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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과 성문화] 그래도 잘사는 일본

김유식 2003.03.27 15:00:12
조회 73627 추천 4 댓글 5
일본인과 성문화   우리의 눈으로 볼 때, 저질 성문화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일본의 청소년들은 어떠한가? 매년 수많은 한국인들이 일본을 방문하고 또 일본 문화를 접해 본 뒤 일본을 향해 말세라고 표현하기를 서슴치 않으며, '95년 이후 한국에서 출판된 일본에 관한 책들은 거의 우려의 목소리를 담고 있을 정도다. 단지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일본은 마치 '곧 큰일 날 나라', '망해가는 나라'로 표현되어 왔다.   과연 그들의 문화는 일본의 청소년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사실 특정한 문화적 현상이 사회 전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고 단정할 수도 없거니와 그것을 규명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다만 이상한(?) 성문화가 범람하는 시기의 일본에서 사회 현상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를 살펴볼 뿐이다. 필자는 이것을 긍정적 그리고 부정적인 두 가지의 관점에서 접근해 보려고 한다.   먼저 긍정적인 관점에서부터 살펴보자.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그들의 음란함이라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본격적으로 저질 성문화가 활개치기 시작한 시기는 '80년대 초반부터라고 볼 수 있겠다. 이 당시 고교생 또는 대학생이던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90년대 후반인 지금은 모두 30대 중후반이 되어 일본의 경제 활동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이가 되었다.   저질 문화를 접하고 자란 것과 일에 대한 애착은 별 관계가 없는 것인지, 일본 대장성이 발표한 '97년의 경상수지 흑자는 11조 4,357억 엔. 그 전년도에 비해 60%가 증가한 액수로, 미화로는 천억 달러에 가깝다. 버블 경제의 붕괴와 전후 최대의 실업란 그리고 아시아 경제 위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액수이다.   우습게도 일본의 성문화는 일본의 경제 발전에 한 몫을 단단히 했으며 다른 문화에도 파고 들어 그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과 게임 대국, 세계 2위의 음반 시장, 아시아를 석권한 TV 방송국들과 일본의 자본은 헐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들을 사들였으며 연간 8조 엔 이상의 시장을 갖고 있는 풍속 산업과 세계로 수출되는 성 관련 상품들 등 그 효과는 가히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른 면에서 보면 성개방을 한 선진국들 중 가장 치안이 훌륭한 나라는 아직까지도 일본이다(아직까지도라는 점에 주의하자).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98년 우리 나라의 경찰청은 일본식 경찰제 도입 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일본의 경제력과 사회의 안정, 그리고 높은 치안 수준은 일본을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로 만들어 놓았다. '96년도 홍콩의  아시아 위크지는 아시아 40개 주요 도시의 취업기회, 교육수준, 의료서비스, 치안, 교통, 주택, 환경, 여가 활용 기회 등 8개 항목에 걸쳐 종합 평가하여 1백점 만점에 71점을 받은 동경을 아시아에서 가장 살 만한 도시로 선정했다. 여중생, 여고생이 매춘하러 돌아다니고 말세의 성문화가 가득한 동경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조사 결과는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이 조사에서 서울은 14위로 나타났다.   이렇게 따져보면 우리가 우려하는 일본의 문화 수입이 그다지 위험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현재 우리 나라의 관련법에는 외국인의 국내 공연시 문화관광부 장관의 허가가 필요하고(공연법 19조), 외국 영화를 수입할 경우에는 문화관광부 장관의 추천(영화법 10조)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일본 문화에 대해서는 - 일본 극영화의 수입 배포 - 한국 영화에 일본 배우의 출연 - 국내에서의 일본어 가창 - 음반, 코미디, 연예물의 수입    등을 불허하고, 문학, 미술, 학술 분야에서의 공동조사, 연구 등 순수 예술 분야와 일본 극단의 번역극 또는 전통극 공연 등 일부 대중 예술 분야에 한해서만 교류를 허용하고 있다. ※ 이런 점에서 보자면 우리 나라는 외국 문화 유입에 대해서 상당히 배타적인데 '97년 홍콩에 본부를 둔 정치 경제 위험자문사(PERC)가 격주로 발간하는 아시아 정보 보고서에서도 한국을 문화적으로 가장 배타적인 국가로 꼽았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 영화가 특별한 규제없이 상영될 수 있으며 가수들의 활동도 문제가 없다.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80년대 후반 잠시나마 일본의 소녀대(小女隊)라는 3인조 여성 그룹이 국내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데 한 방송 프로에서 아시아 국가의 가수들이 자국어로 노래하는 코너가 있었다. 이때 소녀대도 자신들의 노래를 일본어로 불렀는데 국내 공중파에서 일본어로 된 노래의 방송은 이제까지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다음날 일본의 문화 유입을 걱정하는 각 신문의 사설과 관련 단체들의 항의가 꼬리를 이었으며, 일본에서는 반대로 과거 식민지였던 한국에서 일본어로 된 노래를 방송했다며 신문과 TV 뉴스마다 보도했던 적이 있다. 정부는 '98년 가을부터 일본 문화의 수입을 점진적,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하니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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