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복지 한국을 위한 과제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과제

  교육 양극화는 공정경쟁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또한 사회통합 및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서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입니다. 나는 앞에서 학교교육의 다양화가 궁극적으로 교육 양극화의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한 추가적 방안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자유경쟁과 공정분배의 실현은 사회의 모든 집단이 시장경쟁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누릴 때 가능해집니다. 공교육을 통해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것은 그 출발선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주변에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항상 가난 때문에 교육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기회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현재의 교육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유아교육 단계부터 소외계층 자녀의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애 초기에 가정환경에 따라 기본 학습능력에서 격차가 발생하면 그것이 이후 누적적인 학력 격차로 이어지고, 결국은 평생 극복하기 어렵게 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생애 초기부터 가정환경으로 인해 제약받지 않고 잠재능력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도록 공적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초․중등교육 단계에서는 학과 공부에 경쟁력을 가진 집단과 그 외의 분야에서 재능을 가진 집단 모두에게 동등한 관심을 가지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과 공부에 경쟁력을 가진 학생에 대해서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포부 수준을 낮추는 일이 없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적절한 역할모델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특히 대학생 학자금 지원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책을 제시하여, 소외계층 자녀라도 학교 공부가 뛰어난 경우에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면 금전적 어려움을 겪지 않고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현행 농어촌 특별전형 입학생의 사후 관리는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렵게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교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 학과 공부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능력이나 재능이 뛰어난 학생에 대해서는 자신이 가진 능력과 재능을 개발함에 있어 원하지 않는 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 하나의 대안은 평생교육 체제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대학 진학이 생애 주기의 특정 시기에만 집중됨으로써 발생하는 과열 입시 경쟁과 자원의 낭비를 막고, 지식기반 사회에서 평생 고용을 위해 요구되는 직업 능력의 지속적인 개발을 가능케 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고등교육 기회는 청소년기를 지난 사람에게는 사실상 거의 폐쇄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세칭 명문대학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장년층에 접어든 사람이 뒤늦게 수능시험을 치르고 대학에 가기는 어려운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입학 전형의 다양화, 학사 운영체계의 유동화, 재정지원 확대 등을 통해 이러한 연령 장벽을 해소시켜 주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직업구조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자신들의 지식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킴으로써 지식기반 사회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원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교육의 기회가 평생 열려 있는 평생교육 사회를 향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평생 직업교육의 확대는 단순히 고용불안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아실현에 필요한 평생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