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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육체계의 필요성1

운영자 2008.11.26 16:09:43
조회 726 추천 0 댓글 6

제6장 복지 한국을 위한 과제

새로운 교육체계의 필요성1

  나는 1950년 9월에 오지 중의 오지라 할 수 있는 전라북도 장수군 장계면 개안들이라는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내 유년의 기억 중에서 ‘개안들’에 대한 기억이 없는 걸로 봐서는 아마 젖먹이 시절에 진안으로 이사를 갔지 않나 싶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가까운 벗들은 내 이름 앞에 ‘진촌’이라는 별호를 붙여 주었습니다. ‘진짜 촌놈’이라는 뜻인지 ‘진안 촌놈’의 뜻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진장 산간 오지 출신이고 또 어린 시절 대부분을 진안에서 보냈으니, 어느 쪽도 틀린 표현은 아닐 듯싶습니다.

  가정형편은 어려웠고 학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한 번도 공부를 향한 집념의 끈을 놓아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폐교가 되어 버린 진안군 동향면 능길초등학교와 주천면에 있는 주천고등공민학교를 마친 후 검정고시를 치러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다녔던 주천고등공민학교가 학력 인증이 안 되는 학교였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는 세 군데나 옮겨 다녀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주군 안성면에 있는 안성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6개월도 채 안 다니고 다시 시험을 치러 전주공업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좀 더 넓은 데서 무언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업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인문계 학교를 다니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어느 날 지금은 나의 모교가 된 전주신흥고등학교의 교장 선생님을 무턱대고 찾아갔습니다.

  “전주공고에서 1등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정세균이라고 합니다. 신흥고등학교를 다니고 싶은데, 장학금을 안 주시면 학교에 다닐 형편이 못 됩니다. 장학금을 주시고 전학을 허락해 주십시오.”
내 용기가 가상해서인지 교장 선생님은 장학생으로 날 받아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학교를 다닐 수 없었습니다. 생활비가 필요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이런 나를 위해 학교 매점에서 일하는 근로장학생 자리를 주선해 주셨고, 덕분에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중고등학생들이 함께 이용하던 매점에는 저 말고도 비슷한 처지의 학생이 몇 명 더 있었습니다. 35년여 전 매점에서 빵을 팔던 까까머리 근로장학생들은 지금 국립대 총장과 국립대 학장, 그리고 국회의원과 장관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모이면 서로를 ‘빵돌이’라고 부르면서 그때 우리가 꾸었던 꿈과 희망을 되새기곤 합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종합상사에 입사한 뒤 받은 첫 월급을 떼어 모교 후배들을 위해 조그마한 장학금을 만들었습니다. 쥐꼬리만한 월급이었지만 학창시절에 내가 받았던 도움과 내가 지녔던 꿈을 후배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20여 년 전 초라하게 시작했던 장학회는 지금 그럴듯한 이름으로 매년 50여 명의 고향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습니다. 적은 돈이지만 나는 고향의 후배들에게 꿈을 주고 싶습니다.

  이처럼 나에게 교육은 꿈과 희망이었습니다. 교육의 힘이 아니었다면 어찌 오지 중에서도 오지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내가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겠습니까. 교육은 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부단히 뛰어올 수 있게 한 힘의 원천이자 원동력이었습니다.

  불과 수십 년 전만해도 절대빈곤에 허덕이던 한국이 짧은 기간 안에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에 대한 열정에 힘입은 바 큽니다. 그 동안 한국에서 교육을 말한다는 것은 곧 희망을 말하는 것이요, 내일을 말하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교육은 어떻습니까? 그것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까? 이런 물음에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좀체 벗어 버리기 힘든 질곡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위해 이민을 가거나 기러기 아빠가 되어 외롭게 살아가는 현실은 교육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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