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에 무뢰한보고 오..흐음.. 허어.. 앗.. 하던 와중에 명불허전 보고 덕통사고 제대로 당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무뢰한 같은 진득한 하드보일드를 엄청 좋아하는데 그동안 그 장르에서 보기 힘들었던? 많이 연기되지 않았던 뭔가 엄청나게 드라이한 형사 연기에 뒷통수 제대로 맞았어.
업에 대한 진심이 없는 건 아닌데 그걸 열정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미 어느정도 베테랑이 된 한 형사의 힘 쭉 뺀 걸음걸이부터 표정없이 느릿느릿 표적들을 갈구면서 에너지 낭비 없이 필요한 정보들만 간결하게 뽑아내는 능숙함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것들이 영화 전체 분위기를 지탱해준 힘이었다고 생각해.
그 세련된 절제가 도1연1누님이 분위기를 압도하는데에 시너지 효과를 내준것도 같고.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멋지다고 생각한 부분이 수도 없이 나열될 영화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정재곤이라는 캐릭터가 이 영화의 매력의 정점이라고 생각함.


그렇게 마음 속에 박힌 무뢰한을 뒤로 하고 명불허전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일단 발성이 무지하게 좋더라. 영화 특성상 사운드가 처음부터 끝까지 매끄러울 수는 없기에 무뢰한 때는 못느꼈는데 명불허전에서 여기 갤주 연기를 보고 있으면 오디오가 뭔가 굉장히 편안하더라고. 한마디 한마디가 튀는 단어 하나 없이 착 감기는 느낌? 그렇다고 전달의 정확성에 신경쓰느라 오버스러운 연기를 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야. 연기는 연기대로 엄청 결이 부드러운 와중에 되게 \'맛있는\' 느낌이 들더라고.
예를 들면 코믹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 신에서 배우들이 으레 하는, 그리고 시청자들도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쿠당탕! 어이쿠\'가 아니라 \'게슴츠레~\'같은 예상 밖의 제스쳐? 그런 어긋남이 \'이 장면은 웃긴 장면이니 한 번 웃어주세요\' 같은 클리셰가 아닌 시청자들로 하여금 저절로 큭큭대게 만드는 힘을 지닌 것 같아.
아직 4회까지밖에 보지 못한데다 내가 사실 머글들도 한번쯤은 봤을 선덕여왕조차 단 한회도 안본 사람이라;; 여기 갤주를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깜냥이 안되지만, 적어도 이미 감히 확신할 수 있는 건 김남길의 연기는 탄탄한 실력을 기반으로 본인만의 엇박을 능수능란하게 표현하는 피아니스트의 즉흥곡같다는 거야. 그리고 이제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여러 레퍼토리의 즉흥곡들이 나는 진심으로 기대돼.

얼마전까지 머글이었던 사람이 끄적여본 이 글이 혹시나 형들의 어떤 예민한 부분을 건드린 게 있다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그리고 만약 다행히도 형들이 나의 생각에 공감을 해 줄 수 있다면 다음에도 여기 갤주에 대한 진심을 또 나누러 올게!

정리 안된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