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상플] 이순 암행기 39

루비(1.177) 2017.05.13 02:28:26
조회 302 추천 5 댓글 1
														

 

 

viewimage.php?id=27bcde21ead932a361b1d1&no=29bcc427b28577a16fb3dab004c86b6f0012e229f77b6827a9bd57d86e8b4b2af08d64109efd0ea7aafc4f0dc3fba52bb67bf5e45532f1c4f1caec

 

 

 

 

 

 

여치에게 달려간 명구는 오랜만에, 그 간의 회양 산속에서의

산적생활과, 그 동료들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로 기나긴 회포를

풀 수 있었다.

달래가 검계에 잡혀간 일로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던 여치는,

자신을 찾아와 위로를 하는 명구를, 흡족하게 바라 보았다.

 

“명구야, 그 사이 어엿한 사내 대장부가 다 되었구나.”

 

“저야말로 여치 성님을 다시 뵙게 되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

겠구만요. 살다살다 부모님 만난 것처럼 이리 기쁜 일도

있구만요.”

 

“그래, 내가 가르쳐 준 검술은, 이제 실력이 많이 늘었겠구나.”

 

“성님 덕분에 산 속에서 틈틈히 연습을 하긴 했지만, 실제로

검술 할 일이 얼마나 있어야 말이지요. 말이야 산적이라지만,

오히려 산에서 벌목하는 횟수가 더 많구만요. 그 대신 성님께서

가르쳐 주신 장돌은, 여전히 잘 던지구만요.”

 

명구의 이야기에 여치는 씁쓸하게 웃어보이며, 넌지시 언질을

해 왔다.

 

“이놈아, 그래도 이곳 사람들 앞에서, 장돌 자랑질은 함부로

하면 안된다.”

 

“아니, 왜요?”

 

“워낙에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라, 여기 저기 맞고 터지는

일들이 허다하길레, 내가 장돌 연습 하나는 잘 훈련시켜

놨거든, 그랬더니, 이제는 다른 건 빈천해도, 장돌 던지기

하나는 다들 선수들이 되었구만.”

 

“아이고 참말로, 형님은 여전 하시다니깐요.”

 


“그렇치 않으면, 우리같이 힘없는 천출들이 뭘 믿고 살겠냐.

그저 굴러 다니는 돌 하나면, 어딜 가서 빌어 먹더라도,

제 몸 하나는 잘 건사할수 있을 게 아니냐.”

 

“아무튼 대단하십니다요.”

 

그날 밤, 명구는 여치와 늦은 시간까지,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느라, 여치의 움막에서 잠을 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새벽녁이 되었을 쯤, 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흙먼지를

뒤집어 쓴 달래가 불쑥 방 안으로 들어섰다.

잠에 들었던 명구와 여치는, 놀란 얼굴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아버지!!……………………”

 

“아이고, 이게 누구냐 우리 딸 달래 아니냐, 니가…………

니가 어떻게!”

 

“아버지, 제가…………도망쳐 나왔구만요. 그 검계놈들한테서……………”

 

달래는 말을 하던 도중, 왈칵 눈물을 쏟아 냈고, 그런 달래를

다독이며, 여치도 눈시울을 적셨다.

얼마 후, 두 부녀의 상봉이 끝내고, 가까스로 진정을 한 달래는,

그 곳에서 도망칠 수 있었던 사연을, 여치한테 들려 왔다.

 

“아버지, 그 곳에 또 한명의 아가씨가 잡혀 있구만요.

그 아가씨가 아니였으면, 참말로 두번 다시 아버지를

못볼 뻔 했구만요.”

 

“그래 그래, 참말로 잘 돌아왔다. 내 그렇치 않아도 밀린

자리세를 갖다 주고서라도 너를 찾으러 갈려고 했었다.”

 


“아버지, 그 놈들은 참말로 나쁜 놈들이구만요. 자리세도

그렇치만, 얼마 전에 떠 돌던 소문이, 그냥 수문이 아니

였구만요.”

 


달래가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을때, 옆에서 듣고 있던 명구는,

남아 있다는 아가씨라는 소리에, 넌지시 달래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저기…………거기서 만났다던 아가씨가, 혹시…………

옥정이라는 아가씨는 아닌가요?”

 

“……………?…………댁은 뉘신데, 그 아가씨를 알아요?”

 

“맞군요! 그렇찮아도 제가 모시는 나으리께서, 하도 애를

태우셔서…………그렇다면 그 쪽은, 옥정 아가씨의

도움으로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 이 말이요?”

 

“예, 그리 되었구만요, 그 아가씨가 아니였으면 참말로………………”

 

달래는 옥정이 이야기를 하다 말고, 다시 한번 눈물을 글썽

거렸다.

명구의 이야기를 들은 여치는, 돌연히 표정이 굳어져 왔다.

달래를 도와 준 아가씨가, 이순이라는 선비와 아는 아가씨였다니………………

너무나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그렇치 않아도, 달래의 구출을 도와 준다면, 과거의 일을 말해

주겠냐며, 제안을 해 왔질 않았던가.

어찌 되었든, 생각지 않게, 그 선비의 신세를 지게 된 셈이였다.

이내 여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달래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마음이 침울해져 왔다.

 


‘그 선비가 목숨만큼 소중하다던 사람이, 혹시 그 아가씨는

아닐까…………그렇다면, 과연 이일을 어찌해야 좋을지………………’

 

여치는 난감스러움에 한 동안 시선을 바닥에 둔체,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만일 그 선비의 도움으로, 달래가 빠져 나온 것이라면, 결코

모르는 척 넘어 갈 수 있는 일은 아니였다.

하지만, 여치로서는 자신의 딸과 이곳 움막촌의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그 사실들을 발설키가 두려웠다.

그 사실을 밝힌다고 해서, 죄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였기에,

여치로서는 여간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였다.

여치가 한 동안 생각에 잠겨 있을때, 명구는 여전히 옥정이

소식을 되묻고 있었다.

 


“그렇다면, 옥정 아가씨는 어디 다친 데는 없나요?”

 


“네, 화약을 바깥에서 터트려서, 아가씨도 다친데는 없어

보였어요. 다만, 뒷 마당으로 빠져 나올 때, 덩치 큰 검계에게

붙들리는 바람에………………”

 

달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명구는 더 이상 지체할 것이 아니라,

그 소식을 이순에게 전해야 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구가 돌아 간 후에도, 달래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 부친과의

상봉에 기쁨을 나눴다.

 

 

 

 

 

 

 

 @@@

 

 

 

 

 

 

검계에게 붙들려 버린 옥정이는 또 다시 창고 앞으로 끌려가,

그 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려야 했다.

수십 명의 검계들이 흙벽이 무너져 내린 창고 주변을, 웅성거리며,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때 마침, 어느 한 쪽에서 누군가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계집을 어떻게 할깝쇼.”

 


“대체 어떤 계집이길레, 화약을 터트려 도망을 갈 생각까지

했단 말이냐.”

 


“그러니깐, 그 계집이 보통 계집이 아니라고 했잖습니까요.”

 


“…………흠……………………”

 


그리고 그 곳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한쪽 눈 밑으로 기다란

칼 자국과 함께, 무척이나 매서운 인상의 사내였다.

그 사내가 나타나자 마자,  그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검계들이, 하나같이 머리를 조아리며 예를 갖추었다.

그리고 얼마 후, 옥정이 앞에 다가 온 그 사내는, 옥정이를

흘겨 보더니, 언짢은 투로 입을 열었다.

 


“과연, 이 계집 아이가 화약을 다스렸단 말이냐.”

 


“대장님, 어제 그 창고 문지기가 그만 등롱을 이 계집에게

넘겨 주었답니다요. 잡아 올 때부터, 생긴 미모로 사람을

홀리게 생겼다 싶었더니, 그 놈마저 그렇게 넘어갈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요.”

 


그 말을 들은 사내는 인상을 구기며, 옥정이를  내려다 보더니,

다시금 말을 뱉었다.

 


“그 놈을 일주일 간 물 한 모금도 주지말고, 창고에 쳐 넣어라,

대체 무기고에 등롱을 넣어 주다니, 정신이 제대로 박힌

놈이냐! 그리고 이 계집 아이는, 내 지시가 있을 때까지,

다른 창고에 집어 넣어라. 아무래도 화약까지 손을 댈

정도면 보통 계집은 아니구나.”

 


그때였다.

두려움에 떨며 입술을 깨물고 있던 옥정이가, 눈 앞에 서 있는

대장이라는 사내에게, 있는 힘껏 말을 건넸다.

 


“잠깐만요! 대체 댁들이 뉘인지 모르겠으나, 어찌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을, 이리 함부로 가둔단 말입니까!”

 

 

 

viewimage.php?id=27bcde21ead932a361b1d1&no=29bcc427b28577a16fb3dab004c86b6f0012e229f77b6827a9bd57d86e8b4b2af08d64109efd0ea7aafc4f0dc3fba5282762f3c9269ceaf1859e7a

 

 

 

생각지 못한 옥정이의 반발에, 그 대장이란 사내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실웃음으로 답해왔다.

 


“흠………이곳에 아무 관련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 소굴에

들어온 이상, 연고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네 년이 화약에

손을 대는 바람에, 우리 무기고에는 아주 큰 손실이 나고

말았다. 그러니, 네년의 책임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

이제부터, 그 일에 대한 보상을, 하나 하나 물어 갈 것이니,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킬 생각은 안하는 게 좋을 께야.”

 


“…………하지만!…………………”

 

 

“여전히 말이 많구나. 여봐랏! 이 계집년을 당장 끌고

가거라!………………”

 

 

이내, 검계 하나가, 옥정이의 목덜미를 잡아 일으키려 하자,

옥정이는 울컥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며, 가까스로 저항을 해

보였다.

그때, 그 앞을 지나 치려던 대장은, 몸부림 치는 옥정이 앞에,

그대로 발길을 멈춰 섰다.

그리고 옥정이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 보더니, 돌연히 무슨

생각에서인지, 자신의 부하에게 귓속말을 속삭여 왔다.

그리고 얼마 후, 옥정이는 그 검계 부하에게 이끌려, 창고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 가게 되었다.

 


 

 

 

 

 

 

 

 @@@

 

 

 

 

 

 


다음 날, 옥정이를 구하기 위해, 초향이의 길 안내를 받게 된

이순과 명구는, 단단히 무장을 갖추고서 검계들의 주둔지로

향했다.

정문에서 보초를 서는 검계가, 이순과 명구를 의심스럽게

쳐다 보았지만, 다행히 초향이의 간드러진 애교로, 무사히

통과를 할 수 있었다.

그 곳을 들어서자, 넓게 펼쳐져 있는 마당 한 쪽에는, 여러

훈련 장비들이 늘여져 있었다.

그 주변을 둘러본 이순은, 그 곳이 검계들의 체력과 훈련을

단련시키는 장소라는 사실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 날 아침, 명구로 부터 옥정이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된 이순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검계의 소굴에서 탈출을 하려다가, 옥정이만 붙들리고 말았다니………………

더구나, 화약을 이용해 탈출을 감행 했다는 소식에, 이순은 한층

더 애가 닳고 말았다.

그리고 자신이 도착할 때까지, 어떻게든 옥정이의 신변에,

아무런 변고가 없기 만을 바래야 했다.

이순은 그 곳 훈련장을 지나쳐 가며, 옥정이가 있을 법한 창고도

샅샅히 살펴보게 되었다.

 

 

viewimage.php?id=27bcde21ead932a361b1d1&no=29bcc427b28577a16fb3dab004c86b6f0012e229f77b6827a9bd57d86e8b4b2af08d64109efd4bfafc924b07cefecc7c9a8b0481497a073ba03a37828596c2

 


그때였다.

마당 한쪽 구석으로 유난히 소란스러워 보이는 창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창고는 지난 밤, 옥정이가 무너뜨렸다는 창고였던지, 그 주변

으로 흙 가마니를 나르는 검계들과 담장을 쌓는 검계들로,

무척이나 어수선해 보였다.

이순은 옥정이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것이라 짐작하며,

무심히 그 곳 앞을 지나쳐야 했다.

얼마 쯤 지났을까.

청양관을 향하던 초향이는, 안면이 있는 듯한 검계들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다급히 방향을 틀어, 다른 길목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 초향이는, 그 주변을

예의 주시해 가며, 조심스럽게 청양관 안으로 들어섰다.

그 곳은 청국인들이 사용하는 별관으로, 몇 개의 방들이

복도로 이어져 있었고, 그 복도 끝 쪽에는 아담한 응접실

하나가 마련되어 있었다.

초향이는 그 응접실로, 이순과 명구를 안내했다.

 


“나으리, 우선은 이곳에서 몸을 숨기고 계시지요. 소녀는

청국 상인의 방에 들어가, 수향을 먼저 피워놓고

오겠습니다요.”

 


초향이는 그 말과 함께, 복도 바깥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 쪽에서 무언가, 화병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순 경계를 세운 이순은, 또 다시 들려오는 초향이의 비명

소리에, 재빨리 그 곳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그때, 쫒기듯이 그 방을 빠져 나오던, 초향이는 무슨 일인지,

하얗게 사색이 되어 있었다.

문 앞에서 이순을 보자, 놀란 초향이는 재빨리 이순을 옆쪽

복도로 이끌었다.

 


“나으리……………이를 어찌하면 좋답니까.”

 


“무슨 일인가?”

 


“향을 피우러 들어가 보니, 청국 상인이 이미 침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지 뭡니까요. 하온데 어찌된 일인지,

오늘은 계집이 없다며, 무척이나 성화를 내 보였습니다요.

아무래도 아가씨에게………………” 

 


“무어라! 그렇다면, 옥정이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겼단

말인가!”

 

 

viewimage.php?id=27bcde21ead932a361b1d1&no=29bcc427b28577a16fb3dab004c86b6f0012e229f77b6827a9bd57d86e8b4b2af08d64109efd0ea7aafc4f0dc3fba576d1755d278969482f57c44a

 

 

 


순간 이순은, 그대로 미간이 일그러져 왔다.

어쩌면 검계들의 화약 때문에, 옥정이가 무슨 상해를 입은

것은 아닌지………………

무언가 밑도 끝도 없이,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분명, 옥정이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게 틀림 없었다.

그때, 초향이가 다시 말을 건네왔다.

 

 

“나으리, 아무래도 어찌된 영문인지, 소녀가 직접 확인을

하고 올 터이니,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요.”

 


초향이도 무언가 다급해 졌던지, 그 말만 들려주고,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 나갔다.

애초에, 초향이의 계획 대로라면, 옥정이를 이곳 청양관에서

무사히 빼돌릴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옥정이의 행방 조차도, 알 수가 없게

되버린 것이다.

이순은 초향이가 돌아 오기까지, 좀처럼 마음을 다잡을 길

없었다.

하지만, 애써 침묵을 지켜가며, 자신의 장검들을 점검하고

나섰다.

어찌 되었든, 이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비해, 만전의 준비를

갖춰야 했다.

명구도 상황이 예기치 않게 흘러가자, 이순의 행동에 따라,

자신도 칼자루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청양관을 빠져나온 초향이는, 검계들이 모여있는 안채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검계의 부대장인 장쇠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오래 전부터 초향이의 마음을 잡으려, 매일같이 기방에 드나

들었던 장쇠였지만, 초향이는 단 한번도 장쇠의 청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장쇠에게 애교를 피워서라도, 옥정이의 소식을

확인 해야 했다.

얼마 후, 겨우나마, 장쇠를 만나게 된 초향이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나으리, 초향이 인사 여쭈옵니다.”

 


“이거 우리 초향이가  왠일이냐, 나를 다 보러오다니………………” 

 


“나으리, 살아갈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닐진데,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쇠는 그런 초향이를 반기며, 좀처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동안 얼마나 애 닳으며 구애를 해 왔던 초향이인데, 이토록

상냥한 웃음으로 자신을 찾아 오다니………………

장쇠는 그저 기쁜 마음에, 웃음이 터질세라, 초향이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나으리, 하온데 오늘은 청양관에 들어가야 할 계집이 아무도

보이질 않으니,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옵니까?……………”

 


“아, 그 남장을 한 계집을 말하는 게냐?”

 


“남장을 한 계집이라뇨?”

 


“그러게, 요번에 붙들린 계집은, 보통 계집이 아니더구만,

화약으로 창고를 무너뜨린 것도 모자라, 계집 하나를

달아나게 하고 말았으니…………처음에는, 대장도 청국인

한테 넘겨 줄 생각이였는데, 그 계집이 워낙에 유별나다

보니, 우리 대장이 붙들은 놓은 모양이더라.”

 


장쇠의 말에, 초향이는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그 동안 청국 상인 과의 거래를 위해서라면, 그 무엇 하나

가릴 것 없이, 공수해 왔던 대장이였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그 아가씨를 붙들었다는 것인지………………

초향이는 서둘러, 장쇠에게 운을 띄우며 되물어 갔다.

 

 

“아니, 대체 무슨 일로, 붙들어 놓았다는 것입니까? 혹여

무슨 문제라도 있답니까?”

 


“그게…………그 계집이 알고보니 보통 절세가인 아니라

더구만. 그러니 말 할 것도 없지…………더구나 화약으로

탈출까지 꾀할 정도면, 보통 비상한 계집이 아니란 소린데,

거기다 미색까지 갖췄으니, 어느 사내가 안 흔들리겠냐.

그러니 이제 껏 기집들한테, 눈 하나 까닥 않하던 대장도

그 아이한테 만은, 홀딱 빠져 든 게지. 하긴 그 정도의

계집이면, 우리 대장한테도 아깝지, 아까워……………”

 


장쇠는 열심히 말을 하다 말고, 돌연히 초향이와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눈 웃음을 치며, 말길을 돌렸다.

 


“그래도 뭐…………내 눈에는, 우리 초향이가 조선 팔도에서

제일 가는 절세 가인이구만.”

 


돌연히 초향이를 칭찬해 오는 장쇠의 애교에도, 초향이는

점점 더 사색이 되어갔다.

옥정이란 아가씨를, 그 검계 대장이 마음에 들어 했다니………………

그렇다면, 더 이상 자신에게는, 그 아가씨를 빼돌릴 방법이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목숨 뿐만 아니라, 같이 온, 이순 일행

조차도 위험해 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이곳은, 검계들이 밀집해 있는 소굴이 아닌가.

잠시 고심에 잠겼던 초향이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오면, 소녀가 그 아가씨를 한번 볼 수는 없겠습니까.”

 


“아니, 우리 초향이가, 그 계집한테 왜 그리 관심이 많은

게냐.”

 


“나으리도 참, 그거야 이곳 대장 나으리께서 넘어갈 정도라니,

같은 여인으로써 기분이 묘하질 않습니까. 대체 얼마나

대단한 기집이길레, 그리 마음을 뺏기셨는지, 소녀도 한번

보고 싶습니다.”

 


“허……………우리 초향이가 이런 새침한 구석이 있었다니,

내 눈에는 네 이런 모습마저, 이뻐서 녹는다 녹아………………”

 


얼마 후, 장쇠는, 대장의 수발을 들고 있는 유모 할멈이 없는

틈을 타, 조심스럽게 초향이를 데리고, 대장의 초소로 들어갔다.

비록, 검계 무리의 대장이긴 하지만, 대장이란 검계는 한때, 이

고을의 최고 벼슬을 지냈던 이 정승 댁의 자손으로, 유별난

성품과 온 갖은 불난으로 인해, 이미 그 집안에서 조차, 면벽을

둬 버린 자식이나 다름 없었다.

그 일로, 고을 사또 마저도, 움막촌의 세전을 떼 주다시피 해서,

검계들과의 문제에 선을 긋고 있었던 터였다.

얼마 후, 그 곳 안채로 들어 선 초향이는, 불안한 표정으로 바깥을

둘러보고 있던 옥정이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서둘러 옥정이에게 다가가, 자신이 오게 된 사정을 상세히

전하게 되었다.

 


“네?, 선비님이 이곳에 와 계신다니요!”

 

 

viewimage.php?id=27bcde21ead932a361b1d1&no=29bcc427b28577a16fb3dab004c86b6f0012e229f77b6827a9bd57d86e8b4b2af08d64109efd0ea7aafc4f0dc3fba57d2e04c9b1bf7a38f3ff41ee

 

 

 

“하오나, 지금은 아가씨께서 이곳에 머물러 계시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 뭡니까요. 무언가 이곳에서 빠져나갈

핑계 꺼리나,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

 


옥정이는 이순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당장이라도 울 것같은

눈망울로, 입술마저 떨어보였다.

이내 초조한 듯 생각에 잠겼던 옥정이는, 겨우나마 말을 들려왔다.

 


“제가 입고 왔던 남정네 옷을, 이곳 할머니께서 가져가 버리는

바람에, 지금 이 모양새로 움직였다가는, 틀림없이 선비님만

위험해지실 꺼예요. 더구나 주변에는, 검계라는 사람들이 저리

엄중하게 감시를 하고 있으니, 정녕, 어떻게 해야 좋을지………………”

 


초향이는 이순을 염려하며, 불안에 떠는 옥정이를, 넌지시

곁눈질로 살펴 보았다.

백옥같이 고운 피부에, 눈과 코, 잎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참으로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어딘가 단아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그 모습에, 초향이는 짐짓

말없이 옥정이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과연, 절세가인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미색이야. 이러니,

그 선비님의 마음이 일편단심일 수 밖에………………'

 


이내 초향이는, 오로지 한 여인만을 지켜내고 싶다던 이순의

말을 떠올리며, 조용히 시선을 떨궈 내렸다.

얼마 후, 초향이는 유모 할멈이 돌아오기 전에, 서둘러 그 곳을

빠져 나왔다.

결국, 검계들의 감시를 뚫고, 옥정이를 데리고 나올 수 없었던,

초향이는, 서둘러 청양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선은, 이 사실을 이순에게 알려서라도, 다른 대책을 세워

봐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 진 것이다.

얼마 후, 옥정이의 소식을 전해 들은 이순은, 그대로 얼굴이

차갑게 굳어져 내렸다.

검계의 대장이 옥정이를 마음에 들어 했다니!……………


그 말인 즉은, 옥정이가 이 곳을 빠져 나가기가, 더욱 더 어렵게

되버렸다는 소리였다.

이내 이순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심에 빠져 들었다.

 

 

viewimage.php?id=27bcde21ead932a361b1d1&no=29bcc427b28577a16fb3dab004c86b6f0012e229f77b6827a9bd57d86e8b4b2af08d64109efd0ea7aafc4f0dc3fba52fc48e9f739e0dcb0e2a5b80

 


아직까지는 옥정이의 신변에, 별 다른 변고가 없는 것만은


틀림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단도 할 수 없는 상황이였다.

더구나 옥정이가 붙들려 있는 곳이, 검계들로 둘러 쌓인, 검계

대장의 처소라면……………

어쩌면, 생각지 못한 극한 상황에, 맞닥 뜨려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순은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곁에서 이순을 지켜보던 초향이와 명구도,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너무나 예기치 못한 이 상황에, 지금은 이순의 결정을 조용히

기다려야 했다.

그때였다.

바깥 복도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리는 듯 하더니, 장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향아, 나 장쇠다. 우리 초향이 보려고 청양관에 따라왔다.

어디에 있느냐.”

 

“…………………………………”

 

“이 방에도 안보이고…………대체 어디로 간게냐?……………”

 

“…………………………………”

 

장쇠가 초향이를 찾아, 이곳 저곳으로 찾아 다니는 소리에

초향이는, 놀란 나머지, 그대로 당황하고 말았다.

설마하니, 자신의 뒤를 쫒아, 장쇠가 그곳을 들어설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이내 초향이는, 경계 태세를 갖추는 이순에게, 서둘러 장쇠의

신원을 알려왔다.

 

“나으리, 검계들의 부대장, 장쇠라는 놈입니다요. 아마도

쇤네를 따라 온 모양인데, 이를 어쩌지요?”

 

“………………………………”

 

이순은 미간이 일그러지더니, 무슨 생각인지, 굳게 입술을

깨물었다.

 

'옥정이가  그곳에서 나올 수 없다면, 저들이 데리고 나오게

 

하는 수 밖에…………………'

 

 

 

viewimage.php?id=27bcde21ead932a361b1d1&no=29bcc427b28577a16fb3dab004c86b6f0012e229f77b6827a9bd57d86e8b4b2af08d64109efd4bfafc924b07cefecc7c9a8b04d5192d5762a36a6c828596c2

 

 

 

그 사이, 옆 방문을 열어 보는 장쇠의 목소리가, 한층 더 가깝게

들려오자, 초향이는 점점 더 초조해 졌다.

그리고 자신이 나가서, 돌려 보내겠다며, 그대로 바깥으로

나가려던 찰나였다.

이순은 다급히 초향이의 앞을 가로 막으며, 진중히 말을 들려왔다.

 

“내 아무래도, 그대를 인질로 삼아, 저 자를 이용해야 겠소.”

 

무언가 단호하게 들려온 이순의 말에, 초향이는 의아한 듯

이순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 이순의 생각을 알겠다는 듯이, 그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이순은, 옆에 있던 명구에게 암묵의 눈짓을 보내자, 명구는

자신의 칼을 뽑아, 초향이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그때였다.

돌연히 방문이 열리더니, 장쇠가 또 다시 초향이를 부르며,

방안으로 얼굴을 들이 밀었다.

그리고 명구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는 초향이와, 초향이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명구에게 시선이 멈춰 지더니, 일시에 웃고

있던 표정이, 그대로 굳어져 내렸다.

 

 

 

 

 

 

 

 

 

 

 

 

 

 

 

 

 

 

 

추천 비추천

5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운전대만 잡으면 다른 사람이 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15 - -
이슈 [디시人터뷰] 집념닥터, ‘내가 사랑하는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운영자 24/04/16 - -
공지 ▶▶▶▶▶장옥정,사랑에 살다 갤러리 공지(뉴비 필독!!)◀◀◀◀◀ [37] 눌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5.01 12609 24
공지 장옥정, 사랑에 살다 갤러리 이용 안내 [25] 운영자 13.04.08 48292 18
64081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장갤러(14.38) 02.22 86 0
64079 빠져든다 이 남자... 장갤러(104.28) 23.12.27 133 0
64078 뒤늦게 입덕 [1] 장갤러(218.39) 23.12.26 136 3
64077 그리워서 오랜만에 들어와 봤어. [2] 장갤러(122.47) 23.11.24 181 0
64076 최숙빈이라는 여자가 없어요 장갤러(61.99) 23.11.22 153 0
64075 우리 드라마 곱씹을수록 멜로 미친듯이 잘 쓴 거 같애 보노(106.101) 23.10.14 189 2
64074 이미 끝나버린 사랑에 집착하니 [2] 보노(106.101) 23.10.13 199 0
64073 마지막화까지 다 보고 3화 부터 다시 시작함 [1] 장갤러(211.185) 23.10.12 194 0
64072 다 불쌍하다 [1] 장갤러(222.120) 23.10.10 177 0
64071 ㅠㅠㅠㅠㅠ 22화까지봄 .. 옥정아ㅠㅠ [1] 장갤러(222.120) 23.10.10 177 0
64070 인현왕후가 착한건가...? [1] 장갤러(222.120) 23.10.10 195 0
64069 지금 21화 까지 봤는데 감독판 사면 [2] 장갤러(118.235) 23.10.10 187 0
64068 20회까지 봤는데.. [2] 장갤러(118.235) 23.10.10 185 0
64067 에후.. 숙종 마음이 변하가는구나 [2] 장갤러(118.235) 23.10.10 193 0
64066 황현필 역사 선생님께서 김태희의 장옥정이 실제 역사와 닮았다고 [2] 보노(106.101) 23.10.05 219 0
64065 거의 십년만에 갤 와보는데 성동일배우님 연기 좋다 [1] ㅇㅇ(124.53) 23.08.14 234 0
64064 ㅠ33ㅠ3ㅠ [2] 일이삼사오육칠팔구십일이(202.136) 23.07.31 252 0
64062 문득 생각나서 들어왔다 [1] ㅇㅇ(223.39) 23.07.01 296 4
64058 와 나 얼마전에 이순 본체에 입덕했다가 [4] ㅇㅇ(59.6) 22.10.22 602 0
64056 이 드라마는 딱 12회까지만 볼만한듯 [2] ㅇㅇ(223.38) 22.10.15 539 0
64055 감독판 싸게 파실 분 없나요....... [2] 재뤼잉(175.121) 22.08.29 580 0
64054 장옥정을 버리고 또 버리고 계속 버렸던, 이순 [6] 보노(106.101) 22.08.13 845 3
64053 더이상 아무도 안 보는건가… [8] ㅇㅇ(121.129) 22.08.03 637 1
64043 안녕 [1] 희빈(108.29) 22.02.18 933 1
64042 너무나도 서글픈 말, 사랑했었다 [1] 보노(106.101) 22.02.09 593 4
64040 그땐몰랐다. 9년째 앓을줄은 [3] 구구(1.242) 22.01.10 793 1
64038 요즘 옷소매보니까 [5] 캬캬(218.158) 22.01.05 898 0
64037 멜로사극의 최고봉이라고 8년전에도 말했고 지금도 똑같음 [1] 보노(211.36) 21.12.24 887 6
64036 내가 옥정일 못놓는 이유 [4] ㅇㅇ(175.124) 21.12.24 1181 9
64035 나 정말 장옥정에서 헤어나오지 못 하는 듯 [6] ㅇㅇ(115.140) 21.12.21 875 5
64034 와 근데 이 드라마 딥디 [5] ㅇㅇ(223.38) 21.12.19 990 0
64031 동화 속 해피엔딩이 아니라, 장옥정-숙종의 비극을 사랑한 거겠지 [3] 보노(117.111) 21.12.09 950 2
64030 이 드라마 기억에 남는건 단 하나 한복 [1] ㅇㅇ(125.141) 21.12.09 733 0
64029 장옥정 사랑에 살다 다시 보다가 [2] ㅇㅇ(165.229) 21.12.02 776 0
64028 장옥정 사랑에 살다 복습하기전에 한번 보고갈만한 영상 ㅇㅇ(121.139) 21.11.29 548 0
64022 이번 추석연휴도 길어서 장옥정 한바퀴돌았어요 [3] ㅇㅇ(14.7) 21.09.27 807 4
64018 완벽한 로설, 장옥정 사랑에 살다 [2] 보노(117.111) 21.08.22 1145 5
64017 인간적으로 요즘 사극들 재미 없기는 해 [2] 보노(211.36) 21.07.15 1135 4
64016 장옥정 하면 가장 오버랩 되는 장면 [2] 보노(211.36) 21.07.12 1322 2
64015 또 다시 정주행 신고해요 [2] 꼬마앙마(14.7) 21.06.25 940 1
64014 나 진짜 이 드라마 사랑했었나봐 [3] moby(115.140) 21.06.09 1085 5
64013 오랜만에 생각나서 들어왔어 [2] ㅇㅇ(223.33) 21.06.07 923 2
64012 막화에 이순이랑 동평군 [3] ㅇㅇ(14.38) 21.06.06 1021 0
64011 방가워.....오랜만 [1] 희빈(108.29) 21.06.04 961 2
64010 옥정아.. 이순.. ㅠㅠ [1] 보노(211.36) 21.04.30 1163 3
64009 순정편집본 있는사람 [2] ㅇㅇ(222.97) 21.04.10 1051 0
64008 갤러리 탐험중... Nd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4.05 675 0
64007 장옥정과 숙종의 가상 대화 [5] ㅇㅇ(121.139) 21.03.11 1178 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