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같은 너를 안을 수 있을까?

지켜보기만 해도 난 아픈데

너의 아픔을 어찌 알까?

공연 첫날 처연한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한 용화는 며칠 새 많이 야윈 모습이었고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상처 받은 영혼의 모습으로 다른 때와 달리 팬들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려는 듯 보였어. (내 주변에도 훌쩍거리고 울음 삼키고 있는 팬들이 있었으니까 아마도 그런 팬들과 시선 마주치면 맘이 흔들릴까봐 그러지 않았을까 싶은) 오로지 음악에만 몰입하려는 모습의 용화는 웃음기가 전혀 없으니까 예의 냉미남 포스가 제대로였지. 첫 등장 용화가 너무 야위어서 놀랐고 그럼에도 너무 눈물나게 아름다워서 놀랐고 이와중에도 나의 얼빠 본능은 여전히 작동한다는 점에 놀랐어.

첫 노래 네비게이션부터 아 진짜 정용화 노래 너무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정말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곡을 제대로 살려가면서 세밀하게 부르는데 감탄 감탄... 곡에 따라 마치 성대 교체해 가면서 노래에 딱 맞게 부르는 거 같아서 지금까지 봐왔던 정용화의 무대중에 최고가 아닌가 싶었어. 몇 곡의 노래에 빠져 들면서 마음속으로 ‘정용화 미국가라’ 라고 외쳤는데 나중에 다른 용화팬과 콘에 대해 서로 흥분해서 대화하다 보니 그 팬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다고 해서 놀랐어. 그날의 내 맘은 그랬어. 정용화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건 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용화는 너무 잘 하니까 진짜 더 큰 세상에서 맘껏 음악하고 Real을 Real로 알아봐주는 곳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던 거야

그날의 모든 곡들이 모든 무대가 다 클라이맥스 같았어. 정성스럽게 세련되게 모든 곡들을 편곡했고 용화가 그 곡들을 진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강약 조절 기가 막히게 하면서 딱 맞게 잘 살려서 불렀으니까 한곡 부를 때 마다 아 이곡이 오늘의 베스트다 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곡이 나오면 또 생각이 바뀌고 그런....별 말도 없이 음악에만 최선을 다해서 몰입해서 부르니까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고 노래를 듣는 우리들도 그 어느때 보다 하나하나 집중해서 들으니까 정말 최고다 싶었어.

이번 콘에선 용화가 그동안 관심 많이 보였던 재지하게 편곡한 곡들이 많았는데 그게 다 너무 좋았어. 씨엔블루와 솔로 정용화가 확연히 다름을 보여주는 무대들이었어. 엇박 리듬의 재즈곡들을 정말 이젠 능수능란하게 재즈 싱어로 부르더라. 마일리지는 이전보다 더 능란하고 여유있게 불렀고 체크메이트 힘빼고 나른한 듯 부르는 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이었는데 마치 내이야기 좀 들어봐 하듯이 불러서 뮤지컬 보는 거 같았어...그리고 이전의 롹발라드 느낌이 아닌 재지하게 바뀌어서 좀 더 부드럽고 깔끔한 목소리로 부르는 추잔도 참 새롭고 좋았어. 시작부분은 마치 가스펠 분위기도 나는데 정말 정용화 곡마다 매번 새롭게 해석하는 그 부지런함과 음악적 완벽주의는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어. 특히나 솔로콘에선 용화가 정말 하고 싶은 거 다 시도해 보는 거 같고 가지고 있는 음악적 역량을 다 쏟아 부을 수 있어서 그게 정말 좋더라. 본격 재즈 넘버인 Hold My Hand는 재즈싱어 정용화를 보여주는 화려한 스캣도 인상적이었고 박자를 가지고 놀면서 hold my hans란 가사를매번 강약 변주 주면서 부르는데 정말 귀가 호강하지 싶었어. 솔직히 그룹콘에서 부를 때보다 훨씬 좋았어. 반주의 중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