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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무의 세계 2

운영자 2009.07.15 20:17:20
조회 953 추천 1 댓글 2

  업무상무의 세계

  충장 OB파 십여 명을 우선 범죄 단체 조직혐의로 구속한 것을 시작으로 건설업계 비리에 대해 더 심도 있게 파고들어 갔다. 보안을 유지시키기 위해 직원들을 모두 퇴근시킨 저녁 8시부터 밤 12시 까지 혼자 사무실에 남아 건설업계 간부들을 은밀히 불러 실상을 들었다.


  소환된 간부들은 한결같이 두려움에 떨었기 때문에 나는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하여 일체 조서를 작성하지 않고 메모만 했다. 대부분의 간부들은 깡패의 소탕을 원했지만 섣불리 잘못 건드려 피해를 입을까 봐 겁을 내고 있었다.


  깡패들의 협박에 의해, 또는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깡패를 업무상무로 고용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처지에 동정이 갔다. 그들로부터 들은 건설 폭력의 실상과 광주•전남 지역 관급 공사 발주 현황 및 낙찰 현황 등을 면밀히 검토하다가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관급 공사의 낙찰 금액은 대부분 예정가액의 99∼99.98퍼센트라는 점과 전남 지역 종합건설업체 마흔일곱 개에 골고루 공사가 분배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관급 공사는 거의 담합 입찰을 해왔다는 것, 이를 조정하는 것은 폭력배라는 것도 분명해졌다.


  문제는 이들이 일괄 담합한 공사를 찾는 일이었다. 일괄 담합한 경우를 찾는다면 여기에 참여, 가담한 전체를 공범으로 보고 일거에 모든 폭력배를 처단할 수 있다. 1989∼1990년 전남 지역 경지 정리 사업에 대한 낙찰 현황을 검토하면서 나는 쾌재를 불렀다. 전남 지역 경지 정리 사업에 참가한 전남 건설업체는 모두 마흔일곱개사인데 대부분이 두 개에서 다섯 개의 경지 정리 사업을 수주하여 공사를 했다.


  1989년∼1990년 전남 지역 경지 정리 사업은 7백억 원 규모로 추정되었는데 이 공사에 전남 지역 건설업체 모두가 참여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틀림없는 일괄 담합이다. 각 경지 정리 구역 공사마다 낙찰가액과 응찰 회사를 자세하게 분석해 보니 A라는 신랑 회사가 낙찰을 받을 때는 B, C, D 회사가 들러리로 참가해 예정가액의 110∼120퍼센트를 써넣고 신랑 회사는 99.5퍼센트 정도로 써넣어 낙찰받고, B라는 신랑 회사에 낙찰될 때는 A, C, D가 들러리로 참여하는 형식으로 상호 담합을 한 흔적을 뚜렷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업무상무들이 대부분 조직 폭력배들이었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제 증거를 확보해야만 했다. 담합에 참가한 건설업체 업무상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건달들과 다름없는 업무상무를 조사한다는 것은 그대로 수사 기밀을 누설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경영주나 건달이 아닌 간부들을 상대로 은밀하게 증거를 확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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