나요?", "너 혹시 ㅁㅁ이 아니냐?, 너가 여기는 왜..", "오랜만입니다. 지금 ㅇㅇ이 어딨나요? 약속이 있어서 그런데.". 내가 급한 말투로 묻자 미사가 끝나자마자 아버님이 앞서 그 아이의 집에 가게 되었다. 하필 눈이 지독하게 내려서 그 짧은 거리가 1시간도 더 걸렸다. 아이는 집에 없었고 나는 무작정 기다리기로 했다.

저녁 먹을 시간에도 오지 않았고, 8시 9시 10시.. 오지 않았다. 두려웠다. 혹시 남자친구 만나러 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냥 돌아갈까 10번도 넘게 생각이 들었지만 이왕 남자가 칼을 뽑은 것 무라도 썰자는 기분으로 기다렸다.


그리고 11시 30분, 그 아이가 나타났다. 눈 때문에 늦은 모양이었다.

대문앞에 서서 서있으니 그 아이의 눈이 동그래지는 것이 보였다. 그 아이가 먼저 말을 꺼내려 할 때 10년만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엔 생크림 케잌인데, 같이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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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는 그렇게 어렵게 내 곁에 와주었다. 뭐 그 이후 얘기는 스갤에 장인어른 썰과 병원에서 일하던 썰도 써놨고, 다시 만난 그 날 부터 공보의 하는 내내 자주 만나며 교제하면서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었다.

아내는 현재 인천에서 빵집을 하고 있다. 다시 만났을 때, 이미 대학을 졸업했지만 늦게나마 제빵기능사를 딴 후였고 날 만난 이후에도 모은 돈으로 조그마한 빵집을 내더니 지금은 프랜차이즈 빵집 사장님이시다. 수익은 솔직히.. 뭐 내가 열심히 벌면 된다.

장인어른 썰 풀 때 아내와 만난 이야기를 쓰면 길어질 것 같아서 나중에 쓴다 했는데 이제야 쓰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영화같은 만남이었다고 어딜가든 자랑하고 다니고 있다.

비록 관객도 극장도 없는 그런 영화겠지만, 난 평생 소장하고 다닐 영화임에는 틀림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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