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트위터에 "애니화하면 흥할 웹툰 많을 텐데" 라고 말하는 현직 웹툰 작가도 그렇고...

왜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안 만드냐고 궁금해하는 사람도 몇명 봤는데.

어...그 사람들은 잘못 알고 있는거다.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현재 한국 웹툰은 애니화될수도 없고, 애니화되어서도 안됨. 천리마 마트, 미호 이야기, 놓지마 정신줄, 발광하는 현대사, 타이밍같은 웹툰들이 애니화되긴 했지만 일단 제외하기로 하겠다. 혈액형처럼 일본에서 애니화된 웹툰도 있는데...이건 나중에 설명할게.

설명하자면 좀 길고...나도 자세히 아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어줬음 좋겠어.

우선 웹툰이란 플랫폼의 장점이 뭐냐?

무료라는 거지. 이건 부정할 수 없을거다. 물론 레진 코믹스라는 유료 웹툰 사이트도 생겼지만, 이미 네이버 웹툰, 야후 웹툰같은 데서 무료로 뿌려서 시장을 크게 만든 덕분이지...웹툰 시장 초창기부터 유료 연재였다면 웹툰 시장 다 망했을걸?

근데 무료니까 퀄리티는 당연히 처참할 수밖에 없고, 가끔 고 퀄리티 웹툰도 있다만...

근데 애니메이션은 퀄리티가 처참하더라도 최소 제작비가 있어. 왜냐고?

애니메이션은 1초 동안 움직이는 장면을 넣으려면 최소 12 프레임이 필요하다. 즉 12장의 장면을 그려야 해.

이래서 "오빠왔다"같은 웹툰은 그림 그리는데 몇시간도 안 걸리겠지만, 이걸 애니화한다면? 최소 수십장은 그려야 한다. 당연히 수십장 그리는데 제작비와 시간이 들지.

(↑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만화와 움직여야만 하는 애니메이션의 차이. 같은 장면이라도 만화에선 1장~10장 그리면 설명 가능한데 애니메이션에선 수십장~수백장은 그려야 한다. 뭐...웹툰은 아니고, 원작 만화 채색이 애니메이션 채색보다 디테일하다만...-_-;;;)

또한 애니메이션에 목소리나 소리, 음악도 나와야 하니까(설마 무성 영화로 만들자고 하는 놈은 없겠지?) 성우, 음향 담당, 작곡가 등을 고용해야 하는데 당연히 이 사람들에게 돈을 줘야지...감독이나 프로듀서에게도 돈 줘야 되고.

즉, 웹툰은 무료로 연재해도 상관없지만 애니메이션은 반드시 유료로 만들어야 된다.

근데 웹툰 유료화하면 절대 안본다는 시장에서 웹툰 애니화했다고 돈주고 볼 것 같냐?

이미 무료로 보는게 익숙해진 웹툰은 애니화하면 망할 가능성이 너무 높다.

웹툰 영화화하거나 드라마화가 있지 않냐고? 영화는 극장가서 돈주고 보잖아...이쪽에 대해서 설명해 보자.

미국이나 일본 국민들은 우리나라 국민들보다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국민들임. 그 차이를 말해줄까?

우리나라 극장에서 가장 흥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슈렉, 쿵푸 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마다가스카 등을 만든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임. 근데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조차 우리나라에서 전국 관객수 300만명을 넘긴 애니메이션이 얼마 안된다.

전국 관객수 500만명 이상인 '쿵푸 팬더 2'나 1천만명을 넘긴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도 있지만...이건 이 작품들이 특이했던거고.

평상시에는 미국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디즈니, 픽사나 일본의 유명 애니 제작사인 지브리 작품들조차 우리나라에서 200만명 넘기는 작품 보기 힘들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극장에 잘 안 가는거냐고? 아니, 전혀. 당장 극장 관객수 천만명 이상인 영화도 꽤 된다. 실미도, 괴물 이런 건 물론이고...굳이 천만명 못 넘었더라고 500만명 ~ 900만명 넘긴 영화 무지 많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은 실사 영화는 아~주 많이 본다.

반면 일본은? 일본 극장에서 가장 흥행한 작품들은 대다수가 지브리 작품...즉 애니메이션이다. 그밖에도 명탐정 코난 극장판, 포켓몬스터 극장판, 슈퍼 전대 극장판, 프리큐어 극장판같은 애니메이션들이 무지 흥행한다.(전대물은 실사긴 하다만.)

우리나라는 실사 영화는 극장가서 많이 보는데 애니메이션은 극장가서 잘 안본다는 소리지...

미국은? 미국도 실사 영화가 대세긴 한데...그래도 극장 애니메이션이 꾸준히 흥행한다.

토이 스토리 3하고 겨울 왕국은 전세계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얻었고(10억 달러 = 약 1조원) 이 둘 말고도 슈렉이나 슈퍼 배드처럼  5억 달러~9억 달러 극장 흥행한 작품들도 많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웹툰 영화화는 가능한데 웹툰 애니화는 불가능.

별것도 아닌 얘기가 많이 길어 졌는데...결론만 요악하자면

[일본, 미국은 애니메이션을 극장가서 보는 사람들이 꽤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극장가서 애니메이션 보는 사람들이 얼마 없고, 웹툰은 원작 자체가 무료다 보니 더더욱 없을듯. 다만 극장가서 영화 보는 사람들은 무지 많으니까 영화화를 노려라.]

뭐...이 정도?

쓰다 보니까 너무 길어진데다가 지금 친구집 생일에 가야 해서...파트 2는 나중에 쓸게. ㅠ_ㅠ

추신: 당연히 "신의 탑" 애니화하는 건 꿈만 같은 일이지...만약 신의 탑을 유료화했는데, 돈내고 보는 독자가 100만명 이상이라면 모를까.