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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에세이] 첫 공장 생활

운영자 2007.07.03 13:02:04
조회 1705 추천 0 댓글 2

3. 스물에서 마흔넷


  첫 공장 생활


  1971년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때 나를 비롯한 친구 세 명은 앞으로 노동자계급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선배의 충고로 농촌 활동 대신 공장 활동을 택했다. 이른바 ‘위장취업’이었다. 장소는 ‘드레스 미싱 공장’이었다.

  드레스 미싱 공장은 구로공단 옆 안양천 뚝방길 근처 논바닥 한 가운데에 있었다. 당시에는 한국경제가 잘 나가던 터라 신분조사도 없이 무조건 당일 취업이었다. 드레스 미싱은 미싱뿐 아니라 시계도 조립하는 노동자가 700명이나 되는 상당히 큰 공장이었다. 나는 미싱 대가리를 만드는 ‘아무부’에서 일을 했는데, 하루 종일 볼반으로 미싱 몸통에 구멍 뚫는 일만 했다.

  한 번은 미싱 몸통 주물을 잡고 볼반 작업을 하는데, 그만 장갑이 드릴에 감겨 손가락이 잘릴 뻔 한 일도 있었다. 임금이 얼마였는지 근로조건이 어떠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하지만 차비가 없어 차장아가씨한테 사정사정해서 공짜 버스를 타고 서울시내에 나왔다 돌아갈 정도로 월급이 적었다. 

매일매일 주어진 일을 기계처럼 반복하는 동안 문득문득

  “내가 평생 이런 공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이 생활을 해야만 하는가?”
  “내가 과연 이 생활을 견뎌 낼 수 있을까?”하는 압박감이 다가왔다.

  가난하고 어려운 생활이라면 웬만큼 이골이 난 나였지만, 이렇게 어렵게 살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 역시 서울대학생인데 다른 친구들처럼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편하게 잘 살 수 있다는 생각도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노동자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에게 배우면서 그들을 의식화, 조직화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있었지만, 이 일을 평생 동안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1970년 11월, 대학 1학년 때 발생한 전태일 분신사건은 나를 더욱 노동운동의 방향으로 기울게 했지만, 그때까지도 “평생 노동운동가로 살아야 할 것인가?” 라는 고민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노동자생활에 발을 들여 놓으면 놓을수록  밑바닥 생활을 참고 견디는 노동자에 대한 존경심이 더해갔다.

  잡초 같은 노동자들의 인내와 강인함은 엘리트코스만 밟아 온 나로서는 감히 넘보지 못할 덕목처럼 느껴져 왔다. 공돌이 공순이라 불리면서도 평생 동안 묵묵히 맡은 일만 성실히 하는 노동자들에게서 내 삶의 기본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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