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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출되는 배후 세력 4

운영자 2009.09.04 14:29:24
조회 3044 추천 1 댓글 2

  적출되는 배후 세력

  정덕진은 수사에 대한 걱정까지 해주었다.


  “검찰고위관계자 A씨, 엄삼탁은 쉽게 잡을 수 있을지 모르나 박철언은 잡지 못할 거요.”


  “박철언을 엄삼탁은 수표 추적이 되는 돈을 주었기 때문에 쉽게 잡을 수 있을지 모르나 박철언은 슬롯 머신 매장에서 벌어들인 헌수표를 바로 가져다 주었기 때문에 박철언의 비밀 구좌를 찾아 역추적하지 않는 한 물증확보는 어려워요. 그렇다고 진술 증거만으로 박 의원같이 명석한 사람을 처벌하기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당신 정도로서는 어려울 것이오.”

  그들 세 사람에게 뇌물을 줄 때는 직접 했는가, 누구를 시켰는가하는 문제를 추궁해 보았다.

  “엄삼탁만 내가 직접 주었고 검찰고위관계자와 박철언은 덕일이가 전했소. 나는 직접 그들에게 돈을 건네지 않았기 때문에 덕일이가 와야 내 진술도 확인할 수 있을 거요. 특히 박철언에게 돈을 줄 때는 덕일이가 제삼자를 동원했는데 나로서는 그 사람이 어디 있는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일단 정덕진으로부터 진술 일부를 녹음한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비로소 배후 세력 수사의 가닥이 잡히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 가닥 어두운 불안의 그늘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언론은 여전히 증폭, 과장된 보도로 일관하고 있었다. 배후 세력을 1백 여명까지 거론하는 것은 예사이고, 우리 사회의 모든 지도자급들 사람들이 ‘검은 돈’과 부정하게 연결돼 있다고 해야 특종이 된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부풀려 가고 있었다. 나는 내 방으로 찾아온 기자들에게 물어 보았다.

  “이 사건 수사에서 여론이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양적인 확대와 질적인 깊이 중에서 어느 쪽을 바라고 있습니까.”
  “그야 양보다는 질적인 깊이지요. 지금까지 모든 의혹 사건에서 배후로 거론되던 사람들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속 시원하게 수사가 이루어진 일이 없었잖습니까. 이번에는 정말 여론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 여론입니다.” 
 
  이미 사건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증폭된 이상 슬롯 머신 업계와 공생 관계에 있는 하위직 공무원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을 잡아 처단한들 여론이 이를 믿어 주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무렵부터 내게는 협박 전화가 기승을 부리며 밀려왔다. 주로 새벽이나 한밤중, 그것도 어쩌다가 내가 집으로 들어가자는 날이면 알고 있었다는 듯이 어김없이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뒷날 박철언 의원을 구속했을 때는 전화기를 내려놓자마자 또 다른 협박전화가 걸려 올 정도로 극성을 부렸다. 전화 부대의 짓이었다.

  참다못해 전화 번호를 다섯 번이나 바꾸었는데도 교묘하게 추적하여 다시 걸려왔다. 할 수 없이 폰 키퍼라는 기계를 사서 전화기에 달고 비밀 번호를 누르지 않으면 통화를 할 수 없도록 조치를 해 놓으니 비로소 평화가 찾아왔다. 송 형사의 아이디어였다.

  정덕진을 한창 수사할 때 걸려 온 협박 전화는 이를 안 정덕진이 두세 군데 전화를 하여 지시를 하자 씻은 듯이 끊어졌다.

  “홍 검사를 협박하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나가서 그냥 두지 않겠다. 홍 검사를 협박하면 내게 대단히 불리한 상황이 오니 홍 검사를 협박하지 마라.”

  그러나 나중에 엄삼탁, 박철언 두 사람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무렵에는 다시 전화 부대의 대공세 때문에 많은 시달림을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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