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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이순 암행기 58

루비(1.177) 2017.05.28 17:53:53
조회 255 추천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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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이순의 명에 따라, 원주로 이동하게 되었던 이서방 일행은,

그 동안 원주에서 오랜 간 발이 묶인체, 생각지 못한 수난을

겪고 있었다.

숙부인의 둘째 아들의 죽음과 관련해, 산적들이 사라진 시기와

원주에서 사라진 선비들의 행방 불명 시기가 비슷하다는 시점에,

이순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문의 진위를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이서방

일행을 긴급히 원주로 보냈던 것이다.

이서방 일행은 원주 감찰사가 있는 근교의 주막에서 한동안을

머무르며, 그 소문이 나돌게 되었던, 감찰사 내의 관계자들의

뒷조사를 조금씩 조사해 나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 소문이 헛된 입소문이라고 전해 왔던 아전 영감을

시작으로, 마침내는 새로 부임해 왔다는 판관과 그 판관을 끌어

들여 소문을 낸 도사의 뒷 수소문마저 캐나가기 시작 할 무렵

이였다.

이서방과 함께 움직이는 무사들을 수상하게 여기던 관찰사의

포졸들에게, 이서방 일행은 그만 붙잡히고 만것이다.

관찰사의 포졸들과 다급한 상황에 투항을 하게 되었던 일행은,

마침내 관찰사의 포졸들에 밀려, 이서방 일행은 어쩔 수 없이

관찰사로 끌려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각지 못한 엉뚱한 죄목까지 뒤집어 쓰게 되는

바람에, 각자 철창에 갖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서방은 이순의 지시를 거스리지 않고, 옥사 내에서도

틈틈히 잡혀 들어온 고을 사람들에게, 그때 당시의 상황을 계속

캐물어가며, 사건의 뒷조사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우연치 않게 찾고 있었던 사건의 관련된

뒷담들을, 조금씩 수집하게 되었다.

옥사에서의 생활은 무척이나 지루하고 비참했지만, 계절이

바뀌면서, 마침내 조정에서 발표한 진휼법에 의한 특별 조령이

떨어지면서, 이서방 일행은 무사히 관찰사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리고 겨우나마 자신이 얻어 들은 정보를 가지고, 마무리

뒷조사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한 차례 감찰사로부터 의심을 받았기에, 또 다시 뒷 수소문을

해 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하지만 수상쩍은 감찰사 내의 인물들에 대해, 이미 의심을 품게

된 이서방은 더 이상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었다.

더구나 이순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는 이서방이였기에, 이순

으로부터 하사받은 임무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수행하겠다는

의지로, 빈틈없이 조사를 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중요한 단서를 손에 쥐게 되면서, 겨우나마

원주를 떠나, 회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

 

 

 

 

 

 

 

 

 

 


천룡 도사는 이순이 깨어나고서도, 근처 계곡가에서 물고기를

낚는 일에, 그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한 동안,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던 천룡 도사는, 그 곳

물길을 막고 있는 커다란 거목을 잠시 살펴보더니, 이내 도술을

부리듯이 한 손에 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거목을 서서히 들어올려 계곡가옆으로 옮겨

놓더니, 겨우나마 만족한다는 듯이, 자신이 낚시를 하던 자리로

돌아가 다시 좌정을 하고 앉았다.

이내 옮겨진 거목으로 거칠던 물살이 잔잔히 가라앉자, 겨우나마

안심을 한 듯, 다시 낚시대를 물가에 드리웠다.

조용히 흐르는 물가에 시선을 두고 있던 천룡도사는, 이내

공허한 그 물소리에 시 한 수를 흘러 보내고 있었다.

 

‘백성에 상서로은 임금은, 그 시절을 알고 타고남이라.

하늘의 뜻 받들었으나, 백성들의 마른세곡 헤아릴 길 없어라.

위세당당 강호에도 영웅바람 소리없이 지고 없나니,

시절이 하수상함을 그 뉘라서 탓할수 있음인가

풍진세상 일거에 세월은 속절없이 흐름이니,

충의지심으로 빗어내린 술 한잔은 뉘의 눈물이 되었으랴.

동빙풍세에 절개품고 떨어진 꽃은 그 향기만이 가없어라.’

 

그때 마침 그 곳에 다가온 이순은, 조용히 천룡도사의 시문을

듣고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대가 말하는 하늘의 뜻이란, 왕명을 두고 하는 소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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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그렇습니다. 감히 백성된자로서 왕명을 받들어

이르는데, 어찌 옳다 그르다 할 구분을 둘수 있겠습니까.

시절의 하수상을 탓할 뿐이지요.”

 


“그대가 백성들의 풍진세간에 대해 시를 읊은 이유는, 결국

이로운 왕이 되지못한 과인의 탓도 있겠지요.”

 


“허허……………그거야 어느 시대의 어느 왕이시든, 똑같은

이치 아니겠습니까. 비록은 천명을 받들었으나, 그 또한 인간

인지라 어찌 그 모든 과업을 한번에 해결지을수  있겠습니까.

다만, 만 천하를 발 밑에 두었으나, 그 천하에 단비는 한번에

내릴 수는 없는 것이니, 임금의 주위에 내린 단비 만이라도,

언제인가 백성들의 갈증을 다스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기다릴

뿐이지요.”

 


“그러나 그 단비로는……………결국, 백성들에게마져 이르지

못했소이다………………언제나 당리당략한 신하들의 권력다툼에

이어, 결국 왕권조차 뒤흔들려고 했던 그들의 당쟁싸움의 여파로,

과인은 그들과 대립하는 데에만, 모든 잣대를 맞춰버렸는지 모르오.

당시에는 어떻게든 군약신강만을 외치는 그들을 견제하기 위해,

어떠한 명분이라도 내세워, 그들을 눌러야만 했오. 어쩌면 과인은……………

그시기에, 왕권를 지키는 일로, 모든 판단력이 흐려져 버렸는지

모르겠소.”

 


“흠……………이 세간의 어떤 사람이든, 완벽하게 갖춰져서

타고 난 인간이란 없습니다. 오히려 나약함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나약함을 덮어 버리거나, 받아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허상을

쫒는 실수를 범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왕이기에 그 어떤 실책도 용납이 안되는

것이였소. 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군주로서 결코 그 어떤 나약함을

보여서도, 인정해서도 안 되는 자리였소. 그래야 만이 그들과

만백성을 이끌어 나갈 수 있으니……………그럼에도 그 결과란

늘 원만하지 않았소. 결국 그 뒤를 따라 온 것은 정제되지 않는

혼란과 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뿐이였으니……………”

 


천룡 도사는 비통한 모습으로 말을 끊고 마는 이순을 씁씁하게

바라보며, 자신의 낚시대에 낚여진 물고기를 다시 물가로 되돌려

보냈다.

그리고 처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다시 말을 건넸다.

 


“이 세간에는 인간이 모든 것을 원만하게 이룰 수 있는 자비로움

이란, 그렇게 쉽게 주어지지 않는 법입니다. 하여 왕으로 타고난

자가, 그 과업을 이루기에는 그만한 댓가가 필요했던 것이겠지요.

충의지심의 눈물도, 절개를 품고 떨어진 그 꽃 또한, 모다 이유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란 소리지요. 하지만, 이제와서 돌이킬수 없는

인연에 대해 그렇게 연민해서야, 어찌 이나라 대국을 이끌어 가실

수 있겠습니까. 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으셔서, 본 자리로 돌아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천룡도사는 그 말을 남기고는 낚시대를 걷어들여서는 유유자적하니,

그 자리를 벗어났다.

 


‘충의지심의 눈물과 절개품은 꽃이라…………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인연인가…………’

 


이순은 천룡 도사의 말에 무언가 마음에 걸려온듯, 한 동안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 천룡 도사의 말속에 알수 없는 뼈마디가, 이순의 머리 속에

작은 혼란을 일으키듯, 얽혀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곡가에 흘러 넘치는 물살을 지켜보며, 묵묵히 생각에

잠겨 들었다.

 

 

 

 

 

 

 

 

 

 

 

@@@

 

 

 

 

 

 

 

 


 

 

옥정이는 산책에서 돌아와서 또 다시, 천룡도사의 도포를 완성

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마무리를 지으면, 천룡도사의 도포는 완성이

될 것이고, 그러면 옥정이는 서둘러 고을에 한번 다녀올 생각

이였다.

하루라도 빨리 이순의 마패를 되 찾아야 겠기에, 춘봉이의 주변

근황을 둘러보고, 어떻게든 그 방법을 물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포를 마무리를 지어가던 도중, 옥정이는 이순의 어두운

얼굴 표정이 또 다시 떠오르자, 잠시 하고있던 바느질을 멈춰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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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길이의 독 화살로 인해, 한 동안 의식을 잃었던 이순이였지만,

천룡 도사의 말에 따라, 무리없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조용히 그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던 옥정이였다.

그러나 옥정이의 생각 과는 달리, 깨어난 이순에게서는 밝은

모습도, 반가운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한 동안 우울해 보이던 이순은, 옥정이가 애써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주며, 곁에서 자리를 지키는 도중에는, 늘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암울한 모습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럼에도 옥정이는 이순의 몸 상태가 아직까지 회복이 덜된

탓이라고만 생각하며, 열심히 이순의 심기가 편안해지도록 갖은

정성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조금이나마 심신안정으로 빨리 말문이 트일

것이고, 이순도 그 불편함에서 벗어나,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고,

옥정이는 굳게 믿고 싶었다.

그러나 옥정이의 그런 바램과는 달리, 이순의 목소리는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았고, 이순을 따라 산책을 갔을 때도, 이순은

어찌 된 일인지  예전같지 않는 모습으로 옥정이를 대해왔다.

말 없이 혼자 산길을 오르거나,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언제나

처럼 따스했던 눈빛이 아닌, 무언가 애처럽고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옥정이의 시선을 스쳐 볼 뿐이였다.

옥정이가 음용할 한약을 가져가, 곁에서 지켜볼 때도 그랬다.

예전 같으면 옥정이가 이순의 곁에 잠시 머물러 있으면, 사소한

일로 투정을 해보이며, 옥정이가 빠져나갈 틈조차도 주지

않았던 이순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약을 마시고 나면, 얼마있지 않아 그 자리를

피하듯이, 조용히 자리를 빠져 나가고 말았다.

이순의 그런 모습을 매번 지켜보던 옥정이도, 이제는 서서히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마음마저, 조려오기 시작했다.

한 때, 그토록 다정하게 자신을 이끌었던 이순이, 지금은 오히려

자신의 말 한마디 조차에도, 무언가 씁씁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숙이고 마는 모습에, 옥정이는 표현할 수 없는 애닳음으로 속가슴

마져 바짝 타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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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부상으로 인한 후유증이 아닌 다른 사정이 있지 않고서는,

이순의 어두운 표정과 태도가 짐작되지 않는 옥정이였다.

그럼에도 이순에게 조금이라도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던

옥정이는, 자신의 불안한 마음은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답답함보다, 어쩌면 말하지 못하는 이순이 더

괴로울 것이라는 생각에, 그 순간들을 말없이 감내할 뿐이였다.

그러는 사이, 지금 이순이 격고 있는 그 우울한 모습마저, 결국은

그 모두가 자신때문이 아닌가 하는 조바심에, 옥정이는 조금씩

자신을 책망하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곁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명구도, 은연 중에 옥정이의 기운없는

모습에, 무언가 망설이 듯, 옥정이의 방 앞에서 머뭇거렸다.

대체 무엇이 어찌 되었길레, 갑자기 두 사람이 서먹하게 되어

버린 것인지, 두 사람 사이를 유난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명구는, 지금의 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였다.

암울한 표정으로 말 문을 닫고 있는 이순과 기운없는 옥정이를

지켜보며, 더이상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명구는, 무슨

말이라도 옥정이에게 물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안한 마음으로 말없이 걱정해오던 약초영감의 제지에,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고는 소리없이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

 

 

 

 

 

 

 

 

 

계곡가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이순은, 한동안 천룡 도사의 말을

되새기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사이, 자신의 마음을 다잡을 수 없었던 이순은, 종종 천룡도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한 귀로 흘러 넘기며, 자신의 마음을 되짚어보고

있었다.

이제 그만, 옥정이와의 인연에 마음을 접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

가야 한다는 천룡도사의 권고에도, 이순은 여전히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이미 한번의 슬픈 기억으로 그 이별을 견뎌야 했던 이순으로서는,

또 다시 옥정이와 헤어져야 한다는 자각 앞에, 좀처럼 그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여전히 옥정이와의 인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자신과, 옥정이를

위해서 이 선에서 인연을 끊어야 한다는 갈등사이에, 끊임없는

방황으로 헤매고 있었던 이순이였다.

저녁 시간이 되어, 이순과 마주하고 앉은 천룡 도사는, 이순의

불편한 심기를 지켜보더니, 이내 말을 들려왔다.

 


“여전히 그 인연을 져버리지 못하신겝니까. 어찌 그리 한번의

경험으로도 충분히 알고있을 터인데, 옥정이란 아이와의 인연에

그리도 연연을 하는 것인지요……………”

 

이순은 천룡도사가 옥정이와의 인연에 대해, 냉칼하게 끊어내듯

말을 들려오자, 그 동안 묵인하고 있었던 초조함이 일시에 터져

나왔다.

그리고 거슬리고 짜증난다는 기색으로, 토로를 해왔다.

 


“그러는 그대는 이제 더 이상 이곳에서 할 일이 없을 듯 한데,

어째서 아직까지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이요.”

 


“……………그거야, 옥정이란 아이에게 부탁해 놓은 내 도포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요.

어서 그 옷이 만들어져야, 소생도 휠훨 날아서 갈 곳으로 갈 것

아니겠습니까. 허허…………”

 


“왠지 그 도포 자락은 그져 핑계로 보이는데……………대체

그대의 정체가 무엇이길레, 이토록 과인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

는지,  그 심중을 알 수가 없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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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도 마음을 어지럽히려고 이러는 것이 아니옵니다만, 어찌

되었든 이 곳에서 옥정이란 아이와 인연의 끈을 놓치 못하는 일은,

결코 서로에게 불행을 초래하게 될 뿐입니다. 하옵고, 한번 그렇게

이어진 인연은 더 이상 돌이킬 수도, 어찌 할 도리도 없질 않습니까.”

 

 

“…………………………”

 


이순은 천룡 도사의 말에 시라리 듯한 표정으로, 두 눈을 감아

내렸다.

천룡 도사가 들려주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하나같이 귓전에

날카롭게 꽂혀 들어 왔지만, 결국은 자신의 마음까지 어찌해 보지

못하는 애처러움에, 이제는 가슴마저 울렁거려왔다.

 

 

 “어차피 이어나갈 수 없는 인연인 것을……………길이 아님을

아실때, 결단을 내리는 것 또한, 주군으로써의 덕목입니다. 하물며,

이미 한 차례 그런 비극을 겪으신 바로, 어찌 똑같은 우치를 범하려

하시는 것인지……………”

 

“그것은 아직까지도 내가 이 곳에 오게 되었던 우연이, 그리고

옥정이와 이렇게나 인연을 지을 수 있었던 일들이, 결코 하늘의

뜻이 아니면, 이 어찌………………”

 

 

“누누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모다 허상이라고요. 언제까지

입을 닫고 침묵으로 버티실 생각이십니까. 어차피 이어질 수 없는

인연이라면, 조금이나마 서둘러 인연을 매듭짓는 것이 그나마

그 아이를 위한 처사가 아니겠습니까. 결국 시간을 끌면 끌수록

괴롭고 힘들어지는 쪽은, 정작 옥정이란 아이가 될 것입니다.”

 

 

“………………그대가 이곳에 온 목적이 나를 되돌릴 목적이였다면,

나는 아직 돌아갈 수 없소. 어찌 되었든, 회양의 일은 마무리 지어

놓고, 옥정이를 안전하게 한양으로 데리고 갈 수 있을 때까지는,

옥정이의 곁을 지키고 싶소. 지금으로서는 그것 만이 옥정이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오.”

 

 

“그리한다 해서, 결국 옥정이란 아이와의 인연을 지켜낼 수 있는

것도 아닐 뿐 더러, 그 아이를 지키려다가 오히려 본인이 더

곤경에 처할수도 있음을 잊지마셔야 합니다. 시간은 언제까지나

기다려 주지 않는 법입니다. 그 시간 속에 백성들의 수많은 눈물도

기억 하셔야하지………………”

 


그때였다.

바깥에서 무언가 인기척 소리가 들린 듯 하자, 천룡도사는 다급히

바깥 문을 열어 젓혔다.

그러나 어둠속에, 휑한 바람만이 그 주변을 쓸고 지나갔다.

천룡 도사는 그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 보며, 작게 읊조렸다.

 


“바람이 불었나, 사람귀가 다녀갔나. 어험………………”


이순은 그런 천룡도사의 행동을 말없이 지켜보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내 그대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소이다. 오늘 그대가 나에게

들려준 시문 중에 충의지심의 눈물과 절개를 품고 떨어진 꽃은,

대체 누구를 두고 하는 소리인게요.”

 


“그것을 소생의 입으로 어찌 아뢸 수가 있겠습니까…………허허”

 


“……………대체, 그대의 정체는 무엇이요. 그리고 과인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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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은 천룡 도사를 다시한번 경계하듯이,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자신이 무의식 중에 있을 때 조차 무언가 알 수 없이 이끌린 듯,

꿈에서 깨워나게 되었던 일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이 천룡도사를 쫒아 계곡가를 둘러보던 이순은,

몇 차례나 도술을 부리던 천룡도사의 모습을 목격했던 것이다.

가끔은 충신에 관한 시문을 읊거나, 무언가에 한탄하는 글귀를

풀어 놓으며 이순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던 천룡도사였다.

그런 몇 번의 대화로 이순은  옥정이와의 인연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천룡도사가 자신에게 일러주는 이야기들에 관해, 그리고

의미심장한 그의 태도조차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었다.

이순은 그 사이 뇌리를 스치며 지나가는 일들을 하나 하나 돌이켜

보며, 천룡 도사가 알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에, 다시한번

날카롭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그날 밤, 촛불을 꺼트린 일도, 그리고 내 머리 속을

아프게 하여, 내 마음을 돌이키려 한  것도 그대의 소행이였소!”

 


“…………………………”

 


천룡도사는 이순의 질문에 잠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조용히 두 눈을 감아내렸다.

 

 

 

 

 

 

 


 

@@@

 

 

 

 

 

 


 


옥정이는 겨우나마 천룡 도사의 도포를 마무리 짓게 되자,

단정하게 손질을 해서, 이순의 방으로 향햇다.

이제 천룡도사의 도포도 다 완성이 되었고, 선비님도 곧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을 해보며, 조심스럽게 방 앞으로 다가섰다.

그 때, 방 앞에서 들려오는 이순의 목소리에, 옥정이는 그대로

발걸음이 멈춰서고 말았다.

이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만 옥정이는, 놀란 나머지,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그토록 말문이 트이기를 기다려왔던 이순은, 지금 방안에서

천룡도사와 아무렇치도 않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과의 인연에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천룡도사의 말에,

너무나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처럼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에, 옥정이는 믿겨지지 않는 듯, 혼란에 빠져들고 말았다.

 


‘선비님의 말문이……………지금껏 일부러 침묵을 해가며

말을 피해 온 것이라니……………그리고 나와의 인연에 대한

매듭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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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이는 더이상 그 자리에서 머무르지 못하고, 천룡 도사의

도포를 끌어 안은 체,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새파래진 얼굴로, 어떻게 된 영문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한 동안 놀란 제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 동안 선비님의 안색이 어두워 보였던 것은, 말문이

트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과의 인연때문이였다는 사실을…………………

옥정이는 우연치 않게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이순의 심중을

확인하게 되자, 이내 겉잡을 수 없는 혼란에 휩싸지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렇게 나와 함께 있는 자리조차 어려워 하셨던걸까.

그래서 그동안 말을 꺼내지 못하고 고민에 쌓였던걸까. 그래……………

그렇다면,  약초 영감님이 했던 소리도 괜한 소리가 아니였던거야,

결국 자신 때문에 선비님이 꿈에서 깨워나지 못했다는 소리가

빈 말이 아니였어. 그리고 그 인연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리고 나를 지켜주기 위해서, 선비님은 그동안 끊임없이 고뇌하고

계셨던거야, 그랬던거였어………………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옥정이는 이순이 그동안 자신의 시선을 피해가며 서먹해하던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다.

결국 그 모두가 자신으로 인해, 이순이 갈등해 왔었다는 사실에

옥정이는 한 동안 넋을 놓고 앉아 있어야 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옥정이는 대체 왜 선비님과 자신의 인연이 이어질수 없는 것인지…………………

그리고 굳이 인연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것인지…………………

그 이유를 너무나 천룡도사에게 물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작은 결심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옥정이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눈물을

터트리며 무너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굳이 천룡도사에게 물어 보지 않아도, 이미 이순이 피습을 당했던

일도 그러했거니와, 자신때문에 그동안 이순이 겪어왔던 일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자신이였다.

그런 현실을 눈앞에 본 이상, 천룡도사에게 물어 볼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된 것이다.


어쩌면, 천룡도사의 말처럼 자신 하나로 인해,  이순의 앞날에

또 다른 불행이 닥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다.

옥정이는 그 생각들로 인해, 가슴 속으로 밀려드는 암담함과

두려움에, 이제는 숨마저 막혀 오는듯 했다.

여전히 천룡도사의 말들이 믿겨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그 동안, 선비님께서 끊임없이 곤경에 처할 수 밖에 없었던 일이,

결국 자신과의 인연 때문이라면…………………'

 


옥정이는 온몸의 기운 마져 소실되어 버린 듯, 그대로 망연

자실할 뿐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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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순간 이순이 쓰러지던 날이 또 다시 떠오르자,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끔찍한 악몽이 두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두려움에,

몸서리마져 쳐져왔다.

그리고 이제, 이순과의 인연에 대해 그 누구 뭐라 하지 않아도,

이순을 위해서라면, 자신 스스로가 마음을 접어야 한다고……………

눈물이 섞인 목소리로, 자신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보다 더 괴로웠을 이순을 위해, 옥정이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으며, 조심스럽게 천룡도사의 도포를 바닥으로 내려

놓았다.

하염없이 쏟아져 나오는 눈물이 어느새, 도포 자락에도 속절없이

젖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신이 생각해왔던 이순과의 앞날이란, 그 어떤 무엇하나

두렵지도 않고, 영원히 행복할 것이라고……………

그리고 언제나 이순의 곁에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너무 기쁘고

행복해 했던 옥정이였다.

 

그저 이순이 회복하기만 하면, 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에…………………

다만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다행일것이라 생각하며, 감내해왔던

순간 순간들이 이제는 하얀 물거품처럼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동안 이순이 혼자서 앓아왔던 상심들을 겨우나마 알게 되자,

 

옥정이는 더 이상 이순의 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자책감에,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끌어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암벽에 부딧쳐 버린 것처럼, 어둡고 두려운

무언가에 일순간에 잠겨 버린듯이, 옥정이는 그대로 엎드려서

소리죽여, 눈물을 쏟아낼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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