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복지 한국을 위한 과제

역동적인 고령사회에 대한 모색

   우리의 노인정책은 아직 고용, 연금, 의료, 복지 등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고령사회에 부합하도록 재검토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자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나 지표는 매우 빈약하여 우울하고 부정적인 단편적 내용만 전해 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고령사회인 일본은 노인에 대한 기존의 획일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고령사회백서>에는 고령자의 소득, 저축률, 실업률, 평생학습률, 사회활동 참가율 등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가 총 망라되어 있으며, 고령자의 생산적이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가능하도록 자조(自助), 공조(共助), 공조(公助)에 강조점을 두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고령사회 대책 중 가장 시급한 분야는 고령자의 일자리 확충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고령자가 일자리를 찾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을 제거해 주는 것은 국가의 인적 자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어르신들의 경륜을 활용하는 교육․복지형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어르신들의 복리를 위해서는 의식주 문제가 모두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마련해 드리는 일이 중요합니다. 고령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배려한 새로운 주택정책의 청사진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합니다. 자녀와 함께 혹은 친척과 함께 거주하고 싶은 어르신들의 희망이 이루어지려면, 부모를 모시는 이들에 대한 주택융자 확대 등 인센티브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혼자 거주하려는 노인들에게는 안전한 주택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안전한 난간과 넓은 통로, 미끄럽지 않은 바닥이 구비된 노령자용 주택, 고령자에게 1층을 우선 분양하는 건설회사, ‘여기는 쾌적한 고령자 마을’이라고 써 붙인 동네, 보육시설마다 자원봉사하며 생산적으로 소일하는 노인회 회원들, 내가 바라는 고령사회는 바로 이렇게 소박하고 친근한 모습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지만 아직 수명의 질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집니다.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고령인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암, 만성 퇴행성 질환,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등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에 대한 의료의 개념은 이제 질병 치료라는 개념에서 탈피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적극적으로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총체적인 개념으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이제 어르신들께 삶의 보람을 드리는 일은 결코 자녀들만의 몫이 아닙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지역사회, 비영리단체, 가정, 국민 개개인 등이 모두 함께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태도와 역할을 정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지금 시작해도 그 효과는 15~20년 후에나 나타납니다. 빨리 서둘러야 합니다.

  국가적으로 치밀하게 고령사회 대책을 마련하는 것과는 별도로 장년층들이 자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높이는 등 개인적 차원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노년에 대해 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십 년 동안 자기 분야에서 익힌 소중한 기술과 노하우를 간직하는 데 그치지 말고, 끊임없이 젊은 후학들로부터 신선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인다면, 자신의 분야에서만큼은 좀 더 농익은 지식과 기술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비범한 능력을 갖고 있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급속한 노령화에 따라 앞으로 노동력이 모자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개인적 노력 여하에 따라 일하는 노년, 보람 있는 노년을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