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자 움직임을 감지한 현관등불빛이 호타루를 반겼다
반쯤 벗겨져 있는 신발을 마저 벗고 더러워진 겉옷을 벗었다
안에는 엉망인 알몸
지칠대로 지친 호타루는 그대로 욕실로 들어갔다

솨아아아

고개를 들자 호타루 위로 따뜻한 물이 쏟아졌다
열세살의 아직 다 익지 않은 완만하면서도 뚜렷한 굴곡
물줄기가 상처와 멍을 지날때마다 잊고싶은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새삼스러울것도 없었다 자주 있는 일이니까
호타루는 두어번 고개를 저은후 샤워기의 물을 잠갔다

앗...

그리고 욕실을 나오려다 발이 미끄러졌다

쿵ㅡ

우당탕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굴럿다
그 바람에 욕실 용품을 정리해놓은 선반이 넘어져 타일바닥에 흐트러졌고 넘어지면서 허둥거린 손이 샤워기 물을 틀어 샤워기헤드는 물을 뿜으며 미친듯이 돌아다녔다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호타루는 넘어져서 반쯤 누운 채 재미있다는듯이 웃었다
그리고 이내 웃음은 울음소리로 바뀌었다
자주 있는 일이었다
어디선가 물건이 날아오는것도
갑자기 넘어지고 부딫히는 것도
이유없이 공격받는것도
마지막엔 강간당하는 것도
익숙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큰 소리로 울었다

억울했다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단지 그 목표로 열심히했다
그와 함께 하면 불행도 이겨낼 수 있었다
함께가 아니라도 이겨낼거라고 약속했다
강해지겟다고 몇번이나 다짐했다
그래도
외로웠다

목이 메일 때 즈음 호타루는 울음을 그쳤다
사무치는 외로움에 쓴 웃음을 지으며 아직까지도 물을 뿜어대는 샤워기의 물을 껏다
욕실선반은 바르게 세운 후 샴푸와 린스 등을 잘 정리했다
아까와 같은 미끄러져 넘어지기 전과 같은 욕실이 되었다
조금은 만족한 듯 호타루는 욕실을 나왔다
욕실을 나오다 문득 다시 뒤돌아 본 후 욕실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